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휴전 거부’에 미국 사면초가…바이든 재선 어쩌나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3. 11. 7.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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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거부 이스라엘에 美 리더십 ‘흔들’
美 블링컨 장관, 튀르키예 외무 회동
이스라엘군, 가자시티 포위∙남북 분할
일간 “가자시티서 시가전 시작 전망”
미국,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배치 발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 =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미국의 ‘인도주의적 일시중단’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하자,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외교로 성과를 낼 길이 요원해지면서 당장의 확전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중동 지역에 미국의 군사력을 증강하는 모습도 보인다. ‘세계의 등불’을 자처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외교가 실패로 귀결되는 모양새에,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재선 도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은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이스라엘에 급파했다. ‘인도주의적 일시중단’을 재차 촉구하려는 모양새다. NYT는 한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엇을 하라는 지시를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9·11 사태 이후 미국이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이스라엘 정부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6일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만난다. 이스라엘에 각을 세우고 있는 튀르키예를 만나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을 요청한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4일 이스라엘에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일시중단(pauses)을 공식 요구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 없는 일시적인 휴전(ceasefire)을 거부한다”는 성명으로 맞섰다. 이스라엘 총리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블링컨 장관이 떠난 바로 다음날인 5일 자국 공군기지를 방문해 군 장병들을 격려했고, 이스라엘군은 같은 날 가자지구 공습을 재개했다.

가자지구 핵심 지역인 가자시티 내 시가전도 임박한 모양이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가자시티를 완전히 포위하면서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분할했다. 통신망은 전부 차단했고,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는 ‘최후통첩’도 마쳤다.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5일 브리핑을 통해 “골라니 연대 소속 정찰부대가 해안을 점령하면서 오늘 ‘북(北) 가자’와 ‘남(南) 가자’가 생겼다”며 “곧 가자지구 북부와 가자시티를 공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스라엘군이 향후 48시간 안에 가자시티 내에서 시가전을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외교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주의적 일시중단’ 요구는 휴전이 필요하다고 보는 아랍 국가에게서도 외면받는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방문 성과로 꼽히는 라파 인도주의 회랑은 아주 제한적으로만 개방돼 운영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끈질긴 중재로 지난 1일 열린 외국인과 중환자 등을 위한 라파 대피로는 개방 이틀 만에 폐쇄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 공격을 확대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위태로운 입장에 처했다”며 “전쟁 이후 중동의 모습과 미국의 역할이 매우 불확실한 상태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중재가 먹히지 않자 미국은 ‘군사적 억제력’ 카드를 꺼냈다. 이스라엘의 강경 행보에 자극을 받은 아랍 국가들이 참전할 가능성이라도 낮추기 위해서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5일 성명을 통해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이 관할 지역에 배치됐다고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CNN은 “미군은 탄도미사일 잠수함의 동선이나 작전을 거의 발표하지 않는다. 확전을 방지하기 위해 적국을 겨냥한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내년 재선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고령 논란과 경제, 외교를 비롯해 전쟁 대응에서도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는 평이다. NYT에 따르면 시에나대와 함께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3일까지 6개주 3662명의 등록 유권자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양자 대결에서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48%의 유권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한 유권자는 44%였다. 6곳 중 1곳만 바이든 대통령에 앞선 지지율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네바다(52%대 41%)와 조지아(49%대 43%), 애리조나(49%대 44%), 미시간(48%대 43%), 펜실베이니아(48%대 44%) 등 5개 주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위스콘신에서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47%대 45%로 앞섰다.

NYT는 대선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을 넘어 300명을 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80세라는 고령의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의견이 71%에 달했고 경제,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보다 낮은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CBS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26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자 가상 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51%)이 바이든 대통령(48%)보다 3%포인트(오차범위 ±3.3%포인트) 높은 지지를 받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재선 도전을 포기하라는 목소리도 내기 시작했다. 타임즈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백악관 수석고문이었던 데이비드 엑설로드는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가 계속 출마한다면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지만, 그것이 현명한 것인지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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