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서울·의정부·양주 오간 탈주범 김길수… 전화 한 통에 덜미
특수강도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다가 병원 치료 중 달아난 김길수는 서울과 의정부, 양주를 오가며 도주를 이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흘간 도주생활을 한 김씨는 지인에게 건 전화 한 통에 결국 덜미가 잡혔다.
7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6시20분쯤 안양시 동안구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에서 진료받던 중 자신을 감시하던 서울구치소 관계자들에게 “화장실을 사용하겠다”고 요청하고, 수갑 등 보호장비를 잠시 푼 사이 빈틈을 타 환복 후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오전 7시47분쯤 의정부에서 지인 A씨와 만난 김씨는 그에게 현금 10만원을 받고 택시를 타 친동생이 있는 양주로 이동했다. 양주에서 동생으로부터 80만원을 받은 김씨는 서울로 향했다. 이어 노원역과 뚝섬유원지역을 거쳐 고속버스터미널역에 도착했다. 김씨는 오후 9시40분쯤 고속버스터미널역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이후 행적이 묘연한 상태였다.
김씨의 진술에 따르면 이후 그는 고속버스터미널역 인근을 돌아다니다가 택시를 타고 노량진으로 이동했다. 노량진에서 배회하던 그는 5일 오전 2시쯤 택시를 타고 동생이 있는 양주로 다시 향했다. 김씨는 자신이 추적되고 있는 것을 의식해 동생의 집에 가지는 않고 인근 건물 주차장 등에서 머물렀다고 진술했다.
양주에서 하루를 보낸 김씨는 6일 오후 8시쯤 버스를 타고 A씨가 있는 의정부로 갔다. 의정부에서 김씨는 PC방에 들러 자신에 관한 언론 보도 등을 검색했다고 한다. 김씨는 오후 9시10분쯤 의정부 가능동의 한 공중전화를 이용해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경찰의 위치 추적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당시 밀착감시 대상이었던 A씨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휴대전화에 뜬 번호가 김씨임을 직감하고 곧바로 위치를 추적했다. 이어 발신지인 의정부시 가능동 공중전화로 경찰이 출동했고, 10여분 만인 오후 9시24분 김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김씨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옷을 갈아입거나 대중교통 환승을 자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김씨는 검은색 계열의 상·하의를 입고 있고 도주했다가 베이지색 계열의 상·하의로 갈아입었으나, 최종 목격 때에는 또다시 검은색 계통의 가을용 점퍼로 갈아입었다.
김씨는 도주를 결심한 이유와 관련해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우발적으로 도주를 결심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숟가락을 삼킨 이유와 관련해서도 “교도소에 가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그랬다”고 말했다. 체포 직후 경찰서로 압송되기 전 취재진의 물음에도 “계획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가 이번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그가 임대인으로 올해 2건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최근 한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했는데 오는 10일이 잔금 지급일로 1억5000만원 가량을 받기로 돼 있었다”면서 “평생 도망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지는 않고 이 돈을 받아 변호사 선임비 등에 충당하려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직업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범행으로 교도소를 드나들었던 그가 어떻게 주택을 소유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주택 임대차 계약과 관련해) 위법성이 있는지 수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경찰은 김씨의 신병을 이날 오전 4시쯤 서울구치소에 인계했다. 또 김씨의 도주를 도운 지인 A씨를 범인도피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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