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전 타임캡슐’ 신창동 유적…“발굴 맡을 연구기관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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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5월 광주시 광산구 신창동 국도 1호선 공사 현장에 중장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2000년 전의 타임캡슐'로 불리는 광주 신창동 유적의 생활 문화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연구기관 개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020년까지 28차례에 걸친 발굴 조사 작업을 통해 세계 최대의 벼 생산 유적, 칠액이 담긴 용기 등 2만여점의 유물이 발굴된 신창동은 한반도 초기 철기시대 농경 생활의 맥락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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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5월 광주시 광산구 신창동 국도 1호선 공사 현장에 중장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창동은 1963년 53기의 옹관묘 등이 출토된 유적지였다. 국도 1호선 직선화 공사로 신창동 유적 중앙부가 관통될 상황이었다. 이미 옹관묘 지구의 언덕은 깎여나가 아스콘 포장이 한창이었다. 조현종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사(전 국립광주박물관장)는 “당시 광주시에 도움을 요청해 공사가 중단됐다”고 회고했다.
국도 1호선은 유적을 피해 곡선을 그렸고, 국립광주박물관은 이 일대에서 국내에선 처음으로 ‘저습지’(저지대 습지)를 발견했다. 저습지는 썩기 쉬운 나무나 씨앗 등도 원형을 유지한 채 발견돼 고고 유물의 보고로 간주된다. 1995년 발굴 조사에선 신창동 저습지에서 기원전 1세기 전후의 유물들이 쏟아졌다. 150㎝에 이르는 벼껍질층은 세계 최대 농경 유적인 중국 허무두 유적 벼껍질층보다 두꺼웠다. 이후 현악기인 슬과 북, 오래된 마차, 비단, 베틀, 유리구슬, 칠기, 활 등 ‘한국 최초·최고’의 유물들이 쏟아졌다.
‘2000년 전의 타임캡슐’로 불리는 광주 신창동 유적의 생활 문화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연구기관 개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신창동 옛 취락을 조사하기 위해 반월마을 발굴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신창동 512-1 일대 26만715㎡ 터는 1992년 국가사적 제375호로 지정됐다. 2020년까지 28차례에 걸친 발굴 조사 작업을 통해 세계 최대의 벼 생산 유적, 칠액이 담긴 용기 등 2만여점의 유물이 발굴된 신창동은 한반도 초기 철기시대 농경 생활의 맥락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하지만 정작 신창동 옛사람의 삶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생활 터전인 취락이나 주거지군은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신창동 유적의 형성 과정을 알 수 있는 핵심 공간인 반월마을이 주민 반발 때문에 사적지 지정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이다. 이곳에선 소규모 발굴이 진행될 때마다 초기 철기시대~원삼국시대 단계의 집터 등이 발견되고 있다. 반월마을 유적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자체는 신창동 유적이 2000년 전 융성했던 농경 문화의 보고라는 사실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신창동 유적의 발굴 성과를 토대로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마한 생활문화는 신창동 유물 등을 활용하지 않으면 설명하기 힘들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문가들 역시 “장기적으로 신창동 문화의 지속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연구기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광산구는 신창동 유적 종합정비계획 연구용역(1억5000만원)을 수행하기 위해 국비와 시비 확보에 나섰다. 광산구 쪽은 “지난해 유적지 인근에 마한유적체험관을 개관해 광주시와 광산구의 마한 문화를 통한 지역 관광 활성화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관리 자치단체인 광산구에서 정비 계획을 먼저 세워 예산을 신청하면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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