‘시진핑 경제책사’ 방미, 무르익는 정상회담 분위기…중국, 미 우방 호주와도 관계 개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허리펑(何立峰) 국무원 부총리가 미국을 방문한다. 오는 11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 주석 방미와 미·중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허 부총리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초청으로 8일부터 12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7일 보도했다. 미 재무부도 허 부총리 방미 계획을 발표하며 옐런 장관이 9~1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허 부총리와 양자 회담을 갖는다고 밝혔다. 미 재부무는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고 경제 현안에 있어 진전을 돕기 위한 집중적인 외교가 진행되는 시기에 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허 부총리의 미국 방문은 지난 7월 옐런 장관 방중에 따른 답방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시 주석의 방미와 정상회담에 앞서 경제분야의 회담 의제와 현안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려는 의도가 더 커 보인다. 미·중 양측은 지난달 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방미 회담을 통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양국 정상회담 추진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양측은 아직 시 주석의 방미나 정상회담 일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옐런 장관은 허 부총리와의 회담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건설적인 경제 관계는 미·중 관계 전체를 안정화하는 힘이 될 뿐 아니라 양국과 다른 국가들의 노동자와 가족에도 이익이 된다”며 “경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우리는 시간을 두고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건전한 경제 경쟁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회담에 이어 곧바로 이어지는 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회담을 갖게 된다면 미·중 관계는 다시 한번 중요한 분수령을 맞게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처음 대면 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안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미국이 자국 영공에서 발견된 미확인 비행물체를 중국이 보낸 ‘정찰풍선’으로 규정하고 격추하면서 양국은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이행하지 못한 채 다시 냉각기를 걸었다. 당시 미뤄졌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중은 지난 6월에야 성사됐고, 이를 계기로 양측은 어렵게 다시 고위급 상호 방문과 대화를 이어가며 화해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대화 기류 속에서 미 우방국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6일 중국을 방문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회담을 갖고 “양국간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중국과 호주는 평화적 공존 속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해야 하고, 양국간 자유무역협정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호주 관계는 올바른 개선과 발전의 길로 들어섰다”며 “건전하고 안정적인 중국과 호주 관계는 양국 공동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중 압박에 보조를 맞추며 중국과 무역 갈등을 빚었던 호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회담을 가진 것은 2016년 이후 7년만이다. 중국과 호주 역시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 이후 고위급 대화를 이어가며 관계 개선을 모색해왔다. 앨버니지 총리는 7일에는 리창(李强) 중국 총리를 만나 2016년 이후 중단된 양국간 연례 총리회담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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