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탄소중립’ 사각지대?…미군의 온실가스 피해액만 138조원

신기섭 2023. 11. 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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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군과 영국군이 2015년부터 지금까지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난해 영국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고, 그로 인한 환경 피해액이 적어도 1110억달러(약 144조7천억원)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싱크탱크 '코먼 웰스'와 미국 싱크탱크 '기후와 공동체 프로젝트'는 6일(현지시각) 두 나라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과 이를 통해 환경에 끼친 피해를 분석한 최초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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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영국군의 8년 온실가스 배출량
지난해 영국 전체 배출량보다 많아
미국 조지아주에서 실시된 미군의 훈련에 투입된 고속기동포병로켓 시스템(HIMARS). 포트스튜어트(조지아주)/AP 연합뉴스

미국군과 영국군이 2015년부터 지금까지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난해 영국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고, 그로 인한 환경 피해액이 적어도 1110억달러(약 144조7천억원)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싱크탱크 ‘코먼 웰스’와 미국 싱크탱크 ‘기후와 공동체 프로젝트’는 6일(현지시각) 두 나라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과 이를 통해 환경에 끼친 피해를 분석한 최초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미군과 영국군은 역사적으로 석유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를 창출하고 확대하며 보호해왔기 때문에 이들의 기후 위기 영향은 현재의 화석연료 사용에 그치지 않는다”고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보고서는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내로 억제하기로 합의한 2015년의 파리협정 이후 두 나라 군대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탄소로 환산할 때 4억3천만t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영국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4억1710만t)보다 많은 것이다. 보고서는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이 추정치는 아주 보수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군은 세계의 단일 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조직이라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로 치면 페루와 포르투갈의 중간 수준인 세계 47번째라고 지적했다. 영국군의 경우, 2022~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자동차 70만대분에 해당하는 313만t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영국군은 2022년에 인구 9500만명인 아프리카 국가 콩고민주공화국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며 “영국군의 배출량은 영국 전체 배출량의 거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두 나라 군대가 온실가스 배출로 환경에 끼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면 미군은 최소한 1060억달러(약 138조2천억원)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군이 끼친 피해액은 50억달러(약 6조5천억원) 정도로 추산됐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코먼 웰스’의 켐 로갈리 연구원은 “우리는 두 나라가 군대 운영을 통해 기후 금융에 얼마나 빚지고 있는지, 그 최소한의 규모를 파악해보고 싶었다”면서 “이 추정치는 그야말로 최소치”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은 예외적인 분쟁 발생 때문이 아니라며 “2001년부터 2018년까지 미군이 배출한 온실가스 중 주요 분쟁 지역 내 군사 작전에 따른 배출분은 전체의 3분의 1”이라고 지적했다. 군대를 세계 곳곳에 주둔시키고 유지하는 데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훨씬 많다는 지적이다. 미군은 세계 750개 기지에 58만5천곳의 군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전세계의 군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를 배출하고 있으나, 그동안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려는 노력의 바깥에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보고서는 “미국의 로비로 1997년의 (기후 온난화 방지 협약인) 교토의정서에서 해외 주둔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은 면제 대상이 됐고 2015년 파리협정도 군대의 배출량 보고를 선택 사항으로 남겨뒀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해서는 군사 작전을 줄이고 불필요한 기지를 폐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두나라 군대가 끼친 환경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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