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의 비바람속 3시간 수색…길 잃은 자폐 아동은 엄마 품을 되찾았다
경찰이 실종 신고가 들어온 자폐 스펙트럼 아동을 3시간여의 우중 수색 끝에 찾아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개봉지구대 소속 김병철 경위(51)와 박형민 경사(36)가 어머니를 잃어버린 자폐 스펙트럼 아동 A양(9)을 전날 오전 2시20분쯤 발견해, 아이를 찾던 어머니에게 인계했다고 7일 밝혔다.
A양의 어머니가 “서울 구로구 참새공원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딸아이가 사라졌다”며 실종 신고를 한 지 3시간30여분 만이었다. A양은 실종 지점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쯤 떨어진 한 안경원 앞에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공원에 함께 있던 어머니의 시야에서 A양이 사라진 것은 지난 5일 오후 9시36분쯤이었다. 사라진 아이를 1시간쯤 애타게 찾던 어머니는 같은 날 오후 10시45분쯤 112에 실종 신고를 했다.
112상황실 신고를 접수한 서울경찰청은 “관할을 불문하고 출동해 실종아동을 찾아라”라는 지령을 내렸다. 이에 10시52분쯤부터 담당 경찰서인 구로경찰서 실종팀·형사팀·지구대원과 인접한 양천경찰서 경찰 등 16명이 구획을 나눠 공조 수색을 벌였다.
김 경위와 박 경사는 6일 오전 1시30분쯤부터 수색 현장에 투입됐다. 경찰에 따르면 A양에게는 핸드폰이 없었고 폐쇄회로(CC)TV로 참새공원 이후 행적이 파악되지 않아 수색은 난항을 겪었다. 비가 내리는 와중 ‘핑크 셔츠와 검정 긴 바지’라는 인상착의만으로 아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 경위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새벽 날씨에, 시간을 지체하면 아동이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어 걱정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경광등을 가장 세게 켜고 사람만 보이면 차를 멈춰 세웠다”고 했다.
두 경찰이 우산 없이 비에 젖은 채 걷고 있는 A양을 발견한 것은 할당 구역을 3번 왕복했을 때였다. 순찰차 밖을 나선 김 경위는 아이에게 다가가 이름을 물었지만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A양의 인상착의가 적힌 모니터를 보고 있던 박 경사가 “그 아이가 맞다”고 했다. 이들은 A양을 차량에 태운 뒤 가장 먼저 순찰차 히터를 올렸다. 김 경위는 “A양이 감기에 걸릴까 그게 가장 걱정이었다”고 했다.
A양은 무사히 어머니에게 인계됐다. 건강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5년 차인김 경위는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이의 실종 신고가 낯설지 않다”며 “3~4달에 한 번꼴로 신고가 들어온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9살짜리 아이를 찾으러 다닌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했다. 그는 “제 자식보다도 어린아이라 빨리 찾아야겠다는 생각 말고는 다른 생각이 없었다”며 “찾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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