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냐, 관이냐…생보·손보 양대 보험협회장 인선 주목
[비즈니스 포커스]
‘맏형’(은행연합회장)에 이어 아우들도 대기 중이다. 12월 임기가 끝나는 생명보험협회장, 손해보험협회장도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다. 양대 협회 모두 고액 연봉 보장은 물론 업계 내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기 때문에 민관의 유력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희수 현 생명보험협회장 임기는 올해 12월 8일까지, 정지원 현 손해보험협회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21일로 만료된다. 양대 보험협회장의 임기가 연말께 마무리되면서 생보협회를 시작으로 손보협회까지 회장후보추천위를 구성한 후 차기 회장을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회추위는 통상 두세 차례 회의를 통해 최종 협회장 선임을 확정한다.
양대 협회 모두 정관상 3년 임기 후 연임이 가능하다. 단 두 회장 모두 문재인 정권 시절 선임된 인사라 연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우선 생보협회에선 정희수 현 회장의 후임으로 성대규 신한라이프생명 이사회 의장과 임승태 KDB생명 대표, 윤진식 전 국회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성대규 의장은 3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관료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보험과장, 보험개발원 원장뿐 아니라 신한라이프 대표를 지내는 등 대표적인 ‘반민반관’ 케이스다. 2003년 보험업법 전면 개정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규제완화에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힘 있는’ 인사로 평가받는다.
23회 행시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심의관과 금융정책국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 상임위원을 지낸 임승태 대표도 민관 경험이 풍부해 경쟁력이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냈으며 올초 KDB생명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경제특보로 활약한 강점도 있다.
윤진식 전 의원은 재무부에서 금융정책과장을 역임했고 관세청장, 재정경제부 차관,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거친 후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특별고문을 지냈다. 협회가 이익단체인 만큼 전문성보다 관 출신을 선호한다면 윤 전 의원도 유력 후보군이다. 현 정희수 생보협회장도 3선 의원 출신이다. 다만 윤 전 의원의 경우 보험업계와 별다른 접점이 없다는 점, 올해 78세로 고령의 나이는 리스크다. 윤 전 의원의 경우 지난 7월 KT 대표 자리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의외의 복병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 수석이나 정무위원회 출신 정치인 등이다. 이미 업계에는 대통령실 수석 한 명이 생보협회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손보협회는 정지원 현 회장의 후임으로 다음 달 1일 임기가 만료되는 유광열 SGI서울보증보험 대표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행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한 유 대표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금융감독원을 두루 거쳤다. 이후 SGI서울보증 대표를 지내면서 민간 경력도 더했다.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1차관도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허 전 차관은 재정경제부 장관 비서실장,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 국책과제비서관을 거쳐 기획재정부 제1차관, OECD대표부 대사를 지낸 고위 경제관료 출신이다. 관 출신이지만 금융업에 대한 이해도는 타 후보군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다. 1955년생으로 타 후보군에 비해 고령이며, 금융업에 이해도가 낮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손보협회는 통상 은행연합회(11월 30일)와 생명보험협회 인선이 확정돼야 후보를 물색하기 때문에 각 기관 하마평에 오른 이들 중 제외된 이들이 손보협회장의 후보군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대 협회장 모두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지탄받자 관의 진출이 주춤했다. 하지만 이익단체로서 퇴직관료의 영향력을 이용해 민감한 현안을 풀려는 업계의 바람과 일자리를 찾는 퇴직관료 간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대관 네트워크가 강한 관 출신이면서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협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