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콕 찍은 대한민국 우수 학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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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학군지를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
소위 우수 학군지로 불리는 곳은 분명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내 아이에게 이로운 곳이라고 볼 수 없다. 제대로 알고 선택해야 많은 시행착오를 줄여나갈 수 있다.
먼저 우수 학군지에 대한 오해를 보자. 우수 학군지는 대입 결과가 우수한 고등학교가 모여 있는 곳이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입시 결과가 왜 우수한지에 대한 이유를 따져보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우수 학군지라고 평가받는 곳들이 있다. 서울 대치동·목동·중계동, 경기 분당, 부산 해운대구·동래구, 대구 수성구 등은 누구나 다 아는 우수 학군지다. 그러나 최근 이들 학군지도 극심한 양극화 현상으로 대구 수성구, 서울 대치동·목동을 제외하고는 예전처럼 학군 프리미엄을 누리기 어려워지고 있다.
우수 학군지는 하나의 요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이 맞아떨어져 구성된다. 일단 우수 학군지에는 다양한 학원이 모여 있다. 단순히 학원이 밀집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따라서 학생 각자에게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을 선택하기 쉽다. 선행 학습 여부와 과목별 수준에 따라 대형 강의와 클리닉은 물론 필요한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도보권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한 장점이다.
그리고 정보가 흐른다. 대치동 주말을 상징하는 모습은 아이들을 태우고 온 학부모들이 카페에 모여 앉아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이다. 불필요하게 공포를 조장하는 과잉 정보 유통으로 종종 언론에서 부정적으로 그려지지만, 전국에서 모여든 다양한 선배들의 성공 사례가 교환되면서 자신의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경로를 찾을 수 있는 정보이기도 하다.
우수 학군지라 불리는 지역의 고등학교에는 어느 정도 경쟁에 자신감을 가진 학생들이 모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의 내신 시험이 수능형 고난도로 출제돼도 학생들의 변별력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외곽 고등학교의 경우 내신 시험을 어렵게 내면 학생들의 점수가 너무 낮아져 변별력이 없어질까 봐 수능 수준의 문제를 출제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에게는 평소 공부하던 내신 시험과 고3 때 만나는 수능 시험이 완전히 다른 시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수 학군지의 고등학교에서는 수능 수준의 고난도 내신 시험 출제가 어느 정도 자유로워 1학년 때부터 수능형 문제에 익숙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사교육 인프라와 다양한 입시 정보에 다가갈 수 있는 접근성, 상위권에 맞춘 고등학교 프로그램 등이 맞물려 대치동과 목동 같은 우수 학군지를 만들어낸다. 이런 생태계 덕분에 서울대와 의대 등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는 점도 학생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이런 장점들만 보면 우수 학군지로 이사하는 것이 무조건 유리할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비싼 주거비와 사교육비 등 높은 경제적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고액 과외가 아니라 법정 한도 내의 학원비만 내더라도 수강 과목이 하나둘씩 늘어나면 생각보다 부담이 커진다. 높은 경제적 부담과 낮은 내신 성적, 높은 수능 성취와 다양한 교육 인프라의 활용이라는 여러 편익 중에서 어느 것을 우위에 놓고 선택할 것인지가 결국 우수 학군지로 이사를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우수 학군지는 대개 학부모의 경제력이 사교육 시장을 키우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강남과 목동, 대구 수성구 등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가진 학부모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그러나 꼭 경제적인 것이 전부는 아니다. 강남구만 하더라도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북쪽을 뜻하는 ‘테북’과 남쪽인 ‘테남’으로 구분되는데 압구정동과 청담동이 있는 ‘테북’이 경제력에서는 남쪽을 압도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표적 우수 학군지는 대치동을 중심으로 한 강남의 남쪽 외곽에 자리 잡았다. 신흥 부촌인 용산과 마포 등이 우수 학군지로 아직 자리 잡지 못한 것을 보면 경제적 요인 외에 축적된 사교육 인프라 등 다양한 요인이 우수 학군지를 결정함을 알 수 있다.
위의 상황을 고려한 뒤 우수 학군지로 이동을 결정했다면 다음은 시기와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는다. 사실 대치동과 목동 같은 최우수 학군지의 장점은 중등 과정에 있다. 중등 과정에서 자신에게 맞는 고등학교를 선택해 진학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진정한 장점이다. 영재교와 과학고는 의대 열풍 속에서 가장 선호하는 고등학교 유형이다. 영재교와 과학고 준비 과정이 의대 진학에 필요한 수학, 과학의 선행 학습 과정이라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곳의 진학을 위한 준비 과정이 우수 학군지의 실질적인 장점이 되는 셈이다.
