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굴에선 첨단장비 무용지물'…시가전 앞둔 이스라엘의 전략은[딥포커스]
이스라엘, 가자시티 인근에 거점 마련…하마스 지도부 포위 섬멸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우리는 한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서로를 볼 수 있는 위치에서 싸우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브리핑에서 최근 전황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에서의 치열한 시가전을 앞두고 있다.
이미 가자시티는 이스라엘군의 포위 공격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인 모습으로 변했다. 건물 잔해가 켜켜이 쌓인 도시의 잔인한 풍경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향후 임박한 시가전에서 더욱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리 첨단 무기로 도시를 초토화해도 결국 점령지에 깃발을 꽂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사방이 적이다'…건물 잔해·땅굴에 숨어 기회 노리는 하마스
외신들에 따르면 하마스는 최대 약 4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복 등의 공격을 포함한 고전적인 게릴라전 전술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가자 전쟁 이후 하마스가 보유한 무기의 수준도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하마스는 여러 대의 드론, 기관총, AK-103 돌격소총, 수류탄, 이란산 지대공 미사일을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마스 대변인 알리 바라카는 러시아 투데이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것을 2년 동안 준비해 왔다. 우리는 모든 것을 위한 현지 공장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사거리 250km, 160km, 80km, 45km, 10km의 로켓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더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의 지속적인 공습으로 발생한 건물 잔해가 하마스에 오히려 전술적인 이득을 가져다줬다고 분석한다. 널브러진 잔해에 하마스가 저격수와 폭발물을 배치하면 이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워싱턴연구소의 군사 전략 전문가 마이클 나이츠는 "하마스는 15년 동안 지하, 지상, 지상 요새를 통합하는 고밀도 '심층 방어'를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두브데반 부대에서 복무한 바 있는 저널리스트 아비 이사카로프는 가자시티 시가전에 대해 "가장 극단적인 전투 상황"이라며 "위협은 창문이나 문, 터널 등 어디에서든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마스가 구축한 미로 같은 약 500km 땅굴이 가장 큰 문제다. 하마스는 이 땅굴을 자유로이 오가며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로 나타나 이스라엘군을 끈질기게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땅굴에서는 주변광에 의존하는 야간투시경, 위성에 의존하는 통신 도구, GPS 시스템과 같은 주요 군사 장비가 지하에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진입한다면 이스라엘 측의 피해는 커질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땅굴에 억류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인질 문제도 얽혀 있어 이스라엘군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시가전서 승리할 수 있나…하마스 지도부 제거가 목표?
이 같은 사방이 적인 시가전에서 이스라엘이 세운 전략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이스라엘군의 시가전 전술의 핵심은 '제병 협동'(Combined Arms)이다. 구체적으로 장갑차가 아군을 엄호하면서 지상전이 시작된다. 이후 이스라엘 보병은 포병과 공군,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으며 작전을 수행한다. 이스라엘 공군 장교는 AFP통신에 모든 지상 부대가 공군과 유기적으로 함께 움직여 작전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기업 연구소의 중요 위협 분석팀은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을 준비된 '킬 존'(kill zone)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가자시티 깊숙이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직 미 육군 대령인 조 부이치는 이스라엘이 이미 이 같은 하마스의 전략을 알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스라엘 지도부는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지역에서 전투를 벌이고 지하로 침투하면 첨단 감시 시스템, 센서, 통신 장비 등 대부분의 기술적 이점이 소용 없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군은 일정 거점을 마련해 하마스를 포위하고 천천히 적을 제거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해군분석센터(CNA)의 오픈소스 정보 분석가가 'OSINTtechnical'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가자시티의 남쪽 경계를 따라 주호르 앗 딕 인근 이스라엘 국경에서 지중해 연안까지 이어지는 얇은 통로에 불도저로 6개의 대형 흙 둔덕과 방어벽을 쌓은 것이 포착됐다.
부치노 전 대령은 "이스라엘군은 이 거점에서 하마스 지도자들을 공격한 다음, 공습이 해제된 지역으로 다시 철수하여 공중 지원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몇 주 동안 이스라엘군이 "2004년 이라크 침공 당시 팔루자 전투에서 미군이 사용한 블록 단위 공격보다는 포위와 소모전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하마스 소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부치노 전 대령은 "내가 만난 이스라엘 고위 장교들만 하더라도 가자시티에서의 지상전이 수개월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군 지도부는 위험한 땅굴 전투에 전적으로 투자하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하마스 지도자를 죽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하마스 지도부를 와해시켜 가자지구에 국제연합이 참여하는 팔레스타인 정부를 수립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전은 하마스 지도자들이 인도주의적 통로와 숨겨진 땅굴로 도주할 시간을 제공한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한다. 또한 하마스의 전력 상당 부분 그대로 남겨두는 것과 같기 때문에 향후 다시 세력을 키울 수 있는 위험도 있다.
부치노 전 대령은 "이스라엘 지도부가 내게 설명한 이 계획에는 팔레스타인 정부가 충분히 안정적으로 (가자지구에) 수립될 때까지 국제연합을 통해 임시 통치를 촉진하는 메커니즘을 결정하는 것이 포함된다"며 "현재로서는 이 계획이 불투명해 보인다. 그 이유는 이스라엘 군 지도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xmxs410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전처, 김병만 명의로 사망보험 20개 가입…수익자도 그녀와 양녀 딸" 충격
- 괌 원정출산 산모, 20시간 방치 홀로 사망…알선업체 "개인 질병, 우린 책임 없다"
- 격투기 선수 폰에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수십개…경찰, 알고도 수사 안했다
- 토니안 "상상초월 돈 번 뒤 우울증…베란다 밑 보며 멋있게 죽는 방법 생각"
- 절도·폭행에 세탁실 소변 테러…곳곳 누비며 공포감 '고시원 무법자'
- 김태희, ♥비·두 딸과 성당서 포착…"꿈꾸던 화목한 가정 이뤄"
- 14만 유튜버 "군인들 밥값 대신 결제" 말하자…사장님이 내린 결정 '흐뭇'
- 박나래 "만취해 상의탈의…이시언이 이단옆차기 날려 막아"
- 최현욱, SNS '전라 노출' 사진 게시 사고…'빛삭'에도 구설
- 12억 핑크 롤스로이스에 트럭 '쾅'…범퍼 나갔는데 "그냥 가세요"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