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게 강하다… ‘진짜배기’ 컬렉터들 사로잡은 ‘미술의 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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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열린 대구국제아트페어(Diaf·디아프)에 마련된 갤러리 신라 부스는 이강소, 김영진, 서승원, 최명영 등의 작품으로 꾸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준엽 갤러리 신라 디렉터는 "대구는 한국 실험미술이 태동한 곳"이라며 "대구에 온 미술 애호가들은 구겐하임을 찾지 않아도 한국 실험미술의 진수를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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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가루 추상화 이기성 작가 등
인기 작품들은 판매완료 잇따라
이강소 등 K-실험미술의 고향
삼성家 미술 수집도 대구서 시작
“지역 아트페어 꾸준한 지원을”
대구 =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열린 대구국제아트페어(Diaf·디아프)에 마련된 갤러리 신라 부스는 이강소, 김영진, 서승원, 최명영 등의 작품으로 꾸려져 눈길을 끌었다.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조명하고 있는 한국 실험미술을 이끈 거장들의 작품이다. 이준엽 갤러리 신라 디렉터는 “대구는 한국 실험미술이 태동한 곳”이라며 “대구에 온 미술 애호가들은 구겐하임을 찾지 않아도 한국 실험미술의 진수를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대구는 한국미술시장에서 서울·부산과 함께 ‘톱 3’를 형성하고 있는 도시다. 이쾌대·곽인식·이인성·이강소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이끄는 거장들을 여럿 키웠고, 미술대학만 10여 곳에 달해 신진 작가도 꾸준히 배출된다. 리안갤러리, 우손갤러리, 갤러리신라 같은 대형 화랑들은 대구를 밑바탕 삼아 전국구로 거듭났다. 1960∼1970년대 비주류를 넘어 ‘퇴폐’ 또는 ‘사이비’로 치부됐던 실험미술이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단색화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사조로 해외 미술계가 조명하는 전성기를 열 수 있게 판을 깔아준 시발점도 50여 년 전 열렸던 대구 현대미술제다.
대구는 ‘진짜배기’ 컬렉터들이 모인 도시로도 유명하다. 구매력이 강할 뿐 아니라 작품을 고르는 눈까지 예리한 ‘큰손’이 많다는 게 미술계 평가다. ‘한국의 메디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삼성가(家)의 미술 사랑도 대구 서문시장 근처에서 삼성상회 간판을 걸었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고미술 수집이 출발점이다. 디아프 운영위원장인 전병화 대구화랑협회장은 “오래전 섬유산업이 부흥하면서 축적된 자본이 예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탄탄한 컬렉션 전통이 시작됐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자녀 세대가 새롭게 젊은 컬렉터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위생용품 제조업체로 대구 지역기업인 모나리자에스엠은 얼마전 준공한 경산 공장 사옥에 최근까지 수집한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걸기도 했다. 윤종선 대표는 “직원들까지 함께 작품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일터가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찾은 디아프에서도 ‘조용하지만 강한’ 대구 컬렉터들이 눈에 띄었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6개국 116개 갤러리가 4500여 점을 출품한 전시장에선 젊은 연인부터 노(老)부부까지 분주하게 부스 사이를 오갔다. 세계적인 미술시장 침체에 더해 지난 9월 열린 키아프와 프리즈의 영향으로 관심이 저조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쇳가루로 추상화를 그리는 이기성 작가를 비롯한 인기 작품에는 ‘판매완료’를 뜻하는 빨간색 스티커가 붙었다. 한 갤러리 대표는 “‘키아프리즈’라는 워낙 큰 이벤트가 열렸다 보니 전반적인 분위기가 조용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좋은 작품은 팔린다. 오히려 이번 페어를 찾은 컬렉터들은 지금이 작품을 수집할 기회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다만 섬유산업을 비롯한 지역경제 침체와 꾸준한 인구감소 등으로 대구 지역 미술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미술계 안팎에서 지역색을 살릴 수 있는 로컬 아트페어와 미술전시가 꾸준하게 이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대목이다. 노재명 전남도립미술관 운영자문위원은 “한국 미술이 바람직하게 성장하려면 지역적 다양성도 필요하다”며 “대구나 부산 같은 지역의 로컬 아트페어들이 성공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꾸준히 보여줄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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