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특사된 ‘한국계 입양아’…“탈북민 목소리 힘 싣겠다”

[줄리 터너 특사, 국무부서 취임식]
국무부 인턴으로 시작해
인권·노동국에서 16년 근무
미국 부모·네 자녀 등 가족도 참석
터너 “북핵-인권 함께 다뤄야”
北강제노동과 핵개발 연계 지적
韓정부 등과 北인권개선 협력
“탈북민 목소리에 힘 싣겠다”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11.6 [사진=워싱턴 연합뉴스]

“북한에 인권책임을 묻는 것과 북한과의 대화재개가 반드시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

‘한국계 입양아’가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로 취임했다. 6년 넘게 공석이었던 자리가 채워지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이 속도를 낼 지 주목된다.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6일(현지시간) 북한 핵위협을 해결하려면 북한 인권문제를 지렛대로 삼고 함께 다뤄야 한다는 지론을 밝혔다.

터너 특사는 이날 미 워싱턴DC에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통일부,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 등 공동 주최로 열린 ‘2023 한반도국제포럼’에 참석해 “북한 인권 침해와 유린은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내외부에서 강제노동을 하고 있고, 이렇게 벌어들인 수입은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과 북한 김정은 정권을 유지하는 데 쓰인다고 지적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북한 정권 감시를 받으며 18시간 이상 노동을 강요받는다는 사례도 전했다. 터너 특사에 따르면 이들자 급여의 90%는 북한 정권 손에 넘어간다.

터너 특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유린 문제를 놓고 정기적으로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한국 정부를 비롯한 동맹·파트너국가들과 협력해서 북한의 인권 침해 및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관련성을 입증하기 위해 협력하길 고대한다고 강조했다.

터너 특사는 “북한에 인권책임을 묻는 것과 북한과의 대화재개가 반드시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면서 북한을 향해 개혁의 문을 열고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 소통하자고 제안했다.

터너 특사는 국무부 인턴으로 시작해 민주주의·인권·노동국에서 16여 년 일하면서 북한 인권문제를 주로 다뤘다. 그는 미 상원 인준을 거쳐 지난 달 북한인권특사로 공식임명되면서 6년여 동안의 이 자리 공백을 메웠다. 지난 2017년 1월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퇴임한 이후 공석이었던 자리다.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왼쪽 둘째)가 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우즈라 제야 국무부 민간안보·민주주의·인권 담당 차관, 터너 특사, 이신화 한국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정 박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사진 = 연합뉴스]

터너 특사는 이날 미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정식 취임식을 갖고 “동맹국과 협력해서 탈북민 목소리에 힘을 싣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밝혔던 5가지 우선 과제인 △한국 등 동맹·파트너국과 협력 및 탈북민 인권 개선 △유엔 차원의 책임 규명 강화 △북한 인권과 자유 보호 △탈북민 강제송환 방지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 상봉 등을 적극 실행에 옮기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터너 특사의 미국인 부모와 형제, 남편, 네 명의 자녀들도 함께했다. 그는 자신에게 신앙과 다른 이들을 섬기도록 가르쳐줬던 부모님, 변함없이 자신을 지지해주는 가족들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우즈라 제야 민간안보·민주주의·인권 담당 차관, 북한인권·탈북민 단체 활동가, 한국 정부의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와 김준구 주미대사관 정무공사 등도 참석해 터너 특사의 취임을 축하했다.

제야 차관은 “북한 인권 침해와 학대는 불법 무기 프로그램과 연관되어 있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와 보편적 인권 및 2600만명 북한 주민의 존엄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터너 특사와 함께 북한 인권상황을 개선하고 국제사회와 결집해 북한 정권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