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 "000딸이라는 자부심, 시행착오라는 자양분" [인터뷰M]

이호영 2023. 11. 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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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유하는 알맞게 무르익어가고 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입동(立冬)을 하루 앞둔 7일 매서운 칼바람이 옷깃 속을 파고들고 있다. 이맘때 듣기에 제격인 노래가 바로 유하의 새 디지털 싱글 '비행'이다. 그리움과 조금은 버거운 현재 모두를 담고 살아가는 유하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시티팝 풍의 노래다.

가벼운 멜로디로 구성되어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이 가능하지만, 읊조리는 가사에 귀를 기울여보면 혼란스런 청춘의 마음을 대변한다. 스산한 초겨울 날씨, 감성을 풍만하게 만들기에 적격인 셈.

유하는 iMBC연예와 만나 '비행'에 대해 "시티팝 계열의 노래다. 가벼운 느낌의 멜로디지만 안에 담긴 가사는 딥한 내면의 생각을 담은 곡이다. 편안한 음악의 무드로 즐기시다가 2~3번 가사도 봐주시면 좋겠다"고 길라잡이 했다.

정말 따분해 이건 아닌데 / 웃고 있는 사람들도 나처럼 같은 색을 띠고 있을지도 / 재미없고 샘이 많은 사람들 속에 난 원래 그랬듯이 숨죽이고 있었네 / 도저히 이대로는 견딜 수가 없어 /난 아직 6살 유하이고만 싶은데 세상은 내가 유하기만을 바라네요('비행' 가사 중)

그의 말대로 방황하는 청춘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담긴 노랫말이다. 어른이 되면 '뚝딱'하고 무언가 대단한 존재가 되어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이 현실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 유하는 펜을 잡고 가사를 적었다고.

그때의 감정을 물으니 유하는 "3년 전 22살에 작업했다. 당시 이십 대 초반이었다. 중학교시절에 성인이 되었을 내 모습을 상상했다. 단단하고,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었다. 막상 어른이 되어보니 오히려 아무것도 없더라. 막상 되어보니 어린 아이더라"고 회상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남들이 보는 꾸며진 나, 내가 바라보는 연약한 나의 모습 간 괴리를 느낀 순간도 '비행'에 녹아있다. 유하는 "내 안에 많은 유하가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편안한 사람 앞에 유하, 여섯 살의 유하, 엄마와의 유하 등 많다. 여섯 살 유하는 보듬어주고 싶고 천진난만하고 표현을 아주 잘하는 아이였다"라며 "이 사회에 나온 나로서 내가 해야하는 언행 등은 많이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에 괴리감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딥(Deep)한 가사로 예술혼을 불태우느라, 대중성을 놓치는 실수는 하지 않았다. 유하는 "완벽을 추구하느라 이번에도 작업이 오래 걸렸다. 유독 이번 컴백이 다른 컴백보다는 조금 더 길었다. 가사도 가사인만큼 가장 솔직한 노래였다"며 "내 마음에 든다고 덜컥 음악을 발매하기보다는 대중성도 고려한다. 어떤 색을 담고, 꾸미지 않고 본연의 색을 어찌하면 예쁘게 담을 수 있는지, 어떻게 전달하는지"라고 자신했다.

이어 "멜로디나 비트는 편안하게 가되 가사에서는 한 번은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보고 싶었다. 싱잉랩 부분도 좋았다"며 "시기도 중요하다 보니 계절감도 고려했다. 계절이 확 바뀌는 시기 말이다. 포근하면서 센치한 감성이 어우러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1999년생 유하가 방황하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이유는 그의 과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유하는 무려 10여 년간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했다. 특히 데뷔전 YG엔터테인먼트의 공개 연습생 데뷔조였던 'Future 2NE1(퓨처 투애니원)'의 멤버이기도 했다. 치열한 순위 경쟁, 매일매일 성적표를 받아 들고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자라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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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는 결국 대형 기획사의 유명 걸그룹 데뷔 대신,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택했다. 시간낭비는 아니었다. 시행착오는 경험이었고, 시간낭비 아닌 배움의 순간들이었다고. 그는 "워낙 어릴 때부터 순위를 매기는 생활을 하다 보니 그런가 보다. 올해부터는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싶더라. 그렇게 살지 않아도 유하는 유하더라. 스스로 가두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난 그냥 내가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고 사랑하는 일을 한다는 게 성공이더라"고 전했다.

이어 "삶이 조금 더 유연해졌다. 스스로 화살을 던지기도 했다. 아픈 건 피할 줄 알게 되는 유연함이 생긴 거 같다"며 "그 시간들이 전혀 후회는 없다. 지금 나의 양분이 되었다. 1~2년 해봤다면 부족했을 거다. 좋은 친구들을 얻었고, 사람을 얻었고, 음악성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누구보다 조바심을 다스리는 법을 아는 그다. 유하는 "숫자나 성적, 수치에 집착하는 그 마음이 나를 정말 갉아먹더라. 내일이 끝일 수 도 있는 삶을 너무 먼 미래만 보고 달리니 현재의 나를 놓치게 되더라"며 "이 한순간 한순간 소중하게 최선을 다해 사는 것에 집중했다. 지금 행복할 줄 모르면 나중에 성공해도 행복할 줄 모를 거 같더라"고 말했다.

남과의 비교도 경계한다. 유하는 제 노래를 하기에도 바쁘다고. "비교하는 생각도 참 많았다. 데뷔 당시 여자 솔로들이 많이 생겼다. 난 스스로 자만했다. 데뷔하면 진짜 성공할 줄 알았다. 첫걸음을 디뎠더니 먼지 한 톨도 아니더라"며 "정말 힘들 때에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놨다. 스스로가 아닌 누군가를 탓할까 봐 그랬다. 요즘에는 그들의 장점이 있으면, 흡수하고 나에게 적용해 보려 노력한다. 나도 이런 장점이 있지 하고서 분리해 볼 줄 알게 된다"고 밝힌 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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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는 유명인의 딸이다. 그의 모친은 바로 대한민국 최정상급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다. 혹자는 자신의 앞에 가족의 이름이 앞장서는 것을 '꼬리표'로 여겨 불편해하기도 한다. 유하는 꼬리표 대신 수식어, 자격지심 대신 자부심을 느낀다고. 그는 "한때 나도 불편했다. 어머니와 함께 살지 않는 척도 하고 일부로 알리지도 않았다. 나의 좋지 않은 모습 탓에 어머니께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했다. 기대를 미치지 못할까 봐 버겁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나이가 들고 어머니처럼 노래하며 먹고살다 보니 그녀의 업적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며 "쉬울 줄 알았다. 한 분야에서 그 자리까지 올라간다는 건 존경받을만한 일이더라. 어머니가 롤모델이다. 천상 아티스트다. 나의 가족이지만 감탄만 나온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유하는 스스로의 특장점으로 발전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나라는 것 자체가 강점인 거 같다. 아직 앞으로 보여드릴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그것 또한 기대해 주셔도 좋다. 나의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함께 성장일기를 들여다볼 수 있고, 발자취를 따라올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웃었다.

한편 유하는 지난 2020년 싱글 '아일랜드(ISLAND)'로 데뷔했다. 지난해 발표한 첫 EP '러브 유 모어'에서 전곡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의 매력을 보여줬다.

그룹 '빌리'의 '유노이아(EUNOIA)'를 포함한 여러 음악에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해외 아티스트 소피 파워스(Sophie Powers)의 '알빈(ALVIN)'에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iMBC 이호영 | 사진출처 유니버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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