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사태로 불거진 '건축-구조기술' 분리발주…갈등 심화 '불씨' 되나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계기로 불거진 건축물 기본설계와 구조설계 분리발주 요구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할 조짐이다.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를 준비하자, 건축사 및 건축가들은 강력 반발을 예고하고 나섰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축사협회는 한국건축가협회·새건축사협의회·한국여성건축가협회·한국건축정책학회·한국건축설계학회·서울건축포럼과 7단체간 '건축구조 분리발주 관련 건축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준비 중이다.
회람 및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9일 건축사회관에서 성명서와 입장을 공식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갈등이 불거진 건 올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원인 중 하나로 건축설계 도면상 구조계산 오류가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지목되면서다.
건축사가 납품하는 설계도면엔 '구조도면'이 포함된다. 구조도면은 건축물의 수명 기간 발생할 최대 내력에 대해 철근과 콘크리트 강도를 결정하는 과정으로, '안전'과 직결되는 영역이다. 건축구조기술사가 건축사의 의뢰를 받아 납품하면 설계도면에 반영되는 구조다.
사조위 등에 따르면 검단 아파트 설계를 맡은 A건축사사무소는 구조계산을 B구조기술업체에 맡긴 뒤 구조도면은 C건축사사무소에 의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최종 설계도면의 법적 책임은 A사에 있지만 도면상 구조계산 오류로 인한 철근 누락의 실질적 책임 소재는 불분명해졌다.
만약 B업체가 구조도면까지 직접 납품했다면 계산오류를 발견하고 반영할 수 있었으며, 감리까지 참여했다면 적어도 감리단계에서는 오류를 시정할 수 있었다는 게 구조기술사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구조는 '건축법' 및 '건축사법'상 건축물의 설계를 건축사의 고유업무로 규정하는 데 근거한다. 법률상 건축구조기술사는 '관계전문기술자'로 정의돼 건축사와 협력 관계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건축구조기술사가 건축구조 분야에 대해서는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 등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을 지난 9월 25일자로 발의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건축-구조기술 분리발주는 예전부터 있어온 지적이고, 검단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진 당 태스크포스(무량판 부실공사 진상규명·국민안전 TF)와 여러 전문가 및 국회 입법조사처 의견을 종합해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면서 "국토위 전체회의에 상정되면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건축물 부실공사의 원인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설계단계에서 기본설계와 구조설계를 분리 발주함으로써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의 역할과 권한을 각각 부여하고 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감리업무 역시 설계업무와 같이 건축사의 업역으로 한정되어 있어, 건축구조기술사가 독립적인 감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개선을 위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건축사들은 분리발주 시 "건축설계를 총괄하는 건축사에 대한 협력이 강제되지 않아 상호협력시스템의 붕괴를 촉진하고, 유기적인 협업이 어려워질 경우 건축물의 안전과 품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히려 "건축에 대한 적정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 구조기술사뿐만 아니라 건축과정에서 협업하는 관계전문기술자 전반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건축사들의 의견이다.
일각에선 이번 갈등을 전문직인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보기도 한다.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는 각각 대학에서 5년제 건축학과, 4년제 건축공학과를 전공해 각각의 실무경력과 자격취득시험을 거쳐 배출되는데, 두 자격시험 모두 합격률이 5% 내외에 그칠 만큼 난이도가 높다.
책임 및 권한 분리를 떠나, 기본적으로 건축구조기술사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점이 문제란 의견도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건축사는 2만6980명인 데 반해, 건축구조기술사는 1273명에 불과하다. 사업자 수도 국내 건축구조기술사사무소는 680여개로, 1만6000여개인 건축사사무소의 약 23분의 1 수준이다.
최근 서울 곳곳에서도 재건축 용적률 상향 및 건축 고급화 등으로 설계와 구조계산이 복잡해진 만큼 건축-구조기술에 대한 업역 정의 논의는 심화될 전망이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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