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분쟁의 씨앗’ 된 성지, 예루살렘…배경은?
[앵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마스 측은 당시 공격을 '알아크사 홍수'라고 명명했는데, '알아크사'는 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사원입니다.
오늘은 왜 예루살렘이 분쟁의 중심에 서 있는지 그 역사적 종교적 배경 알아봅니다.
이성청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예루살렘은 우선 기독교의 성지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답변]
네, 예루살렘은 아브라함을 신앙의 선조로 믿는 세계 3대 종교, 즉,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모두에게 영적인 수도로 여겨지는 곳입니다.
기독교인들에게 예루살렘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곳이 그들의 경전인 성경이 전하는 아주 중요한 역사적, 신앙적, 계시적 사건들이 발생했던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예수가 유년 시절에 유월절 같은 주요 절기 동안에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고요.
장성해서는 경전을 읽고 토론하고 실제로 사역도 행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많은 기독교인으로 하여금 성지순례를 하게 하는 이유인데요.
이 예루살렘에서 예수가 재판을 받았었고요.
골고다 고통의 언덕을 넘고, 십자가의 형을 당하고, 또 3일 만에 부활했던 중요한 장소였습니다.
다른 말로, 예루살렘이 창시자인 예수의 삶에 대한 중요한 기억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그가 설파한 신앙공동체의 역사적, 상징적 토대가 되는 장소라는 사실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예수를 따랐던 제자들이 성령을 만났고요.
초대교회를 세웠습니다.
상징적인 의미지만, 바로 이곳이 세상 끝 날에 예수를 다시 맞이할 장소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앵커]
유대교에서도 예루살렘을 성지로 삼고 있죠?
[답변]
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대교는 기독교, 이슬람과 마찬가지로 기원전 2000년 지금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지역에 살았던 성경의 인물인 아브라함의 신앙과 그 후손들의 영적 경험으로부터 나온 종교입니다.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유일신, 창조신, 인격의 신을 믿는 종교이고요.
신과 인간의 성스러운 언약, 인간의 타락과 불순종, 정결한 신앙과 도덕적 삶을 통한 언약의 회복, 그리고 티쿤 올람(Tikkun Olam)이라는 숭고한 슬로건을 가지고 망가진 세상을 회복함으로써 이 땅에 신의 왕국의 성취를 소망하는 종교라 하겠습니다.
이들에게 예루살렘이 중요한 이유는요.
바로 이곳에서 자신들의 신앙과 공동체 정체성을 있게 한 중대한 영적 인물이 살았다는 사실이고 그와 관련된 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발생했다는 것이죠.
신앙적으로는 예루살렘이 천지가 창조된 시작점 즉 에덴동산의 자리였다고 믿고 있고요.
신앙의 선조 격인 아브라함의 이야기와 기원전 10세기 솔로몬이 세웠던 성전이 있었던 자리였기 때문에 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예루살렘은 신이 유대인들에게 "약속하고" "명한" 땅이라는 사실인데요.
그래서인지 예루살렘이 바벨론, 아시리아, 그리고 로마에 멸망해서 유대인들이 각처에 뿔뿔이 흩어져 디아스포라가 됐을 때도, 이들의 정신과 신앙을 하나로 모으는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던 것이죠.
[앵커]
이슬람교도 예루살렘을 성지로 삼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뭔가요?
[답변]
말씀드렸듯이, 이슬람 스스로가 아브라함 신앙을 계승하는 종교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예루살렘을 성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7세기에 아라비아반도 메카에서 시작된 이슬람 신앙은 신학, 의례, 율법, 예언 등 많은 부분을 유대교와 공유하고 있고요.
특별히 이들에게 예루살렘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곳에서 창시자 무함마드의 신비 경험 중 하나인 이스라와 미라즈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무함마드가 천사의 이끌림을 받아 천국에 올라가 신을 만나는 사건이고요.
그가 이슬람 신앙을 집약하는 다섯 기둥(Five Pillars of Islamic Faith) 중 하나인 “기도의 명(Salat)”을 받는 경험을 하는데요.
바로 이 여정 가운데 예루살렘이 있었던 것이죠.
지금은, 기도 방향을 가리키는 키블라(Qibla)가 카바가 있는 메카를 향하고 있지만 기록에 따르면 무슬림들이 초기에는 유대인들처럼 예루살렘을 향해 기도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앵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까지.. 평화적 공존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종교학자로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답변]
우선, 예루살렘이라는 장소가 충돌의 상징이 된 이유는, 당연히 각 신앙 공동체가 보유하고 있는 중대하고 성스러운 기억과 상징 때문이고요.
안타깝게도 이들이 서로 겹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세 종교가 유사하고 소통 가능한 기억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 아닐까요?
다른 말로, 예루살렘이 소유권을 행사해야 할 공간으로서가 아니라 서로가 가진 심오한 믿음과 기억을 공감할 수 있는 평화와 화합의 현장이 될 가능성도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죠.
정치가 공동체의 이해와 그 이해를 실현하고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라면, 종교는 보다 높고 숭고한 가치를 제기하고 정치가들이 할 수 없는 일을 돕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에 유엔(UN), 월드뱅크(세계은행·World Bank),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세속 조직과 FBO 즉 신앙공동체들의 적극적 협력이, 인권, 환경 등 많은 분야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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