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한시적 금지, 확실한 제도 개선 기반돼야 [핫이슈]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3. 11. 7. 09: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공매도 금지 첫날 5.6% 급등…2,502.37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코스피가 6일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가운데 전장보다 5% 넘게 급등해 2,500대로 올라섰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장보다 134.03포인트(5.66%) 상승한 2,502.37로 집계됐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장보다 57.40포인트(7.34%) 폭등한 839.45로 장을 마쳤다. 2023.11.6 sco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첫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5.66%와 7.34% 급등했다. 코스피는 역대 최대 상승폭이라고 한다. 가격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일부 대형주들도 10% 넘게 오른데 대해 전문가들도 놀랍다고 말할 정도다. 이로 인해 공매도 금지가 주식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작전세력이 활개치도록 해서 개미들 피해를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나 ‘묻지마 투자’로 인해 결국엔 뒤늦게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 피해만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로 주가를 부양함으로써 주주들 불만을 해소해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된다.

하지만 공매도에 대한 찬반 논란은 자본시장에서 늘 제기되는 이슈다. 누군가 공매도를 이용해 실적과 무관하게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을 유도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는 사례가 빈번하다. 과거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이 과도한 공매도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여러 건 개발하고도 외국인과 기관 세력에 찍혀 주가가 지지부진해 논란을 낳았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가 신제품 개발과 꾸준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해외 테크 기업들에 비해 가치가 저평가된 것도 공매도 세력이 가격 인하에 베팅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에도 홍콩 소재 외국계 투자은행(IB) 두 곳이 주식조차 빌리지 않고 불법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하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돼 공매도에 대한 불신이 다시 거세게 일고 있다.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를 하는 금융기관들이 여럿 있다고 보고 조사를 확대하는 와중에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것이다. 금융 당국의 변은 “불법 공매도로 시장 안정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공매도는 순기능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도 투자자들의 불만을 알면서도 유지를 원칙으로 해왔다. 금융위기 등 특정 상황에서 주가 폭락이 예상됐을 경우 한시적 금지조치를 했을 뿐이다. 실적이 있는데 주가가 고의로 빠지는 경우와는 반대로 뚜렷한 실적이 없는데도 주가가 급등한다면 공매도를 통해 거품을 빼서 제자리를 찾도록 해주는 것이 순기능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덱스(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조건에 ‘자유로운 공매도 허용’이 들어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 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하는데 공매도의 필요성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여겨져왔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매도 금지 국가는 한국과 튀르키예 뿐이다.

그동안 폭락했던 국내 증시가 공매도 금지로 인해 갑작스런 상승을 했지만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를 일이다. 2차전지주 등 테마로 엮여 공매도 타깃이 된 종목들이 상한가를 내기도 했지만 과열돼있다는 시장의 경고는 공매도 증가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주식시장 변동은 공매도만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엔 기업 실적과 국내외 정치경제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해 이뤄지는 것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과거 공매도가 금지된 기간에 주가가 반드시 오른 것은 아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공매도가 금지된 2008년 10월부터 1개월 및 3개월 뒤 코스피는 23%, 22%씩 하락하기도 했다.

내년 6월말까지 ‘공매도 금지’라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는 지금 와서 왜 금지하느냐 등의 얘기는 의미가 없다. 그동안 공매도를 이용해 주식시장을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세력이 분명히 있었던 만큼 차제에 정화 작업이 필요하다. 일단 공매도 금지를 시작한 만큼 해당 기간 면밀한 관찰을 통해 공매도 제도 전반의 개선방안을 짜보는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의 도움과 가장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필요한 모든 제도 개선을 추진해 보겠다”고 한 만큼 이번 금지 기간에 제도 개선 윤곽을 확실히 잡기 바란다. 불법 공매도 적발을 위한 전산시스템도 새로 구축하고, 외국인과 기관에 집중된 공매도를 개인 투자자도 좀 더 원활히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공매도 금지 기간이 향후 공매도로 인한 문제 제기가 더이상 없도록 제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