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 트럼프, 자산 부풀리기 일부 시인…"몇개 제안한 적 있다"

의혹 부인하다가 태도 바꾸는 대신 "재무제표에 면책조항 있다" 방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6일 자산가치 조작 의혹 관련 민사 재판에 출석, 과거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가치 평가에 일부 개입했음을 인정했다고 AP통신과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데 직접 관여했는지에 대한 검찰 측 추궁에 "내가 한 일은 회계사들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것을 주도록 사람들에게 말하고 승인한 것뿐"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회계사들이 작성한 재무제표 기록에 대해 "내가 보고, 어떤 경우에는 몇 가지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맨해튼 북쪽에 있는 대규모 부동산 '세븐 스프링스'에 대해 기존에 평가된 가치가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며 재무제표상 가치를 낮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진술이 재무제표 작성에 본인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약화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짚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치 평가에 참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점심시간 후 재개된 이날 재판에서 자신이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 마러라고 리조트를 포함, 그러한 가치 평가 작업에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는 앞서 이 사건을 맡은 아서 엔고론 판사가 마러라고 리조트의 가치를 플로리다주 세금 감정 기록에 근거해 1800만 달러(약 234억 원)로 평가한 것을 언급하며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마러라고 리조트의 가치를 얼마로 보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10억 달러(약 1조 2990억 원)에서 15억 달러(약 1조 9485억 원) 사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자신이 거래한 은행 측이 재무제표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너무 오래 전 일이고, 공소시효를 훨씬 넘겼다"는 주장도 되풀이했습니다.

그는 또 재무제표에 기록된 면책 조항을 들어 자산 조작 의혹을 방어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에서도 검찰과 판사를 향한 공격적인 언사를 이어갔습니다.

그는 재판 초반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향해 "이것은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그는 스스로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제임스 장관은 이날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그는 횡설수설했고 모욕을 퍼부었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것"이라며 "서류 증거들은 그가 자산을 거짓으로 부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내일(8일) 이어지는 재판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가 출석해 증언할 예정입니다.

[정다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azeen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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