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인 제조법 알려줘”…머스크표 ‘매운맛 AI’ 대답은
“제가 말씀드리려는 것은 처음으로 가장 똑똑한 인간보다 훨씬 더 똑똑한 무언가가 등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2일(현지시각) ‘괴짜 천재’이자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로 잘 알려진 일론 머스크가 언급한 대화형 인공지능(AI)의 미래에는 한껏 기대가 서려 있었다. 이 말을 한 지 이틀 뒤인 4일 머스크는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 개발 회사 엑스에이아이(xAI)를 통해 새 대화형 인공지능 ‘그록’(GROK)을 공개했다. 머스크는 엑스(옛 트위터)에 6일 올린 글에서 그록에 대해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을 개선하고, 이해하기 위한 개발자들의 도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록은 머스크가 제작에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이 분야의 선두 주자인 오픈에이아이(OpneAI)의 대항마로 기대를 받아왔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통신 등은 그록에 대해 “머스크가 원대한 포부를 갖고 두달에 걸친 개발 끝에 약간 비꼬는 듯한 태도의 인공지능”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이어 머스크가 그록을 “(엑스라는) 소셜플랫폼 기반을 넘어 중국 텐센트 홀딩스의 위챗(WeChat) 같은 만능앱으로 성장시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록은 ‘타인과 공감한다’는 뜻의 영어 단어(grox)에서 따온 말로, 영국의 에스에프(SF)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의 안내서’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엑스에이아이(xAI)는 그록이 실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대화할 수 있고, 다른 인공지능 시스템에서 거부하는 ‘매운 질문’에도 답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거의 모든 질문에 답하고 심지어 어떤 질문을 할지 제안할 수 있다”면서 “약간의 재치를 가지고 대답하도록 설계됐고, 반항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유머를 싫어한다면 사용하지 말라”라는 사용팁까지 공개했다.
그록은 현재 선별된 그룹에만 테스트 버전을 공개하고 있어 일반인들이 사용할 순 없다. 하지만, 회사 쪽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다른 대화형 인공지능과 다른 독특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그록은 ‘코카인 제조 방법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잠깐만 기다려,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코카인 레시피를 가져올게”라며 4가지 제조법을 답하더니, 곧바로 “농담이야. 실제론 코카인을 만들려고 하지 마. 불법인 데다 위험하고, 나도 권하지 않아”라고 답했다. 머스크는 “약간 비꼬는 듯한 유머 감각을 가진 게 그록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그록은 실제 개발에 착수한지 두달 밖에 되지 않은 초기 버전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일부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푼 것을 포함해 몇 가지를 측정한 결과 이미 공개된 챗지피티 버전(GPT-3.5)의 기능을 능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챗지피티 최신 모델보다는 성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엑스에이아이가 성능 비교 테스트 결과를 위해 올해 5월 헝가리 전국 고교 수학시험 문제를 풀어본 결과, 그록은 C학점(59%)에 그쳤지만, 4세대 챗지피티는 B학점(68%)을 받았다.
머스크는 챗지피티의 제작사인 오픈 에이아이(Open AI)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발 방향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5년 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챗지티피가 선풍적인 화제를 모으자 지난 4월 대항마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뒤 7개월 만에 실물을 공개했다.
한편, 오픈에이아이도 6일 개인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기능을 맞춤형으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새 서비스를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회의(OpenAI DevDay)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지피티를 코딩 없이 쉽게 구축할 수 있다”며 개인용이나 회사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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