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점령’ 선 넘은 이스라엘… 우방국까지 등 돌리게 하나

■네타냐후 ABC인터뷰 파문
바이든 “점령은 실수” 경고에도
군대 무기한 주둔 가능성 시사
주변국 반발 예상… 확전 우려
이슬람협력기구 12일 정상회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실상 가자지구 무기한 점령 의사를 밝히면서 우방인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이란 등 시아파 국가들은 물론 우호적인 주변 중동국가들까지 등을 돌리게 할 수 있어 자칫 전쟁이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6일 미국 ABC 뉴스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이스라엘은 전후에 (가자지구에서) 무기한 전반적인 안보 책임을 질 것”이라며 “우리가 안보 책임을 지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안보 책임을 지지 않을 때 우리에게 닥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하마스 테러”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에도 가자지구에 군대를 무기한 주둔시키는 식으로 사실상 점령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국제사회 비판을 의식해 군대를 철수시키더라도 현재 일부 서안지구에서처럼 치안을 이스라엘이 맡는 방식을 동원해 향후 가자지구 통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가자지구 점령 불가는 물론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책으로 미국과 국제사회가 내놓은 ‘두 국가 해법’에 반하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 없이는 휴전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다만 미국이 요구하는 인도주의적 일시 교전 중지는 검토할 수 있음을 밝혔다. 미국의 가자지구 점령 불가 요구를 거부하는 대신 일시 교전 중지를 받아들여 줄타기를 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전술적인 교전 중지 문제를 언급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스라엘을 찾아 교전 중지를 요구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 대한 사실상 점령 의사와 휴전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국제사회의 반이스라엘 정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가 오는 12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여는 특별 정상회의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OIC는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잔인한 침략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7일부터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