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세상을 바꾸진 못해도, 설경구에겐 ‘희망’이 있다[인터뷰]
영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참으로 호기롭고 순수한 질문이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배우 설경구는 진중하게 생각하며 답했다.
“아니오. 하지만 얘깃거리는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놈 목소리’를 찍을 땐 실제 범인 목소리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재심’을 보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에 대해 찾아보게 되잖아요. ‘소년들’을 본다면 ‘전북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자세히 살펴보게 될 거고요. 최소한이라도 이런 사건들이 있었다는 얘기들이 오갈 건데,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설경구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신작 ‘소년들’(감독 정지영) 촬영 이후 실제 피해자들과 만난 이야기부터 정지영 감독에 대한 애정, ‘그놈 목소리’ ‘생일’ 등에 이어 또 한 번 실화 바탕 영화로 돌아온 이유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시사회 때 만난 피해자들, 기분이 더 복잡해지던데요”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사건 실화극이다. 전북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바탕으로, 부실수사 탓에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소년들과 이를 파헤치려는 형사 황준철(설경구)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은 그 소년들이 성장해서 자신이 당한 불의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담았어요. 뒤죽박죽된 사건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도 피해자들이고 약자들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실제 사건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가 이 영화를 보고 엔딩에서 소년들이 자신의 무죄를 외쳤을 때 엄청 감동했다고 말해줬어요. 실제론 그러지 못했거든요. 불의에 대해서 영화로나마 용기내 말해줘서 고마웠다고 하더라고요.”
실제 피해자들과 만남도 이뤄졌다.
“전주를 다녀왔는데요. 그곳엔 피해자, 피해자 가족들도 왔고 실제 진범도 왔더라고요. 뭔가 기분이 더 복잡해지던데요. 돈으로 인한 보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인생이 송두리째 날아가버린 건데, 그걸 웃으면서 얘기하는 걸 보고 ‘정말 경지에 다다른 사람들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도인 같다고나 할까요. 또 진범을 보면서도 마음이 이상해지는 게, 재심에서 증언을 해줘 고맙다고 해야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럼에도 피해자들이 참 천진난만하게 웃어서 놀라웠어요. 그때 진술한 이후 지금까지 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하면서요.”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그는 ‘그놈 목소리’ ‘생일’ 등 무거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중심축에 늘 서있었다.
“제가 찾아다닌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안이 들어오면 왠지 다 하는 것 같아요. 거르지 않았죠. 왜냐하면 그런 작품들을 만드는 감독들은 분노에 차서 눈에 불을 켜고 들어오기 때문에 거절할 수가 없어요. 이 작품도 그렇게 시작됐어요. 이 사건이 많이 알려졌다고는 하지만, 사실 ‘약촌오거리’ 사건과 헷갈려하는 사람들도 많고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도 많거든요? 저도 그랬고요. 어쩌면 묻혀서 지나갈 수도 있던 사건이지만, 이 영화로 인해 일반 관객들에게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정지영 감독처럼 나이들고파”
정지영 감독과는 첫 협업이다.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기도 했다.
“사회적 발언도 서슴없이 하고 남들이 주저하는 조심스러운 메시지도 주저없이 던지는 감독이라 늘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었어요. 처음엔 사석에서 만났는데, ‘작품 한 번 해야죠’라고 먼저 얘기해주더라고요. 제가 ‘영광입니다’라고 했더니, 바로 일주일만에 ‘고발’(‘소년들’ 가제)이라는 시나리오를 줬죠. 실제로 만나보니 정말 정열적인 사람이었더라고요. 그 눈을 회피할 수 없었고요. 그래서 출연하게 됐어요.”
촬영 현장에서도 정 감독의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고.
“스태프들과 수평관계였어요. 꼰대 기질이 전혀 없더라고요. 이견이 생기면 큰소리 내면서 싸우기도 하고, 조감독과 활기차고 격한 토론도 이뤄졌죠. 스태프가 필요한 장면이라고 계속 찍자고 하면 ‘안 쓸 거야’라면서도 찍게 해주고요. 그러면서도 씨익 웃으면서 ‘내가 쓰나봐라’라고 할 땐 아이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하하.”
정 감독을 보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보기도 햇단다.
“굉장히 적극적이고 재밌는 사람이에요. 홍보차 예능 프로그램에 나갔는데 갑자기 정 감독님이 공약을 걸더라고요. 일정수 이상의 관객이 들면 코카인 댄스를 추겠다고요. 그러면서 갑자기 춤을 추는데 진짜 거침없어 보였어요. 하하.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려고 하진 않지만 끝까지 주장을 고집할 땐 해맑은 아이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감독님을 보면서 저도 그렇게 나이를 먹고 싶어졌어요. 꼰대 되지 말고 철들지도 말자! 쉽진 않겠지만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종합] 토니안 “거울 깨고 피 흥건···조울증+대인기피증 앓아” (새롭게 하소서)
- ‘음주 튀바로티’ 김호중, 징역살이 억울했나···즉각 ‘빛항소’
- ‘마약투약·운반 의혹’ 김나정, 경찰에 고발당했다
- ‘송재림 사생활’ 유포한 일본인 사생팬에 비판세례···계정삭제하고 잠적
- [스경X이슈] “잔인하게 폭행” VS “허위 고소” 김병만, 전처와의 폭행 논란…이혼 후 재발한
- 한지민♥최정훈, 단풍 데이트 ‘딱’ 걸렸네…이제 대놓고 럽스타?
- 빈지노♥미초바 득남, 옥택연·로꼬·김나영 등 축하 물결
- [스경X이슈] 김광수가 되살린 불씨, 티아라·언니 효영에도 붙었다
- 최동석 ‘성폭행 혐의’ 불입건 종결···박지윤 “필요할 경우 직접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