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재점령' 간보나…네타냐후 "무기한 안보책임"
총리 사견 아닌 듯…정부 기자회견서도 '궁극적 안보책임' 운운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재점령 가능성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꺼내고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6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 인터뷰에서 전쟁 뒤에 누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느냐 물음에 이스라엘의 역할을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정해지지 않은 기간에 걸쳐 전체적인 안보책임을 가질 것으로 본다"며 "우리가 그런 책임을 지니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그런 안보 책임을 가지지 않았을 때 우리에게 터진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하마스 테러였다"고 덧붙였다.
이는 하마스 해체를 위한 군사작전이 끝난 뒤에도 이스라엘이 자국 안보를 위해 필요할 때까지 가자지구 통치에 관여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아랍·이스라엘 전쟁에서 이겨 가자지구, 동예루살렘, 요르단강 서안을 점령했다.
그러다가 2005년 가자지구에서는 정착촌과 군대를 철수시켰으나 이듬해 하마스가 집권하자 분리장벽으로 자국 안보를 강화했다.
하마스는 지난달 7일 장벽 너머로 군사 조직원들을 침투시켜 잔혹행위와 함께 이스라엘인과 외국인 1천400여명을 살해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존이 불가능한 극단주의 테러세력으로 보고 가자지구 내에서 이들을 궤멸하는 군사작전을 지속하고 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종전 뒤 가자지구의 미래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듯한 면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CBS방송의 시사 인터뷰에 나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협상을 통해 서로 주권을 인정하고 분쟁 없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타냐후 총리의 이날 발언이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달 발언에 대한 반박이라고까지 해설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지난달 이스라엘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전쟁 목표와도 두드러진 온도 차가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의회에 출석해 가자지구 전쟁을 ▲하마스 전면해체 ▲숨은 저항세력 제거 ▲새 안보체계 구축 등 3단계로 나눴다.
특히 갈란트 장관은 궁극적 목표인 3단계를 두고 "가자지구에 새 안보체제를 만드는 것, 가자지구의 일상생활에 대한 이스라엘의 책임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무기한 안보책임론이 과도기적 개입인지 재점령에 가까운 것인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이스라엘 관리들에게서도 같은 원칙이 소개되는 등 이런 입장이 네타냐후 총리의 개인적 견해는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관리는 지난 5일 히브리어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전쟁이 끝난 뒤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상당한 통제력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궁극적으로 안보 책임을 갖지 않는 상황은 어떤 경우에도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를 복구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란다"며 "'탈나치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런 (유대인을 죽이려고 시도하는) 문화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다수 국가에서 테러단체로 규정된 하마스와 달리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으며 요르단강 서안 일부를 통치하고 있다.
전쟁 점령지에 정착촌을 세우는 것은 유엔 헌장 위반인 만큼 현재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을 대놓고 지지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미국과 아랍국들은 전쟁 뒤 어느 시점에 통치기능을 강화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가자지구 통치권을 돌려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때까지 다국적군이 가자지구에 주둔해 치안을 유지하는 가운데 아랍국들이나 유엔 등이 과도기적 통치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물밑에서 논의되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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