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공주님만 행복하란 법 있나요? … 우리도 모두 이 세상 속의 주인공”

박세희 기자 2023. 11. 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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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덫에 가두면'(돌베개)으로 지난 2021년 미국 최고 권위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인 작가 태 켈러가 한 평범한 소녀의 모험담을 담은 신간을 냈다.

공주가 되길 원하는 한국계 미국인 소녀 미희 완 박이 어느 날 동화 세계로 건너가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평범한 아시아계 여자아이인 미희가 공주가 되려 하는 것도 "세상의 고정관념이 틀렸음을 증명"하고 "내가 나로서 온전히 속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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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뉴베리상 수상 작가 태 켈러
아시아계 ‘미희’를 주인공으로
공주 고정관념 깨는 동화 펴내
한국계 미국인 작가 태 켈러. 김영사 제공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돌베개)으로 지난 2021년 미국 최고 권위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인 작가 태 켈러가 한 평범한 소녀의 모험담을 담은 신간을 냈다. ‘그리고 미희답게 잘 살았습니다’(주니어김영사)다. 영어로 쓰인 원서 제목은, ‘Mihi Ever After’, 많은 동화의 마지막에 쓰이는 문구 ‘Happily ever after’를 변용했다. 공주가 되길 원하는 한국계 미국인 소녀 미희 완 박이 어느 날 동화 세계로 건너가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태 켈러 작가는 “세상은 불확실하고 무서워, 기쁨에 조금 더 기대고 싶었던 2020년 여름,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했다.

동화 세계에 들어간 미희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만난다. 물레에 찔려 잠들기 전의 공주를. 성에 갇혀 사는 공주는 때가 되면 물레에 찔려 100년간 잠들어 있다가 왕자의 입맞춤으로 깨어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미희는 공주에게 항상 장갑을 끼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고, 이야기를 바꾼다. 이처럼 책에선 수많은 공주 이야기에 대한 전복이 이뤄진다. “어렸을 때 공주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속의 결점을 보게 되죠. 대표적인 게 수동성과 고독입니다. 많은 공주들에게는 친구가 없어요. 제가 이 책을 쓸 때는 이런 공주 이야기를 비평하는 동시에 확대하고 싶었습니다.”

작가 역시 미희와 같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켈러는 “처음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땐 백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나오는 많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백인이기 때문에 저도 백인 소녀로 설정했어요. 그러다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왜 내가 만든 나의 이야기에서 나 자신을 지우고 있지?’”

작가는 미희와 본인이 아주 많이 비슷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자신이 사는 세상에서 완벽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평범한 아시아계 여자아이인 미희가 공주가 되려 하는 것도 “세상의 고정관념이 틀렸음을 증명”하고 “내가 나로서 온전히 속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서다. “미희보다 전 조금 더 수줍음이 많고, 그녀보다 대담하지도 않지만 우린 많은 점에서 비슷해요. 저 역시 종종 어딘가에도 속해 있지 않다고 느꼈지요. 이민 가정 아이들을 비롯한 많은 아이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낄 거라 생각해요.”

그러면서 작가는 덧붙였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 속에 존재합니다. 이 세계 안에도 분명히 소속돼 있죠. 이 사실을 알길 바랍니다. 우리는 이 세상 속에 존재할 자격이 충분해요. 공주가 되지 않아도 말이죠.”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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