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감독 “배려 많은 박보영, 힘든 촬영에도 화 한 번 안내더라[EN:인터뷰②]
[뉴스엔 박수인 기자]
(인터뷰 ①에 이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감독이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이재규 감독은 11월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극본 이남규 오보현 김다희/연출 이재규 김남수) 인터뷰에서 정다은 역의 박보영부터 명신대병원 간호사들, 각 환자들 캐스팅 과정을 공개했다.
이재규 감독은 박보영을 정다은 역에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정다은을 생각하면 박보영이라는 사람이 많이 닿아있었다. 오뚜기 같기도 하고 다은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헌신적일 것 같고 10년 정도 되는 시간동안 소아중환자들을 돌보는 봉사도 하고 있지 않나. 항상 주변 스태프, 배우들을 배려하는 것도 그렇고 동료 간호사들에게 의지하려고 하는 모습이 진짜 다은 같았다. 힘들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닮아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촬영 현장에서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었다. 대사 없이 병풍처럼 있어야 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불평 불만이 하나도 없었고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한 번도 화를 내지 않는 배우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런 태도들이 너무 좋았다. 한 번은 특수분장이 잘 안 돼서 5시간 동안 하다가 일주일 뒤에 다시 찍었던 장면이 있는데 또 찍지 못했다. 그때 연출부를 많이 꾸짖고 나무랐다. 그렇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장면이 아닌데 스태프, 배우들에게 미안하지 않냐고 했다. 그때 박보영 씨가 나무란 조감독에게 '나는 괜찮아'라고 얘기하는 게 들리더라. 울컥했다. 그런 순간도 있었다. 배려도 많고 좋은 사람이었다"고 칭찬했다.
정다은과 동고윤(연우진), 송유찬(장동윤)의 러브라인 비하인드도 전했다. 이재규 감독은 "살면서 남녀관계도 삶의 일부이지 않나. 너무 멜로로 가면 안 돼서 적정한 선을 찾으려고 했다. 삼각관계에서도 소중한 사람, 위안이 되는 코드를 집어넣으려고 했다. 삼각을 치열하게 가져가려고 하지 않았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멜로를 보여주고자 했다. 어떤 사람을 선택하는 걸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극 중 모든 인물들이 과하게 선하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어떤 작품은 악한 이면에 집중해서 만들 수도 있고 선함과 악함의 담장 위에 올라가는 이야기도 그릴 수 있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사람한테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내면이 있다는 시선으로 보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판타지적 요소가 있는 거다. 극에 나오는 멜로는 다른 멜로에 판타지가 많은 것 같기는 하다"고 밝혔다.
명지대병원 간호사 구성 이유로는 "새로운 얼굴, 신선한 얼굴이 있고 실제 병원에서 볼 수 있는 얼굴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캐스팅이 절반이라고 생각할만큼 캐스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수십장, 수백장 사진을 거의 다 본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속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수십장, 수백장 사진을 보면서 캐릭터들을 조합해나간다"고 말했다.
이상희(박수연 역)의 간호사 이력도 알고 있었다고. 이재규 감독은 "이상희 배우가 3년 정도 간호사 생활을 하다가 연기를 했다고 들었다. 수연 캐릭터를 엄청 좋아했는데 딱이겠다 싶었다. 박지연(홍정란 역) 배우도 혼자 다른 병원에서 1주일 동안 취재를 했더라. 그렇게 노력해서 만들어냈더라"고 전했다.
각 에피소드 환자들에 주문한 점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실제로 정신질환을 겪어본 적은 없는 배우들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써달라고 했다. 환자 역을 연기한 배우들이 표현하는 에너지가 폭발할 때가 많았는데 에너지가 넘치다 보니까 원했던 블락킹대로 안 될때가 있어서 힘들 때도 있었다"며 "단역 환자들 프로필로 책 한권을 만들었다. 단역 환자들이 각자 어떤 히스토리가 있는지 만들어서 모든 의료진에게 프로필을 돌렸다. 한 번은 환자분들이 자기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를 가졌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연극이지' 하면서 당황스러워 하셨는데 나중에는 '이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서 몰입을 잘 하시게 되더라"고 답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시청자들에게 기대하는 반응도 있을까. 이재규 감독은 "(시청자들이) 불안하라고 만든 건 절대 아니다. 감기 걸린 건 누구나 인지할 수 있지 않나. 따뜻한 음식 먹고 쉬든지 약 먹고 병원가고 하는데 마음의 병은 쉽게 접근을 못하는 것 같다. 혹시나 불안감이 생길 수 있지만 도움을 받아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을 할 수 있는 게 좋지 않을까 했다"며 "저도 촬영을 하면서 힐링이 많이 됐다. 어딘가에서는 이런 의료진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 사람들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사람들이 갈등이 세고 자극적인 이야기에 많이 모이는 건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저희는 그러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걱정도 됐다. 너무 잔잔해서 재밌어해주실까 했는데 전혀 안 잔잔하다, 재밌다고 해주셔서 너무 기쁘다. 이 작품은 선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동화적이고 따뜻할 수 있지만 그런 시선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오징어 게임'처럼 시니컬하게 바라볼 수도 있고 저희 작품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시즌2 가능성에 대해서는 "잘 되면 넷플릭스 측에서 시즌2를 하라고 하지 않을까. 제가 연출할지 프로듀싱만 할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 필요한 이야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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