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1000원 아까운데…” 컵 빌려 쓰면 벌어질 놀라운 변화 [지구, 뭐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보증금 내고 다회용 컵을 빌리고 반납하는 게 정말 환경에 좋을까요?”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는 직장 방침으로 다회용컵을 쓸 수밖에 없는 직장인 A씨. 열댓 개씩 쌓아둔 컵을 한번에 반납하고 보증금을 받을 때면 다회용컵이 일회용컵보다 정말 환경에 좋은 건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전기를 들여 컵 반납기를 켜 두고, 트럭으로 컵을 공급 및 수거해 공장에서 식기세척기를 가동하는 것까지 모두 환경에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같은 다회용컵 순환 시스템까지 감안하더라도 일회용컵 사용보다 환경오염이 적다는 연구가 나왔다. 컵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생애 주기 중 생산 단계에서 탄소배출량이 가장 크므로 컵 하나를 최대한 많이 사용할수록 환경에 좋다는 의미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7일 발표한 ‘동아시아 지역 다회용컵 및 일회용컵 시스템의 환경 성과 전과정평가(LCA)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84억 개 가량의 일회용컵이 버려진다. 일회용컵을 모두 빌려 쓰고 반납하는 다회용컵으로 바꿀 경우 올림픽 수영장(3750㎥) 480개 이상을 채우는 물(180만㎥)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회용컵을 줄이자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대규모로 다회용컵을 대여 및 수거하는 순환업체들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다회용컵 순환 시스템은 주로 커피 등 음료 구입 시 보증금을 내고 다회용컵을 빌리고, 다회용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때 다회용컵 순환업체들은 다회용컵을 공급하고 유통, 수거, 세척, 유지 보수하면서 소비자에서 공급자로 연결되는 ‘역물류(reverse logistics)’를 담당한다.
소비자가 컵을 휴대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고, 카페 및 음식점에 일회용컵 절감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실성 있는 일회용컵 저감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수만 개의 다회용컵을 매일 나르고 씻는 운영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뒤따른다는 지적도 따른다.
그린피스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년 동안 컵 1만 개를 60번씩 사용할 경우 총 168만9429개의 일회용 컵을 대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환업체들이 컵을 교체하는 평균 주기(20번)를 대입해도 일회용컵 56만3143개를 아낄 수 있다.
이같은 방식으로 국내에서 쓰고 버리는 일회용컵을 모두 다회용컵 순환 시스템으로 대체할 경우 연간 탄소 2억5000만㎏이 저감된다. 이는 자동차 9만2000대가 배출하는 양, 다 큰 나무 1150만 그루가 흡수하는 양과 맞먹는다.
다회용컵 순환 시스템은 새로 만드는 컵을 최대한 줄이는 게 관건이다. 컵이 생산, 사용, 폐기되는 과정 전체(LCA)에서 쓰이는 물과 에너지, 유발되는 오염과 폐기물 등을 모두 따져보면 생산 단계에서 환경오염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해마다 새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의 40%는 한번 쓰고 버려진다. 컵을 버리지 않고 다시 쓰면 그만큼 컵을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
보고서는 “일회용으로 쓰는 새 플라스틱 컵, 재생 플라스틱 컵, 코팅된 종이컵이 모두 생산 단계가 주요 탄소 배출원”이라며 “일회용컵 폐기 경로에서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다회용컵 역시 몇번 쓰지 않고 버린다면 자원을 아끼고 환경오염을 줄이자는 취지가 퇴색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본과 홍콩에서는 다회용컵을 20번 이하로 사용한다면 일회용컵이 화석연료 소비 측면에서 오히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내에서는 다회용컵을 적게(20번) 사용하더라도 일회용컵보다 화석연료 소비를 47.3% 줄어든다. 식음료를 담는 용기는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없도록 하는 현행 법상 모든 일회용컵은 새 플라스틱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다회용컵을 60번 사용할 경우 화석연료 소비는 57.3%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보고서는 다회용컵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을 개선하기 해서는 ▷전기 자동차 운행 ▷대량 운송 ▷경로 최적화 ▷배송 및 수거 일원화 등을 권고했다. 또한 반납기에 최신 기술을 적용하면 전력 소비가 과도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소비자에게는 반납하기 전에 컵을 온수나 세제로 세척하지 말 것을 권했다.
그린피스의 이번 연구는 부산(한국), 도쿄(일본), 타이베이(대만), 홍콩 등 동아시아 4개 도시의 다회용컵 순환 업체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일회용컵과 비교한 다회용컵 시스템의 환경적 이점을 밝힌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유럽 중심이었다.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다회용컵 순환 시스템 내에서 다회용컵의 사용률과 활용률이 증가할수록 환경적 잠재력이 향상된다”며 “동아시아 내에서 지속 가능한 대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동아시아 지역에서 순환 시스템이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봤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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