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에도 평소같은 한끼…‘수험생 무상급식’ 가능할까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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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군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도시락 대신 급식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수험생 무상급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양구군은 오는 16일 치러지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수험생에게 학교 급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양구군이 수험생 편의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별도의 예산을 들여 무상급식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이례적인 시도다.
수능일에 급식이 이뤄지면 수험생은 개인적으로 도시락을 챙길 필요 없이 점심시간에 시험장을 제공한 학교 급식실로 이동해 평소와 같이 급식을 먹으면 된다. 메뉴는 갈비탕과 백반, 된장국, 흰죽 등이 준비되며, 수험생들은 취향에 맞게 골라 먹으면 된다. 1인당 급식 단가는 1만원 수준으로 수험생 수가 200여명에 불과한 양구군 처지에선 추가 비용을 고려해도 300만원 정도면 수능 당일 무상급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음식 알레르기 등 개인 사정으로 학교에서 제공되는 급식을 원하지 않는 학생은 개인 도시락을 준비하면 된다.
양구군의 급식 지원을 계기로 ‘수험생 무상급식’ 확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실 수험생 무상급식은 지원 주체가 다르지만 양구군보다 충남 지역 학교들이 먼저 시작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탓에 중단됐지만 충남 금산고는 2004년부터 수험생들에게 급식을 무료로 제공해왔다. 양구군처럼 지자체가 아니라 학교운영위원회나 단체, 개인 등이 수험생 급식에 써달라고 후원하면 학교발전기금으로 받아서 수험생 급식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2014년 충남도교육청이 파악한 자료를 보면, 충남지역 고사장 50곳 가운데 32곳이 금산고처럼 점심을 제공했다. 강승현 금산고 교무부장은 “수험생 대부분이 지역 학생들이기 때문에 지역사회 차원에서 힘을 모아 점심을 제공해왔다. 학교 입장에서는 준비하는 데 조금 힘든 부분도 있지만 올해도 가능하면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수험생 무상급식은 학부모뿐 아니라 교원노조, 급식 관련 노조 등 관계자들도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윤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우리 주위에는 기숙사 학생이나 저소득·조손·다문화가정 등 수능날 따뜻한 점심 한 끼를 챙기기 힘든 학생이 예상외로 많다. 그래서 일부 학부모회 등을 중심으로 도시락을 챙겨주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무상급식을 희망하는 수험생이 있다면 정부나 지자체, 교육청 등 공적 영역에서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전교조 대변인도 “학교 현장에 가보면 부모가 생업에 바빠 편의점 삼각김밥 등으로 수능날 점심 끼니를 때우는 학생도 있다. (수험생 무상급식) 논의가 진행되면 긍정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영양사와 조리사, 조리실무사 등 학교 급식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소속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김한올 정책국장은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불이익만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소통하면서 추진한다면 큰 틀에서 사업의 취지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찮다. 수험생 무상급식을 추진하다 무산된 사례도 있어서다. 전남 순천시는 2019년 수능생 점심 지원 사업을 추진하다 결국 ‘없던 일’이 됐다. 학교 급식실 상황 등 여건을 점검해보니 좌석 수가 수험생 수에 미치는 못하는 학교가 있고, 많은 학생 수에 견줘 50분밖에 되지 않는 식사시간 등이 한계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송상현 순천시 푸드플랜팀장은 “순천은 고등학교가 16곳이나 되고 수험생만 3천명이 넘는다”며 “학생 수가 많다 보니 수험생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급식실에 줄을 서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우 경북교육청 장학사도 “시험을 치르는 민감한 수험생에게 급식 제공이라는 위험 부담까지 안으려는 학교는 좀처럼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교육부 역시 신중한 태도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험 운영과 관련된 사무는 법령상 시도교육청으로 위임돼 있다”면서도 “다만 어느 특정 지역만 급식을 지원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고사장엔 수험생과 감독관만 출입이 허용될 정도로 엄격한 보안이 필요한데 급식 종사자 출입 가능 여부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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