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파장은 일시적… 실적과 고금리가 증시 지배”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2023. 11. 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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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경제TalkTalk] 정석윤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공매도 금지에 따른 주가 영향은 일시적 현상입니다. 지금은 금리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므로 당분간 주식보다는 채권이 투자상품으로 매력적입니다. 따라서 국내 주식 투자자들은 미국 우량 채권을 사서 주식투자 위험을 헤지(분산)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석윤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7일 인터뷰에서 “미국 금리가 높아져, 위험 자산인 주식에 투자했을 때 예상되는 기대수익률과 안전 자산인 채권에 투자했을 때 기대수익률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교수는 기업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 평가, 미국 증권시장 분석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15년째 하고 있다. 개인 주식투자자들을 위해 미국 개별 주식의 수익성·안정성을 진단해 등급을 매기는 한 증권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공동개발하기도 했다.

정석윤 한양대 교수는 인터뷰에서 "지금은 주식보다 채권이 매력 있기 때문에 주식투자자들은 채권 보유 비중을 늘려서 주식 투자 손실의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김기훈 기자

―현재의 주식시장을 어떻게 보나?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양대 축이 있다. 하나는 금리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의 경영실적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들의 차입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서 주가가 하락하고, 경영실적이 나빠도 주가는 하락한다. 금리와 경영실적이 이와 반대로 움직이면 주가는 올라간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10여년간 금리 뉴스가 주식 시장을 지배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미국이 급격히 금리를 올리면서 금리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이 대폭 줄어들었다. 현재의 높은 금리 수준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것인지 여부는 아직 변수로 남아 있지만, 이제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뉴스는 기업 실적이다.”

―기업 실적 상황은?

“금리 인상이 시작된지 벌써 1년 반이 지나면서 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실적 발표와 함께 향후 실적 전망(가이던스)도 함께 발표하는 곳이 있는데, 금융정보 분석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 지수 소속 기업 가운데 10월말 현재 4분기 실적에 대해 긍정적 가이던스를 발표한 곳이 14개사, 부정적 가이던스가 28개 회사였다. 또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9월 예측에서는 4분기 실적(주당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8.3%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가, 10월말 예측에서는 5.3%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실적 예상도 갈수록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금리 하락이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실적 예상치가 하향 조정되면 주가는 더 이상 오르기 힘들다. 내년 1월말부터 발표되는 2023년 4분기 실적이 예상치에 미달하면 주가는 다시 조정을 받을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기업 실적 예상치가 둔화되면서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27일 뉴욕증권거래소./로이터 연합뉴스

―다른 근거를 댄다면?

“기업의 영업 레버리지로 인해 매출이 증가하면 이익 증가율은 매출 증가율보다 더 높아지고, 매출이 감소하면 이익 감소폭은 매출 감소율보다 더 커진다. 그러므로 매출 성장세를 유심해 지켜봐야 하는데, 미국 기업들의 매출 성장세는 둔화되는 추세이다.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S&P 500 기업 중 62%가 시장 기대치보다 높은 매출을 공개했지만, 이는 직전 분기의 65%, 5년 평균 68%, 10년 평균 64%보다 낮은 수치이다. 또 매출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3분기에 11.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7분기 연속 하락하게 된다.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이익률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주식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 단기 채권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월말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내년도 S&P 500 기업의 예상 이익을 S&P 500 시가총액으로 나누면 수익률이 연 5.49%이다. 현재 3개월~1년 만기 미국 국채의 이자율(금리)이 5.5%에 가깝고, 10년 만기 미국 국채 또한 이자율이 연 4.85%로 20년 평균보다 높다. 또 미국 투자적격 등급 단기 회사채의 수익률은 연 5.8%이다. 투자적격등급 단기 회사채의 가격 변동성은 주식의 5분의 1 밖에 안된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 또는 투자적격 등급의 회사채에 대비해 볼 때, 위험성이 훨씬 높은 미국 주식의 매력도는 상당히 낮아 보인다.

따라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우량 주식을 사면서 동시에 채권도 사서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채권을 사면 높은 이자율을 챙길 수 있고, 미국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격 상승으로 시세 차익도 노릴 수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주식과 채권의 투자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하나?

“투자를 할 때 보통 주식 60%, 채권 40%로 하라고 한다. 지금은 채권 60%, 주식 40%로 할 시기이다. 현재 단기채권 이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미국 단기 국채나 단기 투자적격 회사채를 사는 것을 추천한다. 국내 증권사들이 운용비용이 저렴한 미국 단기채권 ETF(상장지수펀드)를 이미 많이 내놓았다.”

―미국 주식 시장은 언제쯤 회복할까?

“내후년쯤 되어야 할 것 같다. 특히 주가 흐름이 확실해지려면 고금리의 효과가 완전히 경제에 반영되어야 한다. 고금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고용지표와 성장률을 발표하고 있지만, 고금리로 인한 경기 둔화가 시장에 반영되는 시기를 기다리는게 현명하다고 본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내년 후반에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

굳이 지금 주식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경기 둔화 와중에도 매출이 계속 늘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를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AI(인공지능)와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회사는 불황 속에서도 앞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한국 주식 시장은?

“국내 상장사 주가는 미국보다 많이 하락해 상대적인 가격 매력이 있다. 다만 2차 전지나 선거 관련 등 테마주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AI나 클라우드 서비스, 제약업체, 게임 등 분야에서 수익성과 성장성이 좋은 우량 종목을 골라내야 한다. 한국 외에도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은 일본 시장, 미국과 공급망 체인을 강화하고 있는 인도·멕시코·인도네시아를 주목할만하다.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에 성공하려면 좋은 주식을 주기적으로 분할 매수해 오래 갖고 있어야 한다. 주가는 천천히 횡보하다가 어느 순간 급등하기 때문이다. 주식은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 매우 큰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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