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적화물로 속여 인천공항서 ‘짝퉁’ 1조5000억 상당 빼돌린 밀수조직
관세청 자유무역지역 관리·감시 ‘구멍’
해경, 밀수조직 17명 적발해 검찰 송치
중국에서 가방과 의류 등 명품 ‘짝퉁’을 인천항으로 들여와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일본 등 해외로 가는 환적화물(Sea & Air)로 속여 국내로 몰래 들여와 유통한 밀수조직이 해경에 적발됐다.
인천해양경찰서는 관세법과 상표법 위반 혐의로 국내 밀수 총책 A씨(51)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또 중국인 총책 B씨(50) 등 2명은 같은 혐의로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A씨 등은 2020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266회에 걸쳐 중국에서 5만5810 상자(정품 시가 1조5000억원 상당)의 명품 가방과 의류, 향수 등의 위조상품을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 등은 중국에서 생산한 짝퉁을 컨테이너 화물선에 환적화물인 것처럼 위장해 인천항으로 들여와 환적화물의 분류와 운송이 이뤄지는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에서 무단 반출했다. 무단 반출된 짝퉁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국으로 유통했다.
A씨 등은 컨테이너 바깥쪽에는 정상 제품인 휴대전화 배터리 등을, 안쪽에는 짝퉁을 숨기는 이른바 ‘커튼치기’ 수법을 사용했다.
한국을 경유지로 하는 환적화물은 외국에서 외국으로 수출입 되는 것으로, 국내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특히 해경은 A씨 등이 대규모로 짝퉁을 장기간 밀수, 국내로 유통할 수 있었던 것은 관세청이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에 대한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경 관계자는 “붙잡힌 A씨 등은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에 반입되는 보세품에 대해 관세청 산하 인천공항세관은 반입·반출되는 물품에 대한 확인은 물론 현장에 대한 단속과 감시를 전혀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며 “관세청이 제대로 관리를 했으면 A씨 등이 장기간, 대규모 짝퉁 밀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밀수조직은 중국에서 위조상품을 공급하는 총책과 환적화물로 속여 국내로 몰래 들여온 짝퉁을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에서 무단 반출시키는 밀수책, 반출된 밀수품을 국내 판매책 등에게 운송하는 운반책, 자금을 관리하는 자금책, 위조상품을 받아 온·오프라인을 통해 유통한 판매책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해경은 지난해 4월부터 짝퉁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1년 넘게 끈질긴 추적 수사 끝에 국내 짝퉁 밀수조직 전원을 검거했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밀수범죄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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