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단명한 공매도 금지 효과…'숏커버링' 끝났나
증시 전문가들 "향후 장세는 펀더멘털이 결정"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시행되자 전례 없이 급등했던 주식시장이 하루 만인 7일 3% 넘게 급락하면서 공매도 금지 효과가 단명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날 주가지수를 역대 최대폭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인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하며 조정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전날 하루 동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1조2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순매도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빌려서 판 주식을 갚기 위해 사들이는 '숏커버링'에 따른 수급 개선 효과는 예상보다 더 빨리 소멸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숏커버링 물량 단기 소진…이차전지株 등 조정
전날 급등했던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이날 일제히 조정을 받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낮 12시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9.52% 하락하고 있으며 POSCO홀딩스는 12.07% 내리고 있다.
전날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던 포스코퓨처엠은 12.30% 하락하고 있다.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은 22.76%, POSCO홀딩스는 19.18% 급등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전날 상한가를 기록했던 에코프로는 치열한 매매 공방 속에 1.93% 내리고 있으며, 함께 상한가를 기록했던 에코프로비엠은 8.70% 하락 중이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는 전날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오름폭(134포인트)의 절반 이상을 반납하고, 77.62포인트(3.10%) 내린 2,424.75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도 28.53포인트(3.40%) 떨어진 810.92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7천억원, 코스닥시장에서 4천850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이날은 현재 1천900억원과 2천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숏커버링을 하기 위한 수급이 어제 들어왔는데 이제 그런 부분은 일정 부분 소화가 됐다"며 "오늘 매도 물량은 어제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물량으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외국인 매수 물량의 대부분은 공매도 중지에 따른 숏커버링 물량으로 증시 급등의 주된 동력이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주에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됐고, 코스피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들이 대거 급등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숏커버라는 게 일정 부분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성격이지 계속 있는 물량은 아니다"며 "어제 너무 많이 올랐는데 예상하지 못한 제도 변화에 따라 시장이 이상 반응을 한 것이지 추세적 반응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보면 공매도를 금지했을 때 올라 봐야 1~2주 동안 6% 정도 올랐는데 어제는 한 번에 5% 올랐다"며 "공매도 금지 효과들은 대부분 반영됐다고 봐야 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숏커버링 물량(매수세)이 1차적으로 청산돼서 지금 증시가 조정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제 국채 금리 상승 등 매크로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아 차익 실현 성격도 일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잔고 남았지만…추가 매수 여부는 불투명
공매도 잔고 변동은 파악하는 데 사흘 정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전날 외국인투자자의 숏커버링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잔고 금액은 연초 9조3천606억원에서 이달 1일 현재 11조4천270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며, 시총 대비 비중은 0.53%에서 0.62%로 확대됐다. 코스닥시장 공매도 잔고 금액은 같은 기간 2조8천238억원에서 5조6천155억원으로 늘었고 비중은 0.91%에서 1.55%로 높아진 상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숏커버링 물량은 정확한 수치가 아직 안 나와서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코스피 기준으로 할 때 아직 차익 공매도 잔고가 남아 있고 잔고가 연초 대비 늘어난 수준에서 급격히 빠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숏커버링 매수세가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매도가 금지되더라도 공매도 잔고를 한꺼번에 청산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추가 매수 여부 향후 주가 전망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주가가 급등할 거 같으면 주식을 되사야겠지만 어제 하루 만에 급등장이 끝난 거로 보는 입장이라면 주식 빌린 거에 대한 이자를 감내하더라도 버틸 것"이라며 "공매도가 금지됐으니까 공매도 잔고가 다 풀려야 된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장세는 펀더멘털이 결정"
공매도 금지에 따른 단기 수급 개선 효과는 오래 지속하기 어렵고, 결국 향후 장세는 펀더멘털(기초여건)에 의해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석환 연구원은 "정부 공매도 금지로 인한 수급 효과는 단기적이기 때문에 기업의 펀더멘털에 대한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외국인이나 기관의 현물 매도가 계속되면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선 연구원은 "앞으로 외국인들은 숏커버링 물량에 있어 본격적으로 매수세를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종목별로 차별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실적주 위주로 접근할 가능성 있다"고 봤다.
정명지 연구원은 "논의의 초점을 너무 공매도에 맞추다 보니 과잉 해석하는 측면이 있다. 장기 금리 급락으로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모두 오름세인데 우리나라는 공매도 금지로 인해 오름폭이 더 커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어제 숏커버링 효과로 너무 많이 올라서 오늘은 어제 급등한 것을 되돌리는 중이지만 증시의 상승 방향성에 대해선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정환 연구원은 "수급 효과 이후에 주가가 진정되면 결국 시장은 펀더멘털로 복귀할 텐데 3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았고 수출 지표도 잘 나오는 등 턴어라운드 기세가 아직 살아 있어서 코스피는 연말까지 2,400~2,600 사이에서 움직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웅 임은진 송은경 이민영 기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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