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암흑기에 성장한 프랜차이즈스타···오지환이 ‘롤렉스 선언’을 한 이유

김은진 기자 2023. 11. 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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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이 지난 6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행사에 입장하며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 곁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오지환(33·LG)은 2016년 LG와 넥센이 만난 준플레이오프의 주인공이었다. 아직은 가을야구가 낯설었고 20대 중반의 미완성 내야수였던 오지환은 1차전에서 잇따른 실책을 했지만 2차전에서는 호수비로 팀을 구했다. 경기를 들었다놨다 해 ‘오지환 시리즈’로 불렸던 당시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오지환은 12타수 6안타 4볼넷 3타점으로 타율 5할의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4차전에서는 4-4로 맞선 8회말 결승타를 때려 5-4 역전승을 이끌며 LG를 플레이오프로 올려놨고 준플레이오프 MVP가 됐다.

오지환의 유일했던 ‘가을야구 MVP’ 기억이다. LG가 가을야구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웃었던 기억이기도 하다.

그해 플레이오프에서 NC에 1승3패로 져 최종 단계까지 나가지 못한 LG는 그 뒤에도 꾸준히 포스트시즌에는 진출했지만 플레이오프 단계를 넘어본 적이 없다. 2019년과 2020년 와일드카드결정전을 통과하기는 했으나 2019·2020·2021년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고, 지난해에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으나 키움에 1승3패로 무너져 탈락했다.

지난 20년 간 4번 나간 플레이오프를 한 번도 통과하지 못했던 LG는 드디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내면서 최종 무대를 밟았다. 7일 시작된 21년 만의 한국시리즈에서 1994년 이후 29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오지환은 그 전면에 자신이 서겠다고 선언했다. 오지환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롤렉스 시계는 내가 받고 싶다. 주장으로서 누구에게 줄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면, 그래도 나한테 주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웬만해서는 신중하게 말을 아끼는 오지환의 이례적인 선언, 한국시리즈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롤렉스 시계’는 ‘아와모리 소주’와 함께 29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LG의 이번 한국시리즈 상징이다. LG 야구단에 무한 애정을 보냈던 구단주, 고 구본무 LG 그룹 회장의 유산이기도 하다. 1994년 일본 오키나와 캠프를 마치며 지역 특산 증류주인 ‘아와모리 소주’로 건배를 했는데 그해 우승하자 1995년 캠프에서도 같은 소주를 3병 사 “우승하면 마시자”고 한 것이 지금껏 개봉되지 못했다. 롤렉스 시계는 1997년 등장했다. 그해 한국시리즈까지 나갔으나 우승을 놓치자 “다음 한국시리즈 우승 때 MVP에게 주겠다”며 구본무 전 회장이 구입해놓은 것이다. 당시 8000만원이었으니 MVP 부상 치고도 초고가 선물이지만 우승주도 못 딴 LG는 시계 주인도 찾지 못했다. LG는 1994년 마지막 우승 이후, 1997·1998·2002년 한국시리즈에 나갔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그리고 21년 만인 올해 다시 그 무대로 나간다.

오지환은 포스트시즌 통산 16경기에서 타율 0.216(102타수 22안타)를 기록했다. 가을야구 성적이 좋지는 않았고 한국시리즈도 역시 처음 나간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된 30명 LG 선수 중 김현수, 김민성, 박동원에 이어 포스트시즌 경험이 가장 많다. 외부 영입 선수 아닌, LG에서 데뷔한 프랜차이즈 선수 중에서는 가을야구 최다 경험자다.

오지환은 현재 남아있는 선수 중 많지 않은, LG 암흑기 경험자다. 2009년 입단했으니 LG가 가을야구에 가지 못해 암흑기라 불리던 시절의 후반부를 체험했다. 고졸 1차지명 신인으로 입단한 뒤 LG 미래를 책임질 내야수라며 구단이 수많은 풍파 속에도 공을 들인 선수다. LG 가을야구의 실패와 성공을 거쳐간 여러 감독과 코치의 노력이 오지환의 경력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암흑기 이후 LG의 역사가 담겨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오지환이 29년 만의 도전 속에 책임감을 갖는 이유다.

오지환은 올해 외인 타자 오스틴 딘(15개)에 이어 LG에서 가장 많은 11개의 결승타를 쳤다. 가을야구 통산 기록은 좋지 않지만 클러치 상황에서 한 방을 가진 오지환의 다짐과 함께 LG가 29년 만의 우승 도전을 시작한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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