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한 아와모리 긴급 공수…우승 염원 담긴 LG 프런트의 오키나와행

2023. 11. 7. 08: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LG가 전사적으로 29년 만의 우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야구 사랑이 지극했던 고(故) 구본무 회장의 '유산'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하나는 1998년 구 회장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주겠다며 사온 당시 시가 8,000만 원 상당의 롤레스 시계, 또 하나는 그 유명한 '우승 축배주' 아와모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8년 5월 20일 잠실 한화전에서 왼 팔에 검은 리본을 단 LG 선수단. LG 제공

LG가 전사적으로 29년 만의 우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야구 사랑이 지극했던 고(故) 구본무 회장의 ‘유산’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하나는 1998년 구 회장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주겠다며 사온 당시 시가 8,000만 원 상당의 롤레스 시계, 또 하나는 그 유명한 ‘우승 축배주’ 아와모리다.

1994년 봄, 선수단 격려차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찾은 구 회장이 선수단 회식 자리에서 이 술을 나누어 마시다가 “올 시즌 우승하면 축승회 때 이 술로 건배합시다”라고 제의했다. LG 구단은 귀국길에 아와모리를 여러 통 들여왔고, 그 해 가을 창단 두 번째 우승을 한 자리에서 술잔을 채웠다. 기분 좋은 징크스로 여긴 LG 구단은 이듬해 전지훈련을 마친 뒤에도 이 술을 다시 사 들고 귀국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28년간 열지 못하고 현재 경기 이천 챔피언스파크에 보관돼 있다. 흘러간 세월만큼 술독을 봉해 놓은 종이 색깔은 누렇게 변색됐고, 상당량이 증발해 버렸다. 남은 것도 실제로 마실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이에 LG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간절한 우승 염원을 담아 아와모리를 긴급 공수했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구단 직원들이 지난 주말 일본 오키나와로 날아가 부족한 술을 새로 구입해 왔다.

야구단 금고에 보관 중인 롤렉스 시계는 금전적인 가치가 그 사이 두 배 가량 상승했다. 현재 단종된 제품으로 중고 시세는 1억 6,0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계 선물은 29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던 선수들은 서로 MVP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주장 오지환은 "모든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MVP를 받고 싶어하는데, 나도 마찬가지"라며 "주장의 권한으로 누구에게 줄 수 있다면 나한테 주고 싶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야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잘 알려진 대로 LG는 1990년 창단한 야구단의 인기를 발판 삼아 두 차례 우승(1990년ㆍ1994년) 후 1995년 그룹 CI를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꿀 만큼 야구를 통해 이미지 제고에 성공한 기업이다. 구 회장을 비롯한 야구단 식구 전원이 1년에 한 번 한 자리에 모이는 ‘단목행사’도 구 회장이 직접 제안한 구단의 전통이었다. 구 회장의 생가이자 외가가 있는 경남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에서 지내는 우승 기원 행사였다.

지난 2000년에는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에까지 날아가 선수단 회식을 주재하며 “한국시리즈에서 우승만 한다면 백지수표를 풀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야구단에 뜨거운 애정을 표현하며 적극적으로 구단을 챙겼다. 2013년 정규시즌 2위로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궜던 김기태 감독에게는 각별한 선물을 따로 챙겨주기도 했다.

구 회장은 끝내 세 번째 우승을 보지 못하고 2018년 5월 눈을 감았다. 선을 넘지 않는 순수한 애정으로 생전 모든 선수들의 존경을 받은 ‘회장님’의 우승주와 명품 시계 금고는 과연 열릴까.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