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얘긴데 묘하게 '내 직장생활' 같네···'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전하는 위로 [정지은의 집순이리뷰]
사회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의 모습이 형성하는 공감대
정신과 간호사 박보영이 전하는 따뜻한 힐링
"그래서 선생님도 여기 계신가 봐요. 이곳에는 착한 사람들만 온다면서요."
착한 사람들은 크고 열려 있는 마음을 가진 만큼 상처받기 쉽다. 작은 파동에도 베이고, 날카로운 말과 행동들에 심장을 내어준다. ‘좋은 사람’이기에 더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연출 이재규, 김남수 /극본 이남규, 오보현, 김다희)는 그런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드라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내과에서 정신과로 이동한 3년 차 간호사 정다은(박보영)이 정신병동의 다양한 환자들을 마주하며 스스로도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 간호사 출신인 이라하 작가의 동명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환자들은 공황장애부터 가스라이팅 피해에 불안 장애까지 다양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사회생활이 원인이 되어 병을 키운 경우다. 박보영이 연기한 정다은 간호사를 비롯해 장동윤이 연기한 극중 주요 인물 송유찬, 조달환이 연기한 김성식 환자는 모두 회사 생활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다.
정다은은 내과 간호사 시절 따뜻한 마음씨로 인해 오히려 동료 간호사들의 빈축을 사게 되고 그로 인해 정신과로 옮겨간다. 정신과에 옮긴 이후에도 이전 과에 있었던 간호사들의 험담을 듣게 된다. 이때 정다은이 가장 눈여겨보는 존재는 자신의 병동에 있던 김성식 환자다. 분노조절장애와 자격지심이 있는 직장 상사에게 지독하게 시달리던 김성식은 결국 자신을 벼랑 끝까지 내몰리게 만든 상황에 절규한다.
이후 병원에 들어와 치료를 받지만 회사 재직 당시 동료들과 후배들 앞에서 상사에게 부관참시하듯 언어폭력과 가스라이팅을 들어온 그는 과거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느낀다. 정다은의 가장 친한 친구 송유찬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상사와 동료들의 끊임없는 부담으로 인해 결국 부적응자의 낙인이 찍힌 삶에 시달리며 공황장애를 겪는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아침은 온다. '나아질 수 있을까, 나 같은 건 없어져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되뇌던 김성식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주고 신뢰하는 존재를 찾게 된다. 자신의 공황장애를 부정하던 송유찬 또한 자신이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들에게 병을 알리고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누군가가 내 욕을 하지 않을까'라고 불안해하며 투명한 우리에 갇혀 있는 것만 같았던 삶을 사는 정다은도 내과가 아닌 정신과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다.
이들의 눈부신 고군분투기는 CG로 완벽히 표현돼 더욱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망상 환자의 경우 환자들이 실제로 보는 망상 그대로가 구현되고, 공황장애 환자의 경우 밀폐된 공간에서 차오르는 물에 발버둥 치는 모습이 등장한다. 해당 환자들이 현재 보고 있는 모든 감각들을 표현하는 신들은 마음의 병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영상을 보며 그들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되게끔 만들어준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윌들의 절반은 마음의 병을 살아가고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심리적으로 위안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한 바 있다. 주연 박보영 배우 또한 "(정신병동의) 문턱이 낮아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만큼 '정신병동에 아침이 와요'는 많은 이들이 아픔을 숨기며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무너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의 가장 큰 힐링 포인트는 희망에 있다. 아무리 한치 앞을 못 볼 만큼 어둡더라도, 지금 있는 시기가 최악인 것 같더라도 '밤은 가고 아침은 온다'는 희망이다. 지금을 참고 이겨내면 내일을 살아갈 힘을 꼭 되찾을 수 있다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메시지는 날카로운 말들에 베이며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정지은 기자 jea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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