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츠·에드먼도 훌륭하지만, 김하성은 다른 세계에서 왔다" 역대 4명뿐이었는데…이래서 더 대단하다
[OSEN=이상학 기자] 지난 1957년 제정된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는 한국인 선수에게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았다. 무려 66년간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던 메이저리그 황금장갑을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거머쥐었다. 포지션 변경 첫 해에 수상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2023년 골드글러브 수상자 20명에 김하성이 포함됐다. 내셔널리그(NL) 2루수 부문은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에게 내줬지만 유틸리티 부문에서 무키 베츠(LA 다저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치고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이날 골드글러브 수상 결과를 발표한 ‘ESPN’ 방송은 “에드먼도 훌륭하고, 베츠도 훌륭했지만 김하성은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다(Edman is great, betts is great, Kim is kind of from another world)’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 수상이었다. 그동안 한국인 야수로는 최희섭, 추신수, 강정호, 김현수, 최지만 등이 2시즌 이상 풀타임 시즌을 뛰었지만 누구도 수상하지 못했다. 2012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 소속이었던 추신수가 아메리칸리그(AL) 외야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미국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도 김하성을 ‘선구자’라고 표현하며 “내가 미국에 오기 전 한국인 투수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은 생각도 못했지만 우리는 해냈다. 투수 다음에는 최희섭, 추신수 같은 홈런 타자도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비는? 내야수, 유격수, 2루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김하성 덕분에 ‘그래,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의 수비를 크게 칭찬했다.
지난해 NL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댄스비 스완슨(컵스)에게 밀려 고배를 마신 김하성은 올해 2루수로 포지션을 옮겨 대업을 이뤘다. 주 포지션 2루수로 106경기(98선발) 856⅔이닝(4실책)을 소화한 김하성은 3루수로 32경기(29선발) 253⅓이닝(1실책), 유격수로 20경기(16선발) 153⅓이닝(2실책)을 커버했다. 3개 포지션을 넘나들면서 총 1263⅓이닝을 수비했고, 실책이 한 자릿수(7개)에 불과했다.
경쟁자였던 베츠는 우익수와 2루수, 에드먼은 유격수와 중견수로 내외야를 오갔다. 내야에 국한된 김하성이 조금 불리할 것으로 보였지만, 미국야구협회(SABR)가 고안한 수비 통계 지표(SDI)에서 NL 전체 9위로 25위 밖이었던 베츠와 에드먼을 앞섰다. SDI 수치가 25% 반영된 가운데 75% 비중을 차지하는 감독과 코치들의 평가에서도 김하성이 앞섰다.
디애슬레틱은 지난 9월말 김하성과 나눈 이야기를 전했는데 당시 그는 “유틸리티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것이 더 값질 것 같다. 골드글러브 수준에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비록 SDI 수치에서 NL 1위였던 2루수 부문 수상이 불발된 게 아쉽지만 애착을 보인 유틸리티 부문 수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도 ‘시즌에 들어가면서 김하성의 수비에 대한 물음표는 눈에 띄게 줄었다. 어느 자리에서 뛰든 항상 엘리트 수비수였기 때문이다’며 ‘샌디에이고는 투수 성향에 따라 김하성의 포지션을 번갈아 기용했다. 좌측으로 땅볼 유도가 많은 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김하성을 3루수로, 우측을 땅볼 유도가 많은 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2루수로 김하성을 배치했다. 김하성은 3개 포지션에서 모두 의미 있는 활약을 했다. 2루수로 10점을, 유격수와 3루수로도 각각 3점씩 막아냈다. 2023년 전까지 2루수로 뛴 적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그가 얼마나 매끄럽게 포지션 전환을 해냈는지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일 것이다’고 치켜세웠다.
김하성과 함께 샌디에이고 팀 동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도 NL 우익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받았다. 두 선수 모두 원래 포지션이 유격수이지만 새 포지션에서 첫 시즌부터 골드글러버가 됐다. 신인을 빼고 새 포지션에서 첫 시즌부터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는 지난해까지 단 4명에 불과하다.
앞서 1983년 컵스 라인 샌버그(3루수→2루수), 1999년 신시내티 레즈 포키 리스(3루수→2루수), 2021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마커스 시미언(유격수→2루수), 2022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라몬 유리아스(유격수→3루수)이 그들이이었다. 샌버그는 1983~1991년 9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휩쓸며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수비의 달인이었고, 리스도 1999~2000년 2년 연속으로 수상했다.
한 해에 2명의 선수가 포지션 이동 첫 해부터 골드글러브를 받은 것은 올해 김하성과 타티스가 처음이다. 샌디에이고에서 2명의 선수가 한 해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도 1996년 외야수 스티브 핀리, 3루수 켄 캐미니티 이후 27년 만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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