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반 만의 美국무 방한…북러협력·국제정세 대응 머리 맞댄다

김효정 2023. 11. 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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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협력 저지·對중국 소통 등 협의…우크라·중동 등 글로벌 위기 대응도 논의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지연 기자 = 2년 반 만에 이뤄지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은 동북아 안보질서와 국제정세가 중요한 갈림길에 선 가운데 한미가 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7∼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직후 8일 늦은 시각 한국에 도착한다.

그는 9일 오후 박진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방한 기간 윤석열 대통령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한은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가 국제적으로 고조되는 가운데 성사된 만큼 한미가 대응 방안을 비중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지난 2일(현지시간) 블링컨 장관의 아시아 방문과 관련한 전화 브리핑에서 "북러 군사협력의 안보 영향에 대한 대응, 확장억제, 공동의 경제성장" 등을 한국에서 논의할 의제로 언급했다.

북러 군사협력은 우크라이나 전황과 동북아 안보질서를 모두 교란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한미 당국은 높은 우려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할 상당량의 무기를 이미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핵·탄도미사일 관련 기술 이전 등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이른바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 시도가 예고했던 10월을 넘긴 것이 러시아의 기술 지원과 연관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최근 정부 내에서 나온 바 있다.

이에 한미는 외교적 수단을 비롯한 다양한 압박을 통해 북러 군사협력 추가 진전을 막을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블링컨 장관의 방한 이후 예정된 중국과의 고위급 소통 기회를 활용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견인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오는 11∼17일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 유력하다.

미중은 정상회담 정지작업 격으로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채널을 가동하고 있는데, 한반도 문제도 그 분야 중 하나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30일 류샤오밍 중국 정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화상 회담을 한 것이다.

미중 대북정책 대표가 화상으로나마 직접 협의를 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북핵 관련 양자 협의를 지속해서 요청해 왔는데 이번에 APEC을 앞두고 중국이 응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은 북한이 대러 접근과 함께 추진하는 '북중러 3각 구도' 형성에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러시아의 대북 군사기술 지원은 북한의 비핵화가 궁극적으로 지역 안정에 이익이라는 기존의 암묵적 전제에도 반하기 때문에 중국은 이를 불편하게 여길 수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한국·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는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북러 밀착은 한국과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압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북러 협력이 계속 진전될 경우 어떻게 단계적으로 대응 조치를 취할지도 한미 간에 조율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중국 접근법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소통을 할 것으로 보인다.

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가드레일(안전장치)'을 마련해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중이 정면충돌보다는 협력의 공간을 만들려 하고 있다"면서 "블링컨 장관에게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중국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물어봐야 한다. 우리가 대중국 전략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도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짚었다.

최근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에서도 새로운 전선에 직면해 해결에 씨름하고 있다. 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에게 이들 국제정세 현안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기대할 가능성도 있다.

미 국무부가 블링컨 장관의 방한을 발표하며 "한미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러 군사협력 증대, 중동 불안정 등 글로벌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한 데서 미국의 의중이 엿보인다.

박 교수는 "미국이 중동 지역에 다시금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 등 핵심 동맹국이 더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양국 간 투자와 경제안보 문제도 의제가 될 수 있다. 미측은 블링컨 장관이 방한 기간 국내 대기업 본사를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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