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참시]'칼 간' 롯데 레드페스티벌…'엘포인트' 강조한 이유

한전진 2023. 11. 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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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오는 12일까지 '레드페스티벌'
반값 삼겹살·킹크랩 등 마트 '북적'
'포인트 10배', '단독 상품'으로 차별화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삼겹살 세일합니다, 역대급 할인이에요. 엘포인트도 10배 적립됩니다." 레드페스티벌 첫 주말을 맞은 지난 4일 롯데마트 김포공항점. 정육 코너에서 점원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근처 카트가 일제히 매대를 향했다. 행사 상품으로 등장한 '반값' 삼겹살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주부들의 손길이 이어지자 매대는 순식간에 동이 났다. 

지난 주말 롯데마트는 모처럼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는 12일까지 롯데 계열사 11개가 총 출동하는 '레드페스티벌'이 열리면서다. 레드페스티벌은 롯데가 진행하는 연말 할인 행사다. 지난해 '롯키데이'에서 올해 '레드페스티벌'로 이름이 변경됐다. 롯데마트는 엘포인트 10배 적립, 1+1 할인, 마트·슈퍼 단독 상품 등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고물가에 할인 '반갑다'

이날 김포공항점은 초입부터 레드페스티벌을 알리는 현수막이 오밀조밀 붙어 있었다. 삼겹살과 함께 내놓은 반값 킹크랩은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 롯데마트는 오는 8일까지 레드 킹크랩(러시아산) 100g을 행사 카드 결제 시 50% 할인한 4995원에 판매한다. 매대 점원은 "예상보다 수요가 많았다"며 "매장당 20~30마리씩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단연 인기를 끈 것은 반값 삼겹살이다. 최근 식당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이 2만 원에 육박하는 등 금겹살로 불리고 있어서다. 롯데마트는 이날 국내산 돼지고기 삼겹살을 50% 할인했다. 한근 2만1992원의 국산 냉장 삼겹살을 1만996원에 팔았다. 사전 물량 확보와 유통 단계 축소로 단가를 최대한 낮췄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행사 전 200톤 이상의 물량을 확보했고, 자체 신선품질혁신센터에서 가공·상품화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가공식품 1+1, 2+1 방식의 할인도 눈에 띄었다. 이미 라면과 즉석조리 식품 등 제조사들이 가격을 올린 상황에서 '차선'을 선택한 셈이다. 이는 고물가 상황에서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강서구에서 거주하는 주부 A씨는 "미리 쟁여놓을 생각으로 2+1 가공 국제품을 구입했다"며 "가족 고객 입장에서 할인율이 피부에 확 와닿는 편"이라고 말했다. 

엘포인트 강조한 까닭은

롯데마트 단독 상품이 대거 늘어난 점도 예년 행사와 달랐던 점이다. 단독 상품은 유통사와 제조사가 손잡고 전용 제품을 내놓는 방식이다. 이날 매장에서는 해태제과와 만든 '에이스샌드 블루베리', 오뚜기와 협업한 '옛날 매콤잡채' 등이 관심을 받았다. 쿠팡 등 온라인 채널이 급부상하면서 마트 역시 자체 상품을 강화하며 반격에 나선 셈이다. 

1+1, 적립 등을 이용해 2만원 가량을 할인 받았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특히 롯데마트는 이번 행사에서 엘포인트(L.POINT) 10배 적립을 내걸었다. 삼겹살과 채소, 과일 등 신선 식품 구매 고객이 대상이다. 과거 포인트 적립은 행사의 부가 요소 정도였다. 이번에는 행사 메인 콘텐츠가 된 셈이다. 엘포인트는 1포인트당 1원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롯데의 포인트 제도다. 롯데마트 이외에 여러 계열사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앞서 롯데는 지난 2일 선착순 10만명에게 인당 5000포인트를 지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 유니버스'를 의식한 움직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신세계 유니버스는 신세계가 지난 6월 내놓은 그룹 통합 멤버십이다. 이마트 등 6개 온·오프라인 계열사가 통합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각 계열사 시너지로 신세계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롯데 역시 이런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는 관측이다. 

신세계 쓱데이와 한판승

실제로 롯데와 신세계는 올해 연말 할인으로 맞붙는다. 레드페스티벌이 끝나면 신세계 그룹의 연말 할인행사 쓱데이가 진행된다. 신세계는 지난 2019년 쓱데이를 시작했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이한다. 미리부터 연말 할인 행사를 안착시켰다. 쓱데이는 첫 해 4000억원 매출을 기록했고, 2020년 6400억원, 2021년 8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쓱데이 매출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반면 롯데는 그동안 그룹 차원의 대표적인 연말 할인이 없었다. 지난해 야심 차게 준비한 롯키데이는 이태원 참사로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올해는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롯데표 연말 행사를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계열사 참여도 적극적인 분위기다. 롯데온은 오는 12일까지 뷰티 상품군을 할인하는 '뷰티 파라다이스' 행사를 연다. 롯데하이마트도 레드페스티벌을 맞아 이달 한 달 간 '디지털 가전 페스타'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마케팅이 다소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는 이번 레드페스티벌 행사명을 행사 시작 2주 전에서야 확정했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주부들 중 레드페스티벌을 인지하고 있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롯키데이 행사명을 유지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행사명이 계속 바뀌어선 소비자 각인이 어렵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롯데가 벨리곰 캐릭터를 활용하면서까지 롯키데이 명칭을 알리는데 집중해 온 것에 비해 (롯키데이를) 쉽게 포기한 측면이 있다"며 "리브랜딩에 따르는 시간·비용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쓱데이 쓱세일로 매년 소비자 인지도를 높여온 신세계와 비교되는 점"이라고 풀이했다. 

지난 2022년 기획됐던 신세계의 쓱데이와 롯데의 롯키데이
참견(參見), 풀이하면 '어떤 자리에 직접 나아가서 보다'입니다. '전진적 참견 시점'은 직접 발로 뛰며 생활 속 유통 현장들을 '참견'하는 르포입니다. 한걸음 더 전진해 생생한 현장과 사람들, 뒷이야기를 취재합니다. 현상 속 숨겨진 '뷰'도 놓치지 않습니다. 한전진 기자의 '전진적 참견 시점', [전참시] 이제 시작합니다. [편집자]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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