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자의 e知톡] 우리에게 ‘카카오 택시’란?
(지디넷코리아=백봉삼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 택시' 수수료에 대한 정부 제재를 직접 주문해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갑자기 폭탄을 맞은 카카오가 대응책 마련으로 분주한 사이, 대통령 발언을 두고 여러 의혹과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 타운홀 자리에 참석해 카카오 택시의 콜 수수료를 콕 찍어 “카카오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만든 다음 경쟁자를 없애버리고 계속 (이용자를) 유입시켜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며 독과점으로 인한 일반적 폐해를 거론했습니다.
카카오 택시가 이 같은 방식으로 독과점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처음부터 아예 받을 돈을 제시하고 시장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유인을 다 시켜놓고 가격을 올린 것이기 때문에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면서 “독과점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니 여기에 대해 반드시 조치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했습니다.
대통령이 한 기업을 겨냥해 센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은 당시 행사에 참석한 한 택시기사가 카카오 택시 수수료 문제를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대중들은 대통령이 직접 현장에서 민생의 목소리를 듣고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모습엔 공감하면서도, 특정 기업을 부도덕한 기업으로 단정 짓는 것에는 의구심을 보였습니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 카카오 택시가 과거 콜 택시와 비교했을 때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올린 부도덕한 서비스였나”란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발언 직후 '빨간불'이 켜진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단체들과의 수수료 전면 개편과 관련한 긴급 간담회를 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간담회는 이달 13일 열릴 예정으로, 택시 4개 단체를 비롯해 전국 가맹택시 단체 중 일부도 의견 수렴과정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회사는 수수료 개편을 포함한 서비스 전반에 대해 논의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카카오 택시 논란이 커지면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대통령에게 일침을 가했습니다. 카카오를 지적한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가져와 “(윤 대통령도) 정당을 굉장히 부도덕하게 장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보수에서는 만날 규제를 풀겠다고 하는데, 카카오 택시를 지목해 언제는 (규제를) 풀겠다고, 지금은 독점하니까 (제재하겠다고 한다)”라며 “원래 플랫폼 사업은 독점으로 성과가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이 논리대로라면 쿠팡도, 갤럭시(삼성)도 때려잡아야 한다”는 말로, 윤 대통령 발언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반적인 기업들의 성장 방식이자 성공 스토리를 특정 기업의 악덕 행위로 규정한 것은 맞지 않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안 그래도 모빌리티 분식회계 논란과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받아 경영 리스크에 휘청이는 카카오에게 있어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뼈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 말이 떨어지자마자 긴급 간담회를 발표한 것에서 위기감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그러던 중 눈에 띄는 보도가 한겨레신문을 통해 나왔습니다.
이달 1일 타운홀 미팅에서 카카오 택시 수수료 문제를 지적한 택시 운전사 김아무개씨가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인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자 "현장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자리가 사실은 ‘보여주기식 이벤트’였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 보도에 김씨는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름만 빌려준 거고, 직을 맡긴 했지만 활동은 안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타운홀 행사 때 카카오 택시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개인택시 기사 입장을 대변한 거지, 당과는 상관없다”고 밝혔습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 여당과 윤석열 정부의 민생 행보가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입니다. 하지만 너무 앞서 나간 생각과 과한 의욕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 당연한 말이지만 진정성이 결여되면 누구의 지지도 받을 수 없습니다. 택시 노동자들의 민생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일반 국민들의 민생도 함께 아우르는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백봉삼 기자(paikshow@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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