대치동이라고 해서 준비생 모두 영재교에 진학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초중등 학생의 최고난도 수업이 영재교 준비반이고, 이 과정을 준비한 학생들은 떨어져도 강남권 일반계 고교에 진학하게 되는데 4,000~5,000명의 준비생은 서울·경기 지역 일반계고와 자사고에 분산해 진학한다. 이미 수학과 과학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학생들이다. 영재교, 과학고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학생이더라도 우수 학군지 일반계고에 진학하는 순간 학교당 10명 이상의 영재교를 준비했던 학생들과 경쟁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수 학군지 진입을 결정한 학생이라면 중학교 과정에 미리 진입해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❶ 우수 학군지로 이사를 고민해본 적이 있는지?
YES 73.3% NO 26.7%
❷ 우수 학군지로 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14.3%
학습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서 50%
다양한 학원이 많아 선택권도 다양하다 28.6%
아이에게 맞는 학습 제공 7.1%
❸ 우수 학군지에 가면 학습 결과가 달라진다고 보나?
달라진다. 46.7%
큰 의미 없다. 6.7%
잘 모르겠다. 46.7%
❹ 우수 학군지로 가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하는 아이는 어디서든 스스로 할 거라고 믿는다. 20%
여력이 된다면 지금이라도 가겠다. 26.7%
주거지나 사교육 등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 46.7%
아이가 스트레스받을 것 같다. 6.7%
❺ 우수 학군지에 가야 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적당한가?
중등 시기 13.3%
유아·초등시기 73.4%
상관없다. 13.3%
❻ 거주하고 있는 학군지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공부하는 분위기가 덜해서 아이도 영향을 받는다. 42.9%
사교육 프로그램이나 강사의 퀄리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21.4%
공교육 선생님들의 입시에 대한 관심이 덜하다. 7.1%
정보가 부족하다. 28.6%
입시 전문가 박수범 소장
“상위 학군지이지만 강남과 중계동이 다른 이유”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우수 학군지의 변화라고 할 만한 일들이 있나요?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별 정원도 계속 줄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지역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어요. 상위권 학생들의 강남 유입은 여전한 상태에서 남은 학생들의 숫자가 줄어들면 지역의 활력이 떨어지죠. 그 결과 강남 3구와 다른 지역의 입시 실적이 더 큰 격차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는 전체적으로 나타나는데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유가 뭔가요?
지역별로 나눠서 볼 필요가 있어요. 대표적 우수 학군지였던 서울 중계동의 경우 기존 주민들이 재건축을 기다리면서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지 않아요. 그 말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의 유입이 차단된다는 의미입니다. 지역이 전반적으로 늙어가고 있는 것이 큰 문제점이죠. 이런 모습은 목동에서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에 강남권은 주택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새롭게 진입하는 세대가 여전히 존재하죠. 그래서 강남과 타 지역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학습 형태에 있어서도 학군지별 차이가 나타나나요?
서울에서도 강남과 목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수시를 통한 대학 진학에 집중해왔습니다. 성과를 내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주변 학생들과 경쟁을 통해 좋은 내신을 획득하는 것이 재수생이나 강남권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는 수능 준비보다 쉽다고 여겨졌죠. 이런 관행이 계속되다 보니까 중계동 같은 우수 학군지에서도 수능 준비가 등한시됐어요. 결국 수능 최저 기준을 넘지 못해 수시 입시도 실패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버티고 있는 서울 강남·목동, 대구 수성구의 공통점은 모두 수능 준비가 튼튼하다는 겁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상위 학군으로 이사를 고민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곳으로 가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먼저 아이가 학습에 대한 훈련이 얼마나 돼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건 선행 학습 진도가 얼마나 나갔는지를 묻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책을 읽을 때, 무슨 책을 읽었는지에만 관심을 갖는 부모라면 아이의 학습 습관을 파악하지 못할 겁니다. 최소한 아이가 책에서 무슨 내용을 이해했는지 함께 대화하는 노력은 해야겠죠. 자기 주도 학습이 준비된 아이는 책에서 주인공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해합니다. 책을 읽을 때도 그 정도의 자기 주도성을 보여주는 학생이 결국 진정한 공부 습관을 가진 학생입니다. 이런 학생은 우수 학군지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여주죠.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선행 학습의 정도가 아이의 학습 능력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글 :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백재훈(입시 컨설턴트)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박수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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