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티브 잡스처럼... 개발자들 앞에 선 올트먼 "이제 누구나 나만의 챗GPT 만든다"

이서희 2023. 11. 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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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창립 후 첫 개발자 콘퍼런스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의 첫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무대에 올라 관객석을 바라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3, 2, 1."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청 주변의 이벤트홀 'SVN 웨스트'. 무대 위 대형 화면이 오전 10시 정각을 가리키자, 약 1,000명의 개발자가 운집한 관객석에서 거대한 함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모두가 기다리던 오늘의 주인공이 무대로 등장했다. 정확히 1년 전, 챗GPT를 선보이며 지구촌에 생성 인공지능(AI) 열풍을 일으킨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였다.

'데브 데이(Dev Day)'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오픈AI가 2015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개최한 개발자 콘퍼런스다.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회사의 최신 제품, 서비스 개발 상황과 전략 등을 공개하는 자리로, 올트먼 CEO는 짙은 회색 니트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을 하고 연단에 올랐다. 참석자들 사이에선 "젊은 시절의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가 생각난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1년 세상을 떠난 잡스는 생전 아이폰 공개 행사 등 애플의 주요 이벤트 무대에 오를 때면 어김없이 항상 검은색 터틀넥과 청바지, 회색 운동화를 착용했다.

잡스를 떠올리게 한 건 올트먼 CEO의 복장만이 아니다. 주요 발표 내용을 차례로 소개하던 그는 행사 막바지에 이르자 "하지만 이것들은 중요한 것(main thing)이 아니다"라고 했다. 잡스가 늘 가장 중요한 신제품을 소개하기 직전 외쳤던 "One more thing"(한 가지 소식 더)을 연상케 한 말이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더 똑똑하고, 더 개인화하고, 당신을 대신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AI를 원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오늘 그러한 미래를 향한 첫 번째 작은 걸음을 내딛습니다." 올트먼 CEO가 이 같은 발언과 함께 공개한 '마지막 한 방'은 바로 이용자 맞춤형 챗GPT 개발을 돕는 AI 도구 'GPTs'였다.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오픈AI의 첫 개발자 콘퍼런스가 열린 가운데,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누구나 자신만의 AI 챗봇을 만들 수 있도록 해 주는 GPTs 등을 발표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코딩 몰라도 누구나 AI 챗봇 만드는 GPTs 공개

오픈AI의 야심작 'GPTs'는 챗GPT 등장 1년 만에, 누구나 '나만의 챗GPT'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올트먼 CEO는 "GPTs는 당신이 일을 더 쉽게 하거나 더 많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며 "코딩을 몰라도, 단지 GPT에 말을 거는 것만으로 (자신만의) GPT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GPTs를 이용해 만든 AI 챗봇을 사고팔 수 있는 'GPT 스토어'도 연다고 발표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거래할 수 있는 앱스토어처럼, AI 챗봇 버전의 스토어가 생기는 것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고 2008년 앱스토어를 출시하며 기술 흐름을 영원히 변화시킨 것처럼, 전 세계 개발자들은 오픈AI의 이번 발표가 세계 기술 업계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픈AI의 설명과 시연에 따르면, GPTs는 코딩을 할 줄 모르는 사람도 본인이 원하는 기능의 챗GPT를 개발하도록 해 준다.예컨대 이용자가 "'개발자 콘퍼런스 도우미'를 만들어 줘"라고 주문한 뒤 콘퍼런스 장소, 시간 등 정보를 입력하면 GPTs는 불과 수십 초 만에 개발자 대회와 관련한 질문에 답하는 AI 챗봇을 만들어 준다. 이모티콘 제작자의 경우, 자신이 그동안 디자인한 이모티콘들을 GPTs에 입력시킨 뒤 "내 스타일대로 이모티콘을 그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줘"라고 명령할 수 있다. 그러면 GPTs가 곧장 새 챗봇을 생성해 내고, 이용자는 이 챗봇에 이모티콘 밑그림 등을 맡길 수 있다.

오픈AI는 "GPTs를 이용하면 보드게임 규칙을 알려 주고,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스티커를 디자인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챗봇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개발한 챗봇은) 자신을 위해서만 이용할 수도 있고, 회사 내부에만 또는 공개적으로 배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GPTs는 이날부터 월 20달러짜리 챗GPT 유료 서비스(챗GPT 플러스) 가입자에 한해 이용할 수 있다.

GPT 스토어는 이달 말 출시될 예정이다. 이용자들은 GPT 스토어를 통해 자신이 만든 챗봇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용자 수에 따라 돈을 벌 수도 있다. 또 원하는 챗봇을 검색해 내려받을 수도 있게 된다.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오픈AI의 첫 개발자 콘퍼런스가 열린 가운데,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깜짝 등장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악수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GPT-4보다 강력한 'GPT-4 터보'... 가격까지 낮췄다

올트먼 CEO는 이날 최신형 AI 모델 'GPT-4 터보'도 공개했다. 오픈AI는 지난 3월 미국 변호사시험 상위 10% 성적을 낸 GPT-4를 공개했는데, 이를 더 진화시킨 것이다.

GPT-4 터보는 올해 4월까지의 정보를 학습해, 지난해 1월까지의 데이터만을 학습했던 기존 GPT-4보다 정확한 답변을 제공한다. 명령어도 훨씬 길게 입력할 수 있다. 기존 버전에선 약 3,000개 단어로 제한됐지만, GPT-4 터보는 최대 300페이지까지 입력이 가능하다. 책 전체를 요약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아울러 GPT-4 터보는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 3'를 통합해 말로 이미지 생성을 주문할 수 있고, 글-음성 변환 역시 지원한다.

오픈AI는 GPT-4의 성능 향상과 함께 이용료 인하도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GPT-4를 이용해 AI 프로그램을 만드는 개발자들은 종전의 36% 수준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고 오픈AI는 설명했다. 이는 더 많은 개발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로, 생성 AI 경쟁에서 1위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샌프란시스코=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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