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분석] '페이커', 전설은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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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혁은 지난 5일 중국의 LNG를 상대로 팀의 4강행을 견인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이상혁은 월즈 출전 시 4강 이상 진출, LPL 상대 다전제 무패 등 본인의 다양한 기록을 이어갔다. 특히 이 경기에서 놀라웠던 것은 이상혁의 경기력이었다. 이상혁은 이 날 본인의 T1 후배이자 월즈 우승자, 중국 LPL MVP인 '스카웃' 이예찬을 상대로 미드에서 완벽한 우위를 가져가면서 승리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빛난 것은 이상혁의 오리아나-아지르 구도에 대한 이해도였다. 1세트 시작부터 이상혁의 선택은 남달랐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오리아나로 '콩콩이 소환'이나 '난입' 룬을 선택한 뒤 q 스킬 '명령:공격'을 올리는 것과 달리, 이상혁은 '신비로운 유성' 룬을 선택한 뒤 w 스킬인 '명령:불협화음'에 3레벨까지 스킬 포인트를 투자했다. 이 경우 'q-w' 스킬 연계에 '신비로운 유성'까지 활용해 딜교환 면에서 빠르게 대미지를 쏟아부을 수 있다. 재밌는 것은 w 스킬을 선 마스터하는 빌드가 10년 전 유행했던 빌드라는 것이다. 오랜 경험을 가진 이상혁이 해당 빌드의 장점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이 가능하다.
룬 선택 뿐 아니라 심리전에서도 이상혁의 노련함은 빛났다. 1세트 경기 초반 이예찬의 '점멸'을 뺄 수 있었던 것 역시 상대방의 심리전에 속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지르를 플레이 한 이예찬은 정글러가 윗캠프에서 정글링을 시작한 것을 근거로 정글러가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딜교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상혁은 상대 정글러가 없다는 것을 간파한 듯 과감하게 딜교환을 시도, 상대 '점멸'을 빼는 것에 성공했다. 이 딜교환의 스노우볼로 경기 내내 오리아나가 미드 주도권을 강하게 잡았고, 이는 1세트 승리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
3세트에선 반대로 이상혁이 오리아나를 상대로 아지르를 플레이했다. 아지르의 오리아나 상대 전적은 2승 10패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지르로 오리아나를 상대로 승리한 두 경기에서 아지르를 잡은 것은 모두 이상혁이었다. 이상혁이 불리한 상성의 아지르를 잡고 오리아나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심리전에서의 승리가 뒷받침됐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역시 6레벨 타이밍이었다. 상대 오리아나가 6레벨이 되자마자 궁극기 '충격파'를 활용하며 딜교환을 시도했으나, 이상혁은 상대의 심리를 읽고 앞으로 대시하면서 상대 의도를 무산시켰다. 그 스노우볼로 상대의 첫 드래곤 시도를 막아낼 수 있었다.
이외에도 경기 중 이상혁의 노련함이 빛났던 장면은 셀 수 없이 많았다. 1세트 상대 조합과 본인의 성장을 고려해 '부서진 여왕의 왕관-밴시의 장막' 템트리를 선택해 위험 요소를 줄였다거나, 혹은 3세트 라인전 초반 상대의 귀환을 방해하면서 라인전 단계를 풀어낸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표상으로 봐도 이상혁은 최소 데스 2위, 골드 획득량 2위, 15분 골드 격차 1위(스위스 스테이지 이상 참가 선수 중) 등 빼어난 활약이 돋보인다.
이상혁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LOL 프로씬의 GOAT다. 그런 이상혁은 아직도 여전히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본인의 기량을 만개시키고 있다. 때로는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10년 전 젊은 패기를 불러온 듯한 라인전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상혁이 고척돔에서 다시 한 번 본인의 이름을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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