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어 빙의' 비카리오, 4골 내주고도 평점 9..."믿을 수 없는 선방쇼" 극찬
[OSEN=고성환 기자] 4골을 허용했지만, 그래도 빛났다. 굴리엘모 비카리오(27, 토트넘 홋스퍼)가 눈부신 선방쇼를 펼쳤다.
토트넘은 7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에서 첼시에 1-4로 역전패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데스티니 우도지, 두 명이나 퇴장당한 게 뼈아팠다.
이로써 시즌 첫 패를 당한 토트넘은 승점 26(8승 2무 1패)에 머무르며 선두 탈환에 실패했다. 맨체스터 시티(승점 27)가 그대로 1위 자리를 지켰다. '런던 더비' 승자가 된 첼시는 승점 15(4승 3무 4패)를 만들며 10위로 점프했다.
출발은 좋았다. 토트넘은 전반 6분 행운이 따른 선제골로 일찌감치 리드를 잡았다. 오른쪽에서 때린 데얀 쿨루셉스키의 슈팅이 수비에 맞고 크게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이후로는 악몽 같은 밤이었다. 전반 27분 로메로가 박스 안에서 공을 걷어내다가 엔소 페르난데스의 발목을 거칠게 밟았다. 마이클 올리버 주심은 직접 온필드 리뷰를 본 뒤 페널티킥과 다이렉트 퇴장을 선언했다.
콜 파머가 키커로 나섰고, 그의 슈팅은 굴리엘모 비카리오 손에 맞고 들어가며 동점골이 됐다. 순식간에 리드도 잃고, 선수도 잃게 된 토트넘. 10명으로 싸워야 하는 토트넘은 곧바로 브레넌 존슨을 빼고 에릭 다이어를 투입하며 수비 라인 정비에 나섰다. 다이어의 올 시즌 첫 출전이었다.
치명적인 부상 악재까지 연달아 닥쳤다. 핵심 미드필더 매디슨과 핵심 수비수 반 더 벤 모두 부상으로 쓰러졌다.
전반 41분 매디슨이 혼자 발목을 잡고 드러누웠고, 3분 뒤엔 반 더 벤이 스프린트하던 도중 오른쪽 허벅지 뒤쪽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급하게 달리다가 햄스트링 근육에 문제가 생긴듯했다. 토트넘은 급하게 두 선수를 빼고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와 우측 풀백 에메르송 로얄을 넣었다. 반 더 벤은 절뚝이며 의료진 부축을 받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9분 우도지까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경기장 위 토트넘 선수는 9명이 됐다. 이미 옐로카드를 받았던 그는 무리한 태클로 라힘 스털링을 넘어뜨리며 두 번째 경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수비 라인을 중앙선 부근까지 높이 올렸다. 위기도 많았지만, 비카리오의 선방쇼로 가까스로 균형을 이어갔다. 하지만 끝까지 버틸 순 없었다. 계속해서 뒷공간을 노출한 토트넘은 니콜라 잭슨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경기 결과와 별개로 비카리오는 박수받아 마땅했다. 그의 맹활약이 아니었다면 토트넘은 일찍 추가 실점을 내주며 대참사를 맞았을 가능성이 크다. 비카리오는 초반부터 선방쇼를 펼치더니 후반엔 첼시의 롱패스를 번번이 걷어내며 스위퍼 역할까지 맡았다. 마치 바이에른 뮌헨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가 생각나는 모습이었다.
이날 비카리오가 박스 밖으로 뛰쳐나가 공을 걷어낸 횟수만 6번이나 됐다. 경기 초반 잭슨의 결정적인 슈팅과 후반 마르크 쿠쿠렐라의 골문 앞 슈팅을 얼굴로 막아내는 등 몸을 던지는 선방쇼도 인상적이었다. 팔머의 페널티킥도 손끝으로 건드리며 거의 막을 뻔했다.
현지 매체들도 일제히 비카리오를 최고 선수로 뽑았다.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는 "비카리오는 믿을 수 없었다. 잭슨의 슈팅 절반 정도는 뛰어난 선방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늦은 시간 득점은 어떻게 막을 수 없었다. 또한 쿠쿠렐라의 슈팅을 막기 위해 용감하게 몸을 날렸고, 두 명이 퇴장당했을 때 공을 걷어내며 완벽히 라인을 지켰다'라며 평점 9점을 매겼다.
'풋볼 런던'도 마찬가지였다. 매체는 "초반에 잭슨의 슈팅을 막으며 큰 선방을 해냈고, 파머의 페널티킥도 거의 잡을 뻔했다. 후반에 용감하게 얼굴로 쿠쿠렐라의 슈팅을 막아낸 걸 포함해 여러 차례 훌륭한 선방을 보여줬다. 막판 가까운 거리에서 내준 실점에 대해선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비카리오는 훌륭했다"라며 평점 9점을 부여했다.
경기 후 비카리오는 '스퍼스 플레이'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우리는 오늘 밤 많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라며 동료들을 격려했다.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남겼다. 비카리오는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런 경기를 치르고 나선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심지어 9명으로 싸우게 됐지만, 우리는 정말 노력했다. 1-4로 졌는데도 결국 모든 팬들이 그렇게 박수를 보내준 건 처음이다.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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