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시장 투자전략…“숏커버링 빈집털이는 일시적, 펀더멘털 집중해야” [투자360]
“낙폭과대·공매도잔고↑ 종목 우선 순위 단기 투자전략 유효” 조언도
“급등으로 주가 급락 반작용 가능성 ↑” vs “공매도 금지 연말까지 주가 ↑”
전문가 다수 ‘펀더멘털’ 주목 강조…“실적 개선 반도체·車·IT·전자 섹터 주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공매도 전면 금지 시행 첫날부터 국내 증시가 초강력 상승세를 보이며 투심이 들썩이고 있다. 길이 원천 차단된 공매도에 주로 나섰던 큰손 외국인들이 ‘숏 커버링(공매도 후 포지션 청산을 위한 주식 매입)’에 나섰고,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에 따른 ‘하방 리스크’가 사라진 환경을 잘 활용하려는 ‘단타(단기 투자)’가 증시를 달구면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단기 수급보단 종목별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집중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조언이다. 단기적으로 수급에 따른 주가 흐름 국면이 끝난 뒤 ‘큰손’ 외국인의 발걸음이 뜸해진 국내 증시에선 중장기적 실적 전망 등 종목별 자체 경쟁력에 따른 ‘옥석가리기’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단기적으론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이런 현상이 코스피·코스닥 지수를 전체적으로 밀어 올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하루에만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190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 75%의 비율을 차지하는 외국인이 공매도 물량에 걸어 놨던 종목을 급하게 사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기관도 2160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보였다.
반면, 개인은 이날만 1조422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한 전직 외국계 해지펀드 매니저는 “이번주 내에 주식을 사고 파는 ‘초단기 투자’란 전제 하에 최근 낙폭이 컸던 구간에서 공매도 비중이 늘어난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이 위험하지만 효과적 투자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매도 전면 금지 방안이 발표된 지난 5일부터 전날 장 시작 전까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최근 공매도가 집중됐던 2차전지주(株) 등 이른바 ‘숏 커버링 수혜주 후보군’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전날 증시에서 이들 종목의 주가 급등세는 두드러졌다.
포스코퓨처엠(공매도 잔고금액 7622억원), 에코프로(1조846억원), 에코프로비엠(1조832억원) 등 대표 2차전지 소재주의 경우 전날 하루에만 각각 주가가 29.93%, 29.98%, 30% 상승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공매도 잔고금액 1조3637억원, 주가 상승률 22.76%), 포스코홀딩스(6563억원, 19.18%), 엘앤에프(3501억원, 25.30%) 등 2차전지주의 강세가 돋보였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때로는 펀더멘털로 설명이 되지 않은 단순 수급에 의한 자율반등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하락장세로 전환된 9월 중순부터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직전 11월 3일까지 ▷수익률 낙폭과대 ▷현재 차입공매도잔고 금액 ▷차입공매도잔고 비율 등 3가지 요인을 고려한 숏 커버 테마 수혜 예상 우선 순위를 둔 투자전략이 단기적으로 유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IT가전, 철강, 화학 등 2차전지 밸류체인 종목들이 다수 포진한 업종들을 최우선주로, 그 뒤를 기계, 호텔/레저, 디스플레이로 꼽았다.
개인이 수급에 따른 급변장에 섣불리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분분하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과거 주가가 고점일 때 매수한 후 보유 중인 2차전지 관련주 등 공매도 과도 종목들의 경우 향후 2~3일간 상황을 지켜보며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노리는 것이 효과적인 투자 전략이 될 순 있겠다”면서도 “종목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하지 않았거나, 과도한 낙관적 전망 만으로 수급에 따른 주가 급등세에 올라타려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라고 조언했다.
공매도 금지 첫날 주가 급등폭이 이미 상당했다는 점도 리스크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1주일 이내론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한 공매도 집중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해당 시점만 지나도 공매도 금지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작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확한 등락 시점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또 다른 의미의 ‘고점’에 주식을 매수한 뒤 물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작스러웠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따른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엑소더스(대탈출) 가능성과 이에 따른 주가 흐름에 대한 전망은 크게 엇갈렸다.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거래대금 기준 매매 비중까지 산출할 경우 외국인 거래 비중이 급감하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숏 커버링’에 따른 주가 급등 현상은 그만큼 반작용으로 주가 급락의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는 뜻”이라며 “대규모 해일이 발생하기 전 바닷물이 먼 바다까지 빠지며 바닥을 드러내는 현상으로 비유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양해정 DS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제도적인 실효성 논란을 떠나 이번 공매도 금지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일 수 있다”며 “(한국 증시의) 지표나 이익은 느려도 개선되는 중이고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은 매수 영역에 있어 연말까지 주가 상승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증시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극대화된 상황인 만큼 종목별 ‘펀더멘털’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매도 전면 금지에 따른 2차전지주, 바이오주 급등 현상은 공매도가 갖고 있던 주가 급변 방지, 적정 가격 발견 기능 등 순기능이 사라졌다는 것을 상징하는 한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4분기를 넘어 내년까지 업황 반등 전망에 힘이 실리는 섹터와 종목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판단되는 시점에 확대되고 있는 ‘위험 자산 선호’ 투심을 잡아 우상향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 턴어라운드가 구체적으로 현실화 중인 반도체 섹터를 비롯해 안정적인 영업익이 창출되고 있는 자동차, IT, 전자, 기계 섹터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세 차례 시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등 ‘블랙스완(극단적으로 예외적인 충격에 글로벌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의미)’급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면, 이번엔 뚜렷한 계기가 없었다는 평가가 금융투자 전문가들 사이에 지배적이다. 그만큼 국내 증시에서 큰손 투자자로 꼽혔던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선 국내 증시 주요 종목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숏 포지션(공매도)’이란 선택지가 사라진 외국인 입장에선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종목에 대한 장투 성향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실적 반등 가능성이 높은 안정적 전통 대형주에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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