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파인애플 무게’ 면역세포 1조8천억개…그 지도 나왔다

곽노필 기자 2023. 11. 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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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성 1조8천억개, 여성 1조5천억개 존재
80%가 골수·림프계에…유형별 분포도 첫 작성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본 T세포.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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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0조개에 이르는 인간 세포에서 면역 세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와이즈만과학연구소의 론 밀로 교수팀은 구글 스콜러(Google Scholar)와 퍼브메드(PubMed) 검색을 통해 그동안 발표된 면역세포 연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인간의 면역 체계는 약 1조8천억개의 세포(몸무게 73kg 성인 남성 기준)로 구성돼 있으며 총 무게는 약 1.2㎏으로 추정된다고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밀로 교수팀은 인체 내의 세포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를 잇달아 발표해 주목받고 있는 연구팀이다. 2016년 인체의 세포 수는 30조개, 박테리아 수는 38조개라는 추정치를 발표한 데 이어, 2021년엔 우리 몸은 하루에 평균 약 3300억개의 세포를 갈아치운다는 세포 회전율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밀로 교수팀의 세포 추정치를 기준으로 할 경우 면역세포의 수는 전체의 6%, 질량은 전체의 약 2%에 해당한다. 1.2㎏는 파인애플 1개의 무게와 얼추 비슷하다.

면역 세포 연구는 이들의 세번째 세포 정량화 작업의 결과물이다. 면역세포가 인체의 어느 기관에 가장 많이 있느냐는 것은 면역학자들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연구진에 따르면 인간의 면역 세포는 대부분 림프계와 골수에 존재한다. 이 가운데 주로 림프절과 비장에 분포하는 림프구가 7600억개로 면역 세포 수의 40%를 차지한다. 림프구는 가장 작은 세포군에 속하기 때문에 질량 기준으론 15%(200g)다.

림프구는 기능에 따라 티(T)세포, 비(B)세포, 자연살해(NK)세포, 형질세포로 나뉜다. 병원체를 직접 공격하는 티세포가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항체를 만드는 비세포가 3분의 1 정도다.

주로 골수에 분포하는 호중구도 림프구와 비슷한 39%에 이른다. 전체 8000억개에 이르는 과립형 백혈구의 80%가 호중구다.

몸 전체에 골고루 분포하는 대식세포는 수는 10%로 비중이 적은 편이지만, 몸집이 커 질량 기준으로는 전체의 절반(600g)을 차지한다. 대식세포는 몸 안으로 들어온 이물질이나 암세포 등을 먹어치운다. 대부분의 면역 세포는 무게가 수백피코그램(1피코그램=1조분의 1g)인 반면, 대식세포는 무게가 몇나노그램(1나노그램=10억분의 1g)으로 훨씬 더 크다.

반면 피부, 폐, 위장에 분포해 있는 면역 세포는 각각 전체의 3~4%에 불과하다. 혈액에 있는 면역 세포도 전체의 약 2%로 적다. 혈액에는 체내 세포의 약 90%가 있지만 백혈구는 0.1%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적혈구와 혈소판이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호중구(노란색). 탄저병 박테리아를 포위하고 있는 모습이다. 스케일 바는 5 마이크로미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여성은 1조5천억개, 어린이는 1조개

연구진은 이와 함께 체중이 60㎏인 성인 여성과 체중이 32㎏인 10살 어린이의 면역 세포 수 추정치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여성의 면역 세포 수는 1조5천억개, 질량은 약 1㎏이며, 어린이는 1조개, 약 600g이다. 연구진은 “면역세포의 유형 및 조직별 분포는 남성의 분포와 매우 비슷하다”고 밝혔다.

인간 세포에서 면역세포의 수와 유형별 분포를 총체적으로 추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면역체계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기초적인 자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본 혈액.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볼 수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예컨대 연구진은 “일반적으로 면역 세포 또는 최소한 림프구의 대부분은 위장관에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번 연구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면역 기관은 골수, 림프절, 비장(지라)”이라고 밝혔다. 위장관에는 전체 면역세포의 약 3%, 림프구의 약 5%만 분포한다. 그럼에도 위장관은 림프구에서 분화된 항체 생성 세포인 형질세포 대부분이 있는 곳이므로 항체 면역에서는 여전히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질량면에서 간은 면역체계에서 독특한 내부 기관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연구진 추정에 따르면 간의 질량 1.8㎏ 중 약 6%가 면역 세포다. 이는 간이 대사 및 해독 기능 외에도 장에서 유래하는 외부 항원에 대응하는 최전선 방어벽 역할을 한다는 걸 시사한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73/pnas.2308511120

The total mass, number, and distribution of immune cells in the human body. PNAS(202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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