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32억살’ 최고령 블랙홀 발견의 의미는?
엑스선 탐지 ‘찬드라우주망원경’이 발견
일반 은하 블랙홀보다 훨씬 무거운 특징
나이가 무려 132억 살인 블랙홀이 우주에서 발견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블랙홀 가운데 최고령이다.
미국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관측소 소속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연구진은 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을 통해 우주가 시작된 대폭발 현상인 ‘빅뱅’ 이후 4억7000만년만에 형성된 블랙홀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빅뱅은 137억년 전 발생했기 때문에 이번에 발견된 블랙홀은 132억년 전 생긴 셈이다. 천문 관측 사상 가장 오래된 블랙홀이다.
블랙홀 나이 계산은 현재 관측되는 블랙홀 질량을 측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블랙홀 질량은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엑스(X)선 밝기로 알아낸다. 엑스선 밝기가 강할수록 질량이 무겁다. 질량을 알아내면 블랙홀과 관련한 다른 관측 정보를 조합해 블랙홀이 되기까지의 별 생애를 역산해 나이를 알아낼 수 있다.
블랙홀은 태양보다 거대한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한 뒤 덩치가 쭈그러들며 남은 천체다. 중력이 워낙 강해 주변 물체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다.
블랙홀의 중력은 시간 흐름도 지연시킨다. 블랙홀 근처로 우주비행을 떠난 아버지(매튜 맥커너히 분)가 수십년 뒤 태양계로 돌아와보니 지구를 떠날 때 10대이던 딸(제시카 차스테인 분)이 노인이 된 상황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미국 영화 <인터스텔라>에 묘사돼 있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블랙홀을 엑스선 감지에 특화된 찬드라 우주망원경으로 발견했다. 찬드라 우주망원경은 1999년 NASA가 발사했으며, 지구에서 최대 13만㎞ 떨어진 우주에 떠 있다.
이번 발견에는 인간이 만든 망원경뿐만 아니라 우주의 자연적인 도움도 큰 몫을 했다. 바로 ‘중력 렌즈’다. 중력렌즈는 강력한 중력을 가진 천체가 주변의 시공간을 구부리면서 일종의 돋보기 역할을 하는 현상이다.
NASA는 공식 자료를 통해 “지구에서 35억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벨 2744’ 은하가 중력렌즈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찬드라 우주망원경과 아벨 2744 은하, 그리고 이번에 발견된 블랙홀을 품은 UHZ1 은하가 일직선에 놓인 것이다. 사람(찬드라 우주망원경)이 손에 돋보기(아벨 2744은하)를 들고 작은 개미(UHZ1)를 관찰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UHZ1 은하 속 블랙홀에서 나오는 엑스선이 아벨 2744를 통과하며 원래 세기보다 4배 증폭됐다. 너무 흐릿해 놓칠 수도 있던 엑스선을 잡아낸 것이다.
나이 말고도 이번에 발견된 블랙홀의 특징은 또 있다. 엄청난 질량이다. 태양의 최대 1억배다. 이번 블랙홀은 자신이 속한 은하의 전체 별과 비슷한 질량을 갖고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몸무게 70㎏인 사람이 70㎏짜리 짐을 지고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일반적인 은하는 다르다. 은하 중심 블랙홀 질량이 은하 속 별 전체 질량의 0.1%에 불과하다. 몸무게 70㎏인 사람이 0.07㎏짜리 짐을 진 것과 비슷하다. 연구진은 “이번 블랙홀은 서서히 성장한 것이 아니라 애초 거대하게 태어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된 블랙홀보다 2900만년 더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블랙홀도 분석 중이다. 적외선 관측에 특화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발견했는데, 향후 엑스선 관측으로 정확한 나이를 확인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최고령 블랙홀’ 자리가 바뀔 수도 있다.
빅뱅 시점에 최대한 근접한 증거물이 많을수록 우주 탄생 직후 환경을 더 생생하게 가늠할 수 있다. 연구진은 “여러 관측 자료를 조합해 초기 우주의 더 정확한 그림을 그리는 데 이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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