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韓 맥주’ 편견 깨겠다” 청년 사업가 거침없는 도전
비용 높고 관리 까다로운 냉장유통 고집
창업 4년만에 ‘월드비어어워드’ 연속석권
암참 네트워크로 글로벌 시장도 정조준
“한국의 수제 맥주 회사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건 아예 사업을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 부분에서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원사라는 이점이 정말 크고, 특히 암참의 B2B 네트워크는 국내 사업에서도 정말 도움이 됐죠.”(박승원 오리지널 비어 컴퍼니 대표)
국내의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편의점 맥주 코너를 각양각색의 수제맥주 제품이 채우고 있다. 하지만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소위 ‘트렌드’를 따라가는 반짝 인기에 그친다. 브루잉 회사 보다는 특정 제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 관심이 오래 가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나의 제품이 아닌 브랜드로 승부를 보겠다며 등장한 토종 수제맥주 회사가 있다. 바로 2019년 설립된 오리지널 비어 컴퍼니(Original Beer Company, 이하 OBC)다. 국내 최초로 2년 연속 세계 맥주 대회 ‘2023 월드 비어 어워드’에서 월드베스트(World‘s Best) 상을 수상하며 품질을 입증했다.
특히, OBC는 올해부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원사로 소속돼있다.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인 만큼, 현지 네트워킹 구축 등에서 다양한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해외 사업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암참 회원사 간의 B2B 네트워크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OBC를 창업한 박승원 대표를 직접 만나 국내 수제맥주 시장 전망과 암참의 회원사 지원 프로그램 등에 관해 들어봤다.
▶ “암참 가입, 안하면 바보...B2B 네트워크 차원이 달라”=박승원 대표가 암참과 인연을 가지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지인을 통해 암참의 한 행사에 OBC 맥주를 소개하고 제공하게 됐다. 그 자리에서 참가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고, 마케팅 측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거뒀다. 이후 제임스 김 암참 회장과 만난 박 대표는 암참의 네트워크에 반해 회원 가입을 결심했다.
박 대표는 “암참의 회원사인 ‘오리지널비어컴퍼니’로 소개되는 것과 그냥 한국의 한 수제맥주 회사로 소개되는 것은 천지차이”라며 “암참 회원사만 800여 개가 넘기 때문에, B2B 네트워크를 생각하면 회원사로 가입하지 않는 것이 바보다”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박 대표는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수제맥주 특성상 선박을 통해 미국으로 제품을 옮기는 것이 어려워, 제품 수출 외에도 현지에 새로 양조장을 구축하거나 현지 양조장과 파트너십을 맺는 방향을 고민하고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암참의 지원을 기대해볼 수 있다.
박 대표는 “사실 아무런 기반 없이 미국 진출에 도전하는 건 ‘맨땅에 헤딩’과 같은데, 원래 같으면 3년이 걸릴 일을 1년 만에 해결할 수 있게끔 암참이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주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초기 시장 진출 시 미국 유통사 소개 등에서 암참의 광범위한 B2B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고, 특히 현지 브루어리 설립에 필요한 법적·세무적 제반 사항에 대한 가이드 등은 암참만이 제공해 줄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내 사업을 전개하는데 있어서도 이미 암참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암참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하면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번에 OBC를 소개할 수 있는 셈”이라며 “이달에도 암참 CEO 나잇이 열리는데, 국내외 주요 기업의 대표님들이 전부 오시기 때문에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최적”이라고 말했다.
암참은 ABC(아메리칸 비즈니스 센터)·KBC(코리안 비즈니스 센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한미 양국의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때 지역별 경제개발사무국이나 공공기관,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연결 등을 돕는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 “제품 하나 보다 OBC가 기억에 남아야”...‘품절 대란’ 만든 브랜드 마케팅=박승원 대표는 처음 OBC를 창업할 때 브랜드에 큰 공을 들였다. 제품 하나가 소위 ‘대박’이 나는 것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OBC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브랜드인 OBC를 들었을 때 특정 이미지가 떠오르도록 브랜드 아이덴티티(정체성)을 구축하는데 공을 들였다”며 “창업 후 3년 동안 꾸준히 ‘메모러블 모먼트(Memorable Moments)’라는 키워드를 지속적으로 강조했고, 사람들에게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는 맥주’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OBC 맥주는 구매자들 사이에서 ‘선물하기 좋은’ 맥주로 통한다. 일반적인 맥주와 달리 샴페인처럼 보틀 제품으로 생산되며 코르크 마개로 마감을 했다. 고급스럽고 예쁜 패키지로 선물용 맥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박 대표의 이러한 브랜드 마케팅 철학은 실제로 성공했다. 현재 OBC는 6종의 상시 판매 제품과 2종의 시즈널 제품을 더해 총 8종의 맥주를 판매 중인데, 이중 상당수가 품절 상태로 ‘없어서 못 구하는’ 상황이다.
OBC는 파주에 양조장을 두고 있는데, 현재 체제에서는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스팀 방식만이 아닌 양조사들이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직화 방식을 병행해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몰려드는 주문에 비해 생산량이 크게 낮아 박 대표는 현재 제2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현 공장에도 6개월 내에 소규모장비들을 추가로 도입해 현재 생산되는 수량보다 최소 2배 이상의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OBC는 모든 맥주의 처음부터 끝까지 냉장 유통을 고집하고 있다. 비용이 다소 높고 관리가 까다롭더라도 와인, 위스키, 꼬냑 등을 숙성시킨 배럴통에 맥주를 넣어 발효시킨 ‘배럴 에이징(Barrel Aging)’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박승원 대표는 한국 맥주가 맛없다는 편견을 깨고자 OBC를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맥주가 ‘소맥을 위한 들러리 술이다’, ‘맛이 없다’ 등 혹평이 크다”며 “미국 등 여러 현지 양조장을 경험하면서, 한국에서도 충분히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 세계에 알릴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풍부한 맛과 다양성을 제공해 한국 맥주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도 국내 수제맥주 브랜드가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봤다. 다만, 맥주 본질에 집중하지 않고 스케일 업에만 집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현재 많은 수제맥주 회사들이 맥주의 본질과 맛을 평가받기 보다는, 편의점에서 성공하기 위해 납품 단가를 낮추고 마케팅비용을 많이 집행하는 등 소위 유행을 타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 부분이 아쉽다”며 “반짝 성공이 아닌 롱런을 위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견고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주=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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