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특효약은 왕성한 기업가정신[시평]

2023. 11. 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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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불확실성 대처 주체는 기업가
잔여청구권자 인센티브 중요
성과와 무관 땐 기회주의 조장
반기업적 규제의 전향적 폐지
첨단 산업 테스트 베드 활성화
법인·상속세 즉각적 개편 필요

이라크전쟁 전이던 2002년 2월,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은 언론을 향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진실은 우리가 아는 것이 있고, 우리가 그것을 아는 것을 아는, ‘알고 있는 아는 것(known knowns)’이다. 모른다는 것을 우리가 아는 것이 있다. 이를 ‘알고 있는 모르는 것(known unknowns)’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아직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이 있다. 이들이 바로 ‘모르는 것조차 모르는 것(unknown unknowns)’이다.”

당시 그의 이 말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경제학에서는 알고 있는 아는 것을 ‘확실성(certainty)’이라 하고, 알고 있는 모르는 것을 ‘위험(risk)’이라 한다. 그리고 모르는 것조차 모르는 것을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고 한다.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에는 존망이 걸린 핵심 과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판단’의 핵심 주체가 기업가다. 기업가가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최종 판단을 해서 기업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라 한다. 기업가는 불확실성 아래서 판단하는 의사결정 주체이므로 기업가정신은 자본·노동·자원(토지) 같은 생산요소 중 하나가 아니다.

기업은 생산요소를 결합해 특정 제품을 생산한다. 이때 각 생산요소의 역할은 대부분 명백하므로 대개 정해진 가격에 계약된다. 그러므로 생산요소의 고용계약은 기업이 적자를 내도 임금·이자·지대 등으로 일정한 몫의 배분을 보장한다. 즉, 자본가·노동자 등 생산요소 제공자들은 불확실성으로 초래되는 기업 성과에 영향을 받지 않고 ‘확정된(certain)’ 보상을 약속받는다. 반면, 불확실성 아래서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가는 생산요소들처럼 역할을 특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업가는 대개 생산요소 보상 후 ‘나머지(residuals)’를 그 몫으로 받는다. 경제학은 그래서 기업가를 ‘잔여청구권자(residual claimants)’라고 한다.

기업가가 잔여청구권자가 된 것은, 생산 결과 잉여가 기업가에게 가장 많이 돌아가게 하려 해서가 아니라, 그가 이윤 극대화에 매진토록 자극하는 최선의 방책이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특정하기 어려운 기업가에게도 성과와 무관하게 일정 몫이 보장된다면, 기업가는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기 쉬우므로 기업 성과의 극대화는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기업가의 불확실성 아래 의사결정(판단)이 기업가에게 잔여청구권자 지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면, 이를 생산요소 제공자들이 기업 성과와 관계없이 항상 받는 확정된 몫인 임금·이자·지대 등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또, 기업가정신 발현을 촉진하려면 잔여청구권자의 지위 공고화는 물론 그 보상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왕성한 기업가정신 발현은 창업을 촉진해서 일자리를 창출함은 물론, 더 품질 좋고 값싸며 지금까지 없던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도입해서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하므로 이를 조장할 이유가 있다.

특히, 기업가정신의 발현은 지금 우리나라처럼 생산요소 투입에 의한 경제 성장이 막을 내리고 생산성 향상만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 동원할 수 있는 핵심 방책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생산성 하락 등 구조적 요인, 미·중 헤게모니 갈등,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세계 자유무역 질서 후퇴 등 지정학적 요인이 경제 성장과 무역 중심 경제 체제에 엄청난 제약 조건과 불확실성을 부과하고 있는 지금, 이를 타개할 핵심 무기는 결국 기업가정신을 고양하는 것이다.

어떻게 기업가정신을 촉진할 수 있을까?

먼저, 기업 활동에 족쇄가 된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반하는 반기업적 규제를 전향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다음으로, 인공지능(AI)·블록체인·양자컴퓨터·로봇·반도체 등 첨단 산업 테스트 베드 도입을 활성화하고, 각종 법률·행정명령에 산재한 첨단 기업의 진입·활동 규제들을 모두 찾아내서 일괄 개혁해야 한다. 또, 기업가정신 발현에 획기적 인센티브가 될 수 있는 수준으로 법인세 인하와 상속세의 자본이득 과세 전환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와 국회의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을 기대한다.

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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