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 2023] 정확히 찾아서 정교하게 때린다...세계 최고 암센터들은 어떤 연구를 할까

이정아 기자 2023. 11. 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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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
이달 9일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서 암 연구성과 소개
린다 친 MD앤더슨암센터 전 소장과 박재홍 메모리얼슬로언캐터링암센터 부문장 기조강연
MD앤더슨암센터 연구진이 최근 개발한 인공지능(AI) 원리. 세포나 조직, 혈장, 혈청, 소변 등에서 추출한 엑소좀을 분석해 91% 정확도로 폐암이나 췌장암, 뇌암처럼 조기진단이 어려운 암을 진단할 수 있다./eLife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 연구진은 최근 기존 약이 잘 듣지 않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원인이 TP53 유전자 돌연변이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때문에 기존 항암제로는 치료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구진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항암제들을 병용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잡아먹는 식작용을 촉진하는 단일클론항체 치료제인 ‘마그롤리맙’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 암세포에서 생기는 신호를 늘리는 치료제인 ‘아자시티딘’을 병용하는 것이다. 그러자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잡아먹는 효과가 배로 늘어났다. 실험 참가자의 32%가 완전 관해에 이르렀고 이들은 모두 TP53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 이 연구 결과는 이달 1일 국제 학술지’저널오브클리니컬온콜로지’에 실렸다.

MD앤더슨암센터 연구진은 최근 폐암이나 췌장암, 뇌암처럼 조기진단이 어려운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세포나 조직, 혈장, 혈청, 소변 등 체액에서 추출한 엑소좀을 분석해 91% 정확도로 이들 암을 식별한다. 엑소좀은 DNA나 RNA, 단백질 조각 등 생체분자를 세포 안팎으로 나르는 일종의 방울로, 종양을 식별하는 바이오마커로 사용된다. 하지만 크기가 매우 작아 엑소좀으로 암을 진단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1083개의 암조직과 건강한 조직을 대조한 결과와, 조직·혈장·혈청·소변에서 채취한 엑소좀의 단백질 조각 데이터들을 이용해 AI를 학습시켰다. 이 AI는 체액에 든 엑소좀을 분석해 91% 정확도로 다양한 종류의 암을 구별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3일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실렸다.

빠르고 정확해진 유전체 분석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이 등장하면서 암에 접근하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달라졌다. 세포 안이나 조직까지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 면역반응을 안전하게 활성화하는 기술까지 등장하면서 기존 방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암을 정복하기 위한 다양한 도전이 늘어나고 있다.

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세계 최고 암병원은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와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가 1, 2위로 꼽힌다. 두 기관 역시 암을 진단하고 치료, 예방하는 데 필요한 기초 연구와 임상 연구를 하고 있다.

암을 일으키는 정확한 원인을 찾고, 이 원인에 대항해 암조직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노력들이다.

◇ 건강한 세포 흉내 내는 암세포의 빈틈 찾아 공격하는 세포 치료제 개발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 연구진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암세포와 건강한 세포의 표면에 나 있는 단백질이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과, 이 암세포가 고유하게 가진 단백질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 유전정보가 담긴 mRNA를 이용해 항암 백신을 만들어 임상 2상 중이다./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ME앤더슨암센터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건강한 유방세포 지도를 완성해 유방암을 치료, 예방하기 위한 표적치료에 대한 연구결과와 대변 여과액을 이식해 암 환자의 면역치료 요법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 등을 최근 발표했다.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도 최근 MD앤더슨암센터와 마찬가지로 기존 항암 치료로는 효과가 적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이 병에 효과적인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했다. mRNA 백신은 코로나19 대유행 때 첫 개발돼 이슈가 됐고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거머쥔 기술이다. 면역계를 활성화시키는 mRNA를 세포까지 배달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치료하기가 어려웠던 원인으로 건강한 세포와 암세포 표면에 나 있는 단백질의 분포가 비슷했기 때문으로 짚었다. 면역세포는 세포 표면에 나 있는 단백질을 보고 건강한 세포인지 암세포인지 구분한다. 그런데 일부 암세포는 이 단백질을 숨기거나, 건강한 세포의 단백질을 흉내 내 면역계를 회피한다. 이 때문에 기존 약이 잘 듣지 않았던 셈이다.

앞서 연구진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암세포의 표면에만 고유하게 나 있는 단백질을 찾아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캔서’에 실렸다.

이후 연구진은 이 단백질을 표적(항원)으로 공격할 수 있는 mRNA 백신을 만들었다. 이 단백질의 유전정보가 든 mRNA를 세포 안에 넣으면 세포 소기관이 우리 몸의 유전체와 함께 이것을 토대로 단백질을 만든다. 즉, 몸속에서 암세포의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이 단백질은 병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면역계가 이물질로 인식해 이에 대한 항체를 많이 만들어낸다. 결국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반응이 활성화돼 암이 줄어든다.

연구진은 이 백신에 대한 임상 1상 결과를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참가자 15명 중 절반이 암 진행 속도가 느려지거나, 향후 재발이 되지 않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현재 이 치료제에 대한 임상 2상 중이다. 수술 후 이 백신을 투여했을 때 암이 재발할 위험이 얼마나 감소하는지 밝혀낼 예정이다.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 연구진은 지금까지의 항암 연구 대부분이 유럽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아프리카인의 경우 유전적 차이 때문에 그 효과가 떨어진다는 한계에 주목했다. 그리고 최근 이러한 격차를 해결하고 극복할 방법을 찾았다.

연구진은 미국과 아프리카 간 대규모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공통조상의 관계와 지금까지 게놈 변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분석했다. 그리고 폐암과 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췌장암·난소암 등 일반적인 암 6가지에 초점을 맞춰 유전적 차이를 알아냈다. 특히 아프리카인에게서 증폭될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를 찾아 지난달 26일 국제학술지 ‘암세포’에 발표했다.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 연구진은 암 유발 단백질(BRAF)을 억제하는 원리의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 받았고, 심신피트니스 가상현실 클래스를 통해 암 환자의 입원율을 감소시키는 연구 결과를 냈다.

이달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열리는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3)’에서는 린다 친 전 MD앤더슨암센터 응용과학연구소장과 박재홍 메모리얼슬로언캐터링암센터 세포진료서비스부문장의 기조강연을 들을 수 있다.

참고 자료

Journal of Clinical Oncology(2023), DOI: https://doi.org/10.1200/JCO.22.02604

eLife(2023), DOI: https://doi.org/10.7554/eLife.90390.1

Nature Cancer(2023), DOI: https://doi.org/10.1038/s43018-023-00656-2

Cancer Cell(2023), DOI:https://doi.org/10.1016/j.ccell.2023.10.003

조선비즈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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