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가자지구 주민을 강제 이주시킨다"는 이스라엘 문건 논란…가능성 있나?
김혜영 기자 2023. 11. 7. 12:03
지난달 13일, 이스라엘의 정보부가 가자지구 주민을 이집트 시나이 반도로 이주시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지난달 28일 이스라엘 언론을 통해 최초 보도됐습니다. 이스라엘 언론이 입수한 이 10장짜리 기밀문서에는 총 3가지의 방안이 제시되어 있었는데, 이 가운데 '가자지구의 주민을 이집트 시나이 반도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권장했습니다. 과연 이스라엘 정보부가 거론한 이 구상, 실현 가능성이 있는 걸까요?
이스라엘 정보부 문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문건에서 제시한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1) 하마스와의 전투 지역, 즉 가자지구 북쪽에서 비전투원인 민간인들을 대피시킨 뒤, 2) 이들을 이집트 시나이 반도의 텐트촌으로 이주하도록 하고, 3) 나중에 이들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돕기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와 도시를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 건설함과 동시에 4) 이스라엘 국경 근처로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이스라엘 안에 보안 구역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이 문건이 공개되자 이스라엘 총리실은 가상의 상황을 다룬 일종의 '개념 문서'일 뿐이라고 의미를 일축했고, 한 당국자도 구속력이 없는 문건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런 구상을 유럽 당국자들과의 회의에서 내놓으면서 '이집트가 이런 방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이야기한 사실이 FT 등 외신들에 보도됐습니다. 이룰 두고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이런 '전후 청사진'을 염두에 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설령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 방안을 적극 추진하려 한다고 해도,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저희에게 자문해 준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일단 이스라엘 당국조차 공식적으로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당국도 예상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현재로선 "No"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 대변인은 "1948년에 일어난 일, 즉 이스라엘 건국 선언 이후 벌어진 아랍·이스라엘 전쟁으로 주민 수십만 명이 쫓겨난 것과 같은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새로운 전쟁을 선포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원래 팔레스타인 난민 유입을 원치 않아 왔던 이집트도, 총리 모스타파 마드불리의 메시지를 통해서 이런 계획을 완전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장지향 ㅣ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
난민촌을 계속 허락한다면 이집트 국경에서 시나이 난민촌이랑 이스라엘이랑 또 교전을 하겠죠. 그러면 이집트 정권으로서는 그런 불안정한 상황을 자기네 영토 내부에서 일어나도록 두고 본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일 것 같아요. 그래서 라파 국경도 그렇게 열지 않았었던 거고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의 주요국들도 이집트 정부가 일시적인 난민 수용조차 반대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스라엘 당국 측의 구상이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유럽연합 (EU) 정상들은 이집트가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하지만, 난민 수용의 압력까진 받아선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브랜든 아이브스 ㅣ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조교수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이스라엘의) 전반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집트도 그런 방안에 대해 굉장히 불만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집트는 아랍 국가 중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협정을 맺은 최초의 국가입니다. 이 방안은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관계에 엄청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30만 명이나 되는 인원을, 그것도 다른 국가의 주권 영향력이 행사되는 곳에 이주한다는 건 그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브랜든 아이브스 ㅣ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조교수
또 다른 큰 문제는 사막을 가로질러 시나이 반도 북부로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동·운송상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걸 위한 합치된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남식 ㅣ 국립외교원 교수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시나이 반도로 전부 소개(疏開)시키고 그렇게 해서 새로운 도시를 세워주는데 그거는 남의 주권의 영역에다가 집어넣는 거잖아요. 그렇게 이식된 대규모 이주지가 평온하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국가의 보호 아래 기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 이상하죠.
사실 이스라엘 정보부가 제안한 방안은 예전에도 극우주의자들이 주로 거론해 온 해법인데, 그때도 국제사회의 반발에 직면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혜영 기자 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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