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70년 만에 첫 ‘킹스 스피치’…찰스 3세 직접 국정 발표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3. 11. 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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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선 전 마지막 회기
북해 석유·가스 신규 개발 등
정부 주요 정책 공개
일부 환경운동가들 개발 반대
17세기 벨라스케스 그림 훼손하기도
7일 영국 의회 개회식에서 70년 만의 ‘킹스 스피치’에 나서는 찰스 3세 영국 국왕
영화에서 봤던 ‘킹스 스피치(King‘s speech)’를 들을 수 있다. 1951년 이래 70년만이다.

7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은 즉위 후 처음으로 의회 개회식에서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법률안을 발표하는 연설을 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재임 기간 동안에는 ‘퀸스 스피치(Queen’s speech)’였던 까닭에 70년만의 킹스 스피치가 된다.

정부가 작성한 약 10분 분량의 연설문에는 리시 수낵 총리가 추진하는 보수당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들이 담길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수낵 총리가 보수당 지지층을 공략하고 노동당을 견제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담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의회 회기가 오는 2025년 1월 실시될 영국 총선 전 마지막 회기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회에 제안할 법안 패키지는 20여 개로 노조 파업시 철도 등 주요 부문에 대한 최소 서비스 수준 설정, 애플 아이폰 등 기업이 제공하는 보안·개인정보보호 기능에 대한 내무부 사전 승인 의무화, 임대료 시스템 개혁 등이 거론되고 있다.

BBC는 북해 석유·가스 신규 개발 허가, 단계적 담배 판매 금지, 잉글랜드 축구 신규 규제기관 설립, 피고인 선고공판 강제 참석, 해외 교도소 공간 임대, 절도 재범 시 징역형 의무화 등이 담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4일 리시 수낵 총리는 “인플레이션을 절반으로 줄이고 부채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불법 이민 등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킹스스피치는 영국 입헌군주제가 탄생한 과정에서 왕권과 의회 권력의 견제 과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행사기도 하다. 이날 행사는 찰스 3세가 버킹엄궁에서 의회가 있는 웨스트민스터로 이동하면서 시작된다.

비슷한 시각 의회 지하실에선 경비병들이 폭발물을 수색하는 절차를 시작한다. 이는 1605년 개신교도였던 제임스 1세 국왕을 암살하려던 카톨릭 반군의 화약 음모 사건에서 비롯된 절차다.

이후 국왕은 웨스트민스터에 도착해 왕을 위한 출입문으로 입장하고 상원에서 왕좌에 앉는다. 이어서 ’검은 막대기‘를 든 보안 담당 행정관인 ’블랙 로드‘가 하원으로 파견돼 의원들을 소환한다.

의회 개회식은 상원에서 열리는데 1642년 찰스 1세가 의원들을 체포하려다 폐위되고 재판 후 참수된 이후로 영국 군주는 하원 입장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찰스 3세는 관행대로 예복과 다이아몬드가 박힌 왕관을 착용하고 연설을 할 예정이다.

영국 군주는 의회 개회식, 신임 총리 임명 등의 국가 의례를 수행할 때 정부의 안내를 따라야 하는 헌법상 의무가 있다. 찰스 3세는 지난해 5월 거동이 불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대신해 연설을 한 경험이 있다.

한편, 지난 6일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 전시된 17세기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파손한 20대 기후 시위대 2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소속인 이들은 킹스 스피치를 앞두고 발표될 리시 수낵 총리의 북해 석유·가스 신규 개발 승인 건에 대해 반대하며 “석유와 가스 개발 허가는 수백만명의 생명을 뺏을 것이다. 예술과 삶과 가족을 사랑한다면 지금 석유를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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