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직급체계 단순화와 승격/승진제도
최근 대기업 직원들의 명함을 보면 몇 년 정도 근무했고 어느 정도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 수 없다. 과거에는 사원-주임-대리-과장-차장-부장-담당(이사대우)-이사-상무-전무-부사장-사장-부회장-회장으로 직급체계가 되어 있었다. 대리라면 입사 5년차 정도로 어느 정도 실무에 있어 책임을 가지고 일하는 수준이며, 과장이라면 입사 10년 전후이며 알아서 후배 지도하고 자신이 알아서 일을 추진해 간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회사마다 차이가 있다. 주임, 선임, 책임, 수석이라는 직급이 생겨났고, 그냥 프로라는 호칭만 있어 근속을 판단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삼성, LG, SK,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은 기존의 직급체계를 단순화 내지는 과감히 폐지했다. 직급체계 단순화를 통해 의사결정의 신속, 수평적 문화 활성화, 승진탈락에서 오는 사기 저하 방지, 인력운영의 유연성을 도모하고, 향후 직무와 직책 중심의 인사로의 전환을 가져가고 있다.
팀원의 직급체계 단순화는 표면적으로는 수평문화 구축을 강조하지만, 사실은 성과 역량 중심의 인사로 가겠다는 의미가 강하다. 과거 3~5년 주기의 승격이었을 때에는 발탁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직급체계 단순화 이후는 8~10년 주기의 승격이고, 4년차부터 성과와 역량이 뛰어난 직원은 발탁이 이루어진다. 4년 이상을 빨리 승격이 이루어져진다. 사원에서 팀장, 팀장에서 임원의 초고속 승진이 가능해졌다.
팀장 이후의 직급체계 단순화는 기존의 직위(이사~회장) 중심의 승격은 갈수록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철저하게 직책 중심으로 변하는 추세이다. 임원으로 본부장, 부문장, 대표이사 직책을 맡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직급체계의 단순화는 회사의 업의 특성, 회사의 규모와 성숙 정도, 경영진과 구성원의 니즈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필자가 근무했던 회사는 과거 임원의 직급체계를 5단계(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에서 3단계(상무, 부사장, 사장)로 단순화하였다. 문제는 상무였다. 기존의 신임이사부터 본부장이 아닌 전무까지 상무로 있다 보니, 상무1년차부터 15년차까지 있게 되었다. 이들의 급여체계는 직위급과 회사 성과에 따른 성과급으로 구성되어 회사 성과가 없을 때에는 상무의 급여가 동일하였다. 임원의 직급체계와 보상구조가 이렇다 보니, 회사는 급격하게 안정을 취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결국 전무를 부활시키고, 보상의 구조를 성과 연동형 보상제도로 전환하였다. 직급체계의 축소는 직장인의 가장 큰 꿈인 승진제도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직급체계 단순화와 승진의 이슈
지난 30년 이상, 기업의 인사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해 온 결과, 직급체계 단순화와 승진제도 개선과 관련해서 고려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직급에 대한 명확한 정의, 심사기준, 심사프로세스가 구비되어 있는가?
2) 직급 승격이 관계 중심이 아닌 성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3) 직급 승격 심사로 승진 포인트제도, 도전과제 발표, 면접 등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는가?
4) 승격에 대한 현장 조직장의 권한은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
5) 회사의 승격율 관리 원칙이 있는가?
6) 발탁 승격, 직급 정년제, 자동 승격제 등의 도입에 대한 검토했는가?
7) 임원 직급체계의 운영과 직급간 승진 정년제, 승진 심사 등을 하고 있는가?
8) 직급체계 단순화에 따른 승격가급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
9) 직무와 직책 중심의 승진제도로의 전환을 고려했는가?
10) 승격 또는 승진의 정체와 탈락자의 불만에 대한 검토를 했는가?
이러한 고려사항을 감안하여 최근 국내 기업의 직급체계와 승격, 승진제도의 동향을 크게 6가지로 살펴 볼 수 있다.
첫째, 직책과 직급의 분리이다.
개인이 담당하고 있는 직무의 역할과 자격 개념을 명확히 차별화하고 승격과 승진을 분리 운영하고 있다. 직급은 역할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기본적 자격을 의미하고 직급의 상승을 승격이라 하며, 직책은 책임과 권한을 가진 역할단계로 직책의 상승을 승진이라 한다.
둘째, 직급/연공 기준 인사에서 탈피, 직책(Post)/역량 기준 인사로의 이행이다.
직원의 역량• 전문성 향상 지원 및 전문역량의 활용도를 강화하고, 전문성 심화와 성장 비전 제시를 동시에 실현하는 직무의 전문성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셋째, 직급단계를 대폭 축소하여 브로드밴딩(Broadbanding)化
동일 직급안에서의 인력 활용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강화하고, 승격이나 승진 탈락에서 오는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하고, 직원들의 직급(승격과 승진)을 통한 동기부여를 성과급 차별화를 통한 동기부여와 자극으로 가져가고 있다.
넷째, 승격과 승진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로 회사가 지향하는 인재상 구현을 촉진하고 있다.
평가결과에 기초한 승격과 승진 포인트제도의 운영 및 일부 특정 직급이나 직책의 면접을 통해,기준과 프로세스가 불투명한 밀실형 인사에서 예측가능한 열린 인사로 전환을 이루어가고 있다.
다섯째, 우수인재의 확보, 유지를 위한 발탁인사를 제도화하고 있다.
직급체계의 단순화를 가져간다고 해도, 직원 중 역량과 성과가 탁월한 인력에 대해서는 Fast Track을 통해 조기 승격과 승진기회를 부여하여 조직의 안정과 공평지향의 문화를 방지하고, 우수한 인재의 조기 관리자, 경영자로의 선발을 가져가고 있다.
여섯째, 수평적 문화 구현을 위한 호칭제도의 변화이다.
직급체계 단순화와 연계하여 많은 기업들이 직원 호칭을 ‘님’, ‘매니저’, ‘프로’ 등의 호칭을 통일하여 직급 차이에서 오는 벽을 허물어 가는 경향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과의 공정하고 투명한 문화 형성이다.
직급체계 단순화와 승진제도 개선은 구성원의 전문성을 키우고 회사의 성과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져가야 한다. 근무하면 할수록 정체되어가는 구성원이 승진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높은 성과를 내는 직원은 발탁되어야 한다. 승진하기 위해 스스로의 역량을 발굴하고 개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승진 발표가 공지되었을 때, 될 사람이 되었고 모두가 축하해 주는 공정하고 투명한 승진이 되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승진자를 도저히 예측할 수가 없어 “매년 승진발표가 가장 긴장감이 있다.”, “어떻게 저 사람이 승진을 했어?”, “김전무 편에 있으면 다 승진하네.”, “역시 00실 사람들은 달라.” 등의 부정적 이야기들이 회자되면 곤란하다. 아무리 좋은 인사제도가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공정성과 수용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직급체계의 단순화와 승격 승진제도 개선은 결국 성과를 기반으로 한 직무와 직책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 올바른 인사원칙과 제도의 설계와 실행이 이루어지도록 경영자, 인사부서, 현업 조직장 그리고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문화가 정착되도록 다양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활용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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