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콘크리트 공사, 원도급사가 직접 맡는다... 오세훈 “하도급 끊어내야”

이미호 기자 2023. 11. 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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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공사로 사고 나면 즉각 재시공
불법 하도급 단속, 민간 공사까지 확대
우천시 콘크리트 타설 ‘금지’

앞으로 서울에서 공공건설 공사 시, 철근·콘크리트 공사 등은 하도급이 아닌 원도급사가 100% 직접 맡아야 한다. 또 공공분야에서만 시행됐던 불법 하도급 단속을 민간 공사까지 확대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글로벌 안전도시를 위한 서울형 건설혁신 '부실공사 ZERO 서울' 추진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을 발표했다. 부실의 고리를 끊어내고 산업의 근본 체질을 바꿔 ‘부실공사 없는 안전 서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3개 부문에서 8개 핵심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심과제로는 ▲부실공사 업체 초강력 제재 ▲주요 공종 하도급 전면 금지 ▲감리 현장감독 시간 확보(이상 공공 공사) ▲민간공사 관리 사각지대 해소 ▲민간공사 감리 독립성 확보(이상 민간 공사) ▲현장 근로자 시공능력 향상 ▲가격 중심 입찰제도 철폐 ▲(가칭)서울 건설산업 발주자협회 설립(이상 산업체질) 등이다.

우선 공공건설 분야에서는 부실공사 업체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부실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원도급사에 즉각 재시공을 의무화한다. 이를 위해 ‘서울특별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에 의무 재시공 관련 내용을 추가해 내년 상반기까지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 부실공사 업체는 서울시에서 발주하는 대형공사 기술형 입찰의 참가가 2년간 제한된다. 부실 내용에 따라 지방계약법에 따른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명단도 공개할 계획이다.

철근·콘크리트·교량공 등 시설의 구조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공정에 대해서는 원도급사가 100% 직접 시공하도록 입찰공고문에 명시할 계획이다. 하도급 중단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 우려와 관련,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가설공사라든지 철근·콘크리트 공사 등 주요 공정은 안전과 직결돼 공사비가 상승하더라도 시행해야 한다”며 “(상승) 비용까지도 감안해서 예산이 책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건설공사 발주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건설 분야에서는 하도급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 공공 분야에서만 시행됐던 불법 하도급 단속을 민간 공사까지 확대하고, 조합·건축주 등의 요청 시 지역건축안전센터(시·자치구)가 하도급 계약 적정성 검토를 지원한다.

특히 시공 품질 관리를 위해 비가 내릴 때는 콘크리트 타설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단 불가피하게 타설한 경우 의무적으로 강도를 점검한다. 유 부시장은 “비가 올 경우 콘크리트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인허가 조건에 명기했다”며 “다만 콘크리트 타설 중에 비가 온 경우는 중단이 어렵다. 이런 경우 타설 14일, 28일 후에 강도를 체크해서 부실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감리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직접 감리계약 적정성을 관리하기로 했다. 기존에 주택건설 공사에만 적용됐던 ‘감리비 공공 예치·지급제도’를 일반건축물 공사에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 시공·구조·안전 품질에 대한 감리 자격시험 도입을 건의해 안전에 특화된 감리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이 밖에도 숙련된 기능공 양성을 위해 서울시가 기능등급 승급 교육을 지원하고, 등급이 높을수록 임금을 더 많이 받는 차등 노임체계 도입안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외국인 근로자 투입 전에는 설계도면 숙지·철근 조립 등 기능테스트, 전문통역사를 통한 품질안전 교육도 실시한다.

입찰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종합평가낙찰제(종평제)의 기술이행능력평가 만점 기준을 높여 기술 변별력을 확보하고, 현재 30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되는 종평제를 100억원 이상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행안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현재 약 86%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 적격심사 낙찰률을 90% 이상으로 올리고, 공사 예정가격 산정에 사용되는 표준시장단가 현실화도 요구할 예정이다. 발주자 대상 교육, 민간 정비사업조합 컨설팅 등의 교육을 맡는 가칭 ‘서울 건설산업 발주자협회’ 설립도 추진한다.

오세훈 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의 본질은 하도급”이라며 “이런 하도급 문제를 끊어내지 않으면 한국 건설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대형 건설사가 입찰을 따낸 후 건물의 뼈대와 살을 만드는 핵심 공정은 하도급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유명 브랜드 아파트도 단가 후려치기, 비숙련 노동자, 도면 못 읽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노출된 하도급 업체가 만들다시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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