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손빌려 680억 조달하면서 신주인수권도 안주는 미래에셋리츠

오귀환 기자 2023. 11. 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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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인수권 없는 주주우선공모증자 방식
리츠 주가 30% 빠졌는데 추가 하락 우려
퇴로 없는 유상증자에 주주들 분통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유상증자로 주주들에게서 678억원을 조달하면서 신주인수권도 부여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해 7월 4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다 철회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고금리 여파로 리츠 주가가 내리막을 걷는 가운데 퇴로 없는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들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리츠는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해 얻은 이익에서 비용을 뺀 나머지를 배당하는 상품이다.

신주인수권은 미래에 새롭게 발행되는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로, 일정한 기간 내에 매매할 수 있다. 유상증자 참여를 원하지 않으면 매도해 일정 부분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리츠는 신주인수권 상장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서 주주들의 퇴로를 막아버렸다.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주가 하락만큼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지난달 5일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주주우선공모증자 방식을 통해 678억9270만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신주 발행가액은 주당 2770원으로 2451만주를 발행한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이번 유상증자로 2500억원 규모의 미국 텍사스 소재 ‘아카테미 휴스턴’ 물류센터를 편입할 계획이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지난 2021년 5월에 설립돼, 그해 1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에 편입된 부동산은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와 템파의 페덱스 물류센터, 휴스턴의 아마존 물류센터가 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합법적인 수단이지만, 미래에셋글로벌리츠의 증자 방식 때문에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주가가 올해 들어 30% 가까이 하락했는데, 주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증자까지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유상증자에 따른 단기 주가 하락은 덤이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주주우선공모증자 방식을 택했다. 이 방식은 기존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도 신주인수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기존 주주가 신주인수권 매도를 통해 증자로 인한 주식 가치 희석 분을 보상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 방식으로 새 주식을 받을 권리인 신주인수권을 부여한다. 증자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주주는 이를 매도해 주식 가치 희석 분을 보상받는다.

손해를 감수하고 유상증자 참여를 포기한 주주가 많아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일반 공모가 진행된다. 이 경우 공모에 참여해 주식을 받은 투자자들은 기존 주주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인수할 수 있다. 새 주주보다 주식 매입 평단가가 높은 기존 주주들에겐 달갑지 않은 사실이다. 이번 증자에선 기존 주주의 초과 청약도 불가능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주주들의 반발에도 무리한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해당 자산 취득해 리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리츠가 존속하려면 배당수익률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수익률이 높은 신규 자산을 편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지난해 7월 4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휴스턴 물류센터를 비롯한 11개 자산을 편입하려 했지만, 증시 악화로 계획이 무산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이 출자한 미래에셋맵스미국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18호를 통해 해당 물류센터를 매입했다.

리츠업계 한 관계자는 “임대료는 한정적인데 이자 비용은 많이 나가고 있어 수익률 높은 부동산에 투자해 배당수익률을 맞춰줘야 한다”며 “기존 주주들 불만에도 이런 선택을 한 것을 보면 현 상태로 리츠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건 그만큼 같은 임대료 대비 자산 가치가 낮다는 의미일 수도 있어 편입할 자산이 우량 자산일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오는 10일 신주 발행가액을 확정한다. 주가가 신주 발행가보다 낮은 상태가 지속되면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전 거래일 대비 20원(0.76%) 하락한 2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주청약일은 내달 15~16일,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은 내달 20~21일 진행된다. 일반 공모청약은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DB금융투자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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