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다윗의 별' 등장과 커지는 '유대인의 공포'
지난주 파리 시내 건물 곳곳에 파란색 스프레이로 칠해진 '다윗의 별'이 등장했습니다. 여섯 개의 모서리를 가진 별 모양 표식은 다윗 왕의 아들인 솔로몬 왕이 이스라엘과 유대를 통합한 뒤 유대 왕의 문장으로 삼았다고 전해지며, 이후 유대인과 유대교의 상징이 됐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엔 독일 나치가 유대인들을 사회에서 격리하기 위해 이 모양의 배지를 달도록 강제하면서, 유대인의 끔찍했던 고통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표식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다윗의 별'이 다수 발견된 파리 14구의 구청장은 성명을 내고 "이러한 낙인찍기는 1930년대와 2차 세계대전에서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방법을 연상케 한다"고 비난하며, 주동자들을 찾아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파리 검찰청은 '출신, 인종, 민족 또는 종교적 이유로 타인의 재산을 훼손한 혐의'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다윗의 별'이 등장한 건 지난주 파리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파리 근교와 다른 지역에서도 이미 '다윗의 별'이 여러 개 목격됐습니다. 지난달 27일엔 몰도바인 커플이 다윗의 별을 스프레이로 칠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는데, 그들은 경찰에서 러시아에 사는 제3자의 요구로 이런 행위를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말이 사실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로랑 뉘녜즈 파리 경찰청장은 '다윗의 별' 사건의 경우 여러 지역에서 다수의 표식이 한꺼번에 등장한 점으로 미뤄 볼 때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다수의 의해 계획된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 행위에 '팀'이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며, 매우 이례적인 반유대주의 사건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반유대주의 사건은 유대인의 표식을 벽에 칠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4일에는 젊은 유대인 여성이 리옹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칼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었다가 얼굴에 복면을 쓴 괴한에 의해 복부를 두 차례 흉기에 찔렸습니다. 피해 여성의 집 문에서는 나치 문양이 발견됐습니다. 검찰은 달아난 용의자를 찾고 있는데, 이 사건의 동기가 '반유대주의' 성향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트라스부르그에 있는 학교들에선 반유대주의 표시가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유대인 학교들은 수시로 폭발물 협박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SNS를 통해 확산된 문제의 동영상에는 파리의 지하철 안에서 유대인을 욕하며 범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노래하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태입니다.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뒤 프랑스에선 반유대주의 사건이 1,040건이나 보고됐고, 이와 관련해 486명이 체포됐습니다. 체포된 이들 중 102명은 외국인이었습니다. 체포된 사람들 중에 아직 극우파나 극단주의 성향 위험인물은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보다 본격적인 조사를 위해선 피해자의 고소장이 필요하다며, 당국은 피해자들에게 고소장 제출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최근의 통계가 반유대주의 행위의 '폭발적 증가'를 보여주는 것이며, 유럽의 유대인들이 다시 두려움 속에 살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유대주의 사건의 급증은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독일 베를린 한복판에선 유대교 회당에 화염병이 던져졌고, 이탈리아 로마에선 홀로코스트 추모 표지석 여러 개가 훼손됐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선 유대인 장례식장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건물 외벽에는 나치 상징 문양과 빨간색 페인트로 칠해진 반유대주의 표식이 발견됐습니다. 스페인에서도 유대교 회당에 대한 공격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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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은 기자 2bwith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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