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한시적 금지, 확실한 제도 개선 기반돼야 [핫이슈]
하지만 공매도에 대한 찬반 논란은 자본시장에서 늘 제기되는 이슈다. 누군가 공매도를 이용해 실적과 무관하게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을 유도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는 사례가 빈번하다. 과거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이 과도한 공매도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여러 건 개발하고도 외국인과 기관 세력에 찍혀 주가가 지지부진해 논란을 낳았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가 신제품 개발과 꾸준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해외 테크 기업들에 비해 가치가 저평가된 것도 공매도 세력이 가격 인하에 베팅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에도 홍콩 소재 외국계 투자은행(IB) 두 곳이 주식조차 빌리지 않고 불법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하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돼 공매도에 대한 불신이 다시 거세게 일고 있다.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를 하는 금융기관들이 여럿 있다고 보고 조사를 확대하는 와중에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것이다. 금융 당국의 변은 “불법 공매도로 시장 안정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공매도는 순기능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도 투자자들의 불만을 알면서도 유지를 원칙으로 해왔다. 금융위기 등 특정 상황에서 주가 폭락이 예상됐을 경우 한시적 금지조치를 했을 뿐이다. 실적이 있는데 주가가 고의로 빠지는 경우와는 반대로 뚜렷한 실적이 없는데도 주가가 급등한다면 공매도를 통해 거품을 빼서 제자리를 찾도록 해주는 것이 순기능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덱스(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조건에 ‘자유로운 공매도 허용’이 들어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 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하는데 공매도의 필요성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여겨져왔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매도 금지 국가는 한국과 튀르키예 뿐이다.
그동안 폭락했던 국내 증시가 공매도 금지로 인해 갑작스런 상승을 했지만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를 일이다. 2차전지주 등 테마로 엮여 공매도 타깃이 된 종목들이 상한가를 내기도 했지만 과열돼있다는 시장의 경고는 공매도 증가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주식시장 변동은 공매도만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엔 기업 실적과 국내외 정치경제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해 이뤄지는 것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과거 공매도가 금지된 기간에 주가가 반드시 오른 것은 아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공매도가 금지된 2008년 10월부터 1개월 및 3개월 뒤 코스피는 23%, 22%씩 하락하기도 했다.
내년 6월말까지 ‘공매도 금지’라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는 지금 와서 왜 금지하느냐 등의 얘기는 의미가 없다. 그동안 공매도를 이용해 주식시장을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세력이 분명히 있었던 만큼 차제에 정화 작업이 필요하다. 일단 공매도 금지를 시작한 만큼 해당 기간 면밀한 관찰을 통해 공매도 제도 전반의 개선방안을 짜보는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의 도움과 가장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필요한 모든 제도 개선을 추진해 보겠다”고 한 만큼 이번 금지 기간에 제도 개선 윤곽을 확실히 잡기 바란다. 불법 공매도 적발을 위한 전산시스템도 새로 구축하고, 외국인과 기관에 집중된 공매도를 개인 투자자도 좀 더 원활히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공매도 금지 기간이 향후 공매도로 인한 문제 제기가 더이상 없도록 제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이병헌 아파트’ 뉴욕 한복판에 떴다…이달 ‘이곳’서 분양 한다는데 - 매일경제
- “차라리 집에서 해 먹는다”…붕어빵 ‘1마리 1000원’에 간편식 인기 - 매일경제
- 폴더블폰 다음은 ‘이것’…삼성도 애플도 내년엔 내놓겠다 ‘속도전’ - 매일경제
- “타는 순간 인싸, 나오면 대박”…카니발 노리는 ‘시선강탈’ 독일 아빠車 [카슐랭] - 매일경
- “5개월만에 전셋값이 2억이나 올라?”…이 동네 부동산 무슨 일 - 매일경제
- 세계 최고 ‘갓성비’ 태양전지,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 매일경제
- 총리도 장관도 ‘배추’만 찾는 이유?…가격 얼마나 떨어졌나 보니 - 매일경제
- “잼버리 악몽은 잊어라”…새만금에 1440억 들여 테마파크 짓는다 - 매일경제
- ‘인구 1위’ 자리 인도에 뺏기자 화난 시진핑, 여성들에게 대놓고 한 말 - 매일경제
- 류중일 감독은 이의리에게 사과를 먼저 했을까 손가락을 먼저 봤을까 [MK이슈]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