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장사에서 사라진 마오쩌둥 동상, 중국에 무슨 일이?

"마오쩌둥 고향에 주민들이 세운 동상, 한달 만에 철거당해"
홍콩 매체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 기념 동상…철거 놓고 온라인서 논란"
"시진핑 주석 의중 반영된 것" 분석도

후난성 창사에 세워졌던 마오쩌둥 동상[웨이보 캡처] 연합뉴스

중국에서 '공산혁명'을 완성시킨 마오쩌둥(毛澤東)의 고향은 중국 후난성(湖南省)이다. 특히 후난성 창사(長沙)는 마오쩌둥이 공산 혁명 활동을 시작해 그의 '정치적 고향'으로도 불린다. 이런 창사의 한 마을에서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을 맞아 세운 '마오쩌둥 동상'이 한 달 만에 철거당한 일이 벌어졌다.

7일 홍콩 매체 성도일보에 따르면 창사시 왕청구 퉁관진의 한 마을 주민들은 자치조직인 촌민위원회의 주도로 돈을 모은 뒤 올해 8월 마오쩌둥 동상을 제작했다. 마오쩌둥은 1893년 후난성 샹탄 사오산에서 태어났고, 젊은 시절 고향 근처인 창사에서 혁명 활동을 시작했다.

완성된 3ｍ짜리 동상은 500여㎞ 떨어진 구이저우성에서 창사로 운반했고, 지난달 1일 마을에선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주민들은 동상이 들어선 곳 주변을 '위인광장'으로 명명하고 표지석도 세웠다.그러나 한 달이 지난 이달 4일 이 동상은 철거됐다.

이 소식을 온라인에 공유한 웹사이트 '마오쩌둥깃발넷'(毛澤東旗幟網)의 전 운영자 푸신위는 "2일 저녁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마오 주석 동상에 손을 댔다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쫓겨났고, 그들은 3일에 다시 와서 동상을 철거하겠다고 큰 소리를 쳐 주민들은 광장 주변에 천막을 친 채 동상을 보호했다"며 "그들은 4일 새벽에 대형 크레인 등을 몰고 와서 동상을 철거했다"고 전했다.

성도일보는 이 철거가 온라인 일각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몇몇 네티즌은 소셜미디어(SNS) 웨이보 등에서 지난 2018년 통과된 '영웅열사보호법'을 근거로 들며 마오쩌둥 동상을 철거한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동상 철거를 지시한 주체가 누구인지를 따지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 동상을 세우려면 먼저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원하는 동상을 모두 세울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마오쩌둥 기념물이 철거된 일은 올해 8월 산둥성에서도 벌어진 바 있다고 홍성신문은 전했다. 산둥성 탄청현에는 4ｍ 높이의 마오쩌둥 백옥 조각상이 들어섰는데, 제막식 전날 현지 지방정부가 '미승인'을 이유로 조각상을 몰수한 것이다. 실랑이 끝에 조각상은 한 민영기업 정원에 다시 세워졌지만, 당국은 공공장소에 놓아서는 안 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중국에서 마오쩌둥 동상이 사라지는 것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이 아니다. 일각에선 1인 지배를 추구